오건영 에세이 21.10.13

아쉽기는 해도 이란 원정 경기에서 1:1이면 나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대편도 골대를 두번이나 맞췄던 것을 생각하면(그 땐 간담이 서늘하더라구요..)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 이런 생각을 해보죠. 한국과 이란.. 만약 중립국에서 정말 경기장 여건이나 기후… 등에서 모든 조건이 퍼펙트하다면.. 환경에 차이가 없었다면 누가 이겼을까요? 네.. 그 땐 진짜 실력으로 평가를 해야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더 잘한다고 생각합니다만… 1:1에 만족하는 이유는 앞에 말씀드린 그거죠.. 원정 경기였다는 것.. 그리고 그 어렵다는 중동 원정 경기에서 비겼다는 것이죠.

 

갑자기 왜 축구 얘기를 하느냐..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는데요… 저는 매크로의 역할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생각해보는 겁니다. 기업의 실적도 중요할 것이고 경영자의 철학도 중요할 것이고 그 업종의 업황, 경쟁 기업들, 그리고 주주 구성, 그리고 재무 구조 등… 이런 개별 기업에 대한 요소들 당연히 중요할 겁니다.

축구로 따지면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 하나 하나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조직력이 어떠하며 컨디션은 어떤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분석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요… 이런 얘기들 별로 하지 않고 서두에 저는 중동 원정에서 비겼다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얘기를 적었죠.

네.. 환경입니다. 경기를 하려는 운동장이 해발 1500미터에 있어서 쉽게 지치는 환경이라던지…

경기하는 날 비가 많이 내려서 잔디가 정말 많이 젖어있다던지.. 원정 경기이기에 해당 국가 관중들의 압도적인 응원에 위축이 되어서 경기하기가 너무 어렵다던지… 혹은 입국을 너무 늦게 해서 시차 조절이 안된다던지… 이런 것들도 경기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것은 하나의 징크스일 수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선수들에게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그 경기장에서는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다는 것… 이런 얘기들이겠죠. 이런 질문을 드려봅니다. 한국과 이란의 경기 결과를 예측하고자 하는데… 이런 정보는 불필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불필요까지는 아니지만 그닥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저런 것까지 다 보고서 어케 분석하고.. 어케 결과를 예측하냐… 됐고… 선수들 실력만 보면 되는 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구요… 실력은 우리가 앞서는데… 와… 중동 원정은 징크스가 상당하고… 여기가… 경기하기가 참 어려워.. 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경기장 상태까지 보면서 결과를 다소 보수적으로 예측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네.. 매크로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활동을 할 때… 어떤 환경에서 하는지는 매우 중요할 겁니다. 그 환경을 분석하는 게 매크로 분석의 역할이라고 보구요… 저는 기업 자체를 말씀드릴 능력이 없지만… 환경에 대해서는 보잘 것 없는 지식입니다만 제 경험을 토대로 이런 저런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더 이어가보죠. 한국이 다른 5개 팀과 총 10경기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합니다. 지난 5번의 경기는 모두 전승을 거두었죠. 경기 내용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요… 모두 홈경기였죠. 압도적인 홈 관중의 응원과 퍼펙트한 환경, 그리고 경기 하루 전에 입국한 상대편 선수들까지..(설명을 돕기 위해 과도한 사례를 말씀드리고 있는데요.. 요건 오버 같네요..)… 이런 매크로 하에서 5연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5경기가 남았죠. 이 경기들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마찬가지로 모두 이기면 참 좋은데요.. 여기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죠.. 남은 5경기는 모두 어웨이 경기라구요… 그리고 모두 다 중동 원정인데.. 지금 중동 날씨가 참 안좋다구요…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자.. 경기 결과는 어떨까요? 예측할 때 조금은 고민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요? 어웨이 5경기만 남았다는 것… 우리가 경기 결과를 예측할 때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요인들일 겁니다.

 

저성장 저물가 환경 하에서 금융 시장은 중앙은행의 압도적인 지원을 받았죠. 금리는 낮게 유지되었고 풍부한 유동성이 아니라 유동성이 넘쳐흐르는 수준이었답니다. 물가가 오르지 않기에.. 디플레 환경이 전제가 되었기에… 돈을 뿌려도 화폐의 가치가 급락하는… 이른 바 인플레 리스크가 두렵지 않았던 거죠. 족쇄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죠. 상반기 물가 상승 시기에는… 일시적이라는 레토릭으로 중동 원정 딱 한 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요… 물가의 상승세가 생각보다 많이 길어지게 된 겁니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가 조금만 더 확산되는 징후만 보여도… 혹은 고용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도… 혹은 금융 시장의 분위기가 조금만 이상해도… Fed의 파월 의장은 너무나 걱정이 된다는 워딩을 쓰면서 금리 인상이나 테이퍼링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더 많은 지원을 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지금 물가가 올라오는 환경에 놓이게 되자… 얘기가 바뀌게 되죠. 고용 지표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들은 살포시 접어두고… 테이퍼링에 대한 플랜을 밀고 가게 되는 거죠.

 

부채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미국 재무부도 강력한 경기 부양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부채 상한 트랩에 걸려버렸죠. 물론 한도를 늘리면 되겠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갈등이 있었던 만큼… 기존과 같이 4.5조 달러 수준의 강력한 추가 재정 정책을 쏟아내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약 1~2조 달러 정도 부양책이 줄어들 것이라는… 그리고 그 후속타는 더욱 더 기대난망이라는 얘기가 될 수 있죠.

정리합니다. 인플레에 대한 우려… 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을 만들어냅니다. 10년간 디플레 환경과는 다르다는 거죠. 물론 저 역시 이 인플레가 계속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이 얘기는 다른 에세이에서 다루어보겠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당분간 더 이어질 이 인플레 환경 하에서는 우리는 5경기 연속 중동 원정을 준비해야 하는 거죠.

어웨이 경기라서 패한다.. 라는 논리는 분명히 무언가 부족합니다. 다만 보다 터프한 환경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 이것 하나만큼은 팩트라고 봅니다. 지금 금융 시장이 처한 환경의 변화… 성장과 물가에 보다 웨이트를 많이 두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