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1.10.10

금욜 밤 발표된 고용 지표…. 개인적으로 참… 시장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음을 느끼게 했죠.

아마 이미 다른 뉴스를 통해서 보셨겠지만 고용 지표 자체는 아주 아주 실망스럽게 나왔답니다.

실업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맞지만 경제활동참여율 역시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그 의미를 퇴색시켰죠.

네… 일자리의 증가에 있어서는 적어도 시장에 실망스러운 숫자를 보여준 것만은 맞는 것 같습니다.

예상치 자체가… 눈 높이를 낮추어서 50만명이라 했는데 20만명도 되지 않는 일자리 증가… 실망스럽다는 것 자체는 팩트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이런 실망스러운 고용 지표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지난 6~7월의 분위기만 해도… 이렇게 나왔을 것 같습니다. 우선 실망스러운 고용 지표에 시장은 Fed를 바라보겠죠. Fed의 테이퍼링은 연내 쉽지 않다.. 내년 2분기나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럼 테이퍼링의 지연을 반영하면서… 달러 유동성의 공급을 의미하는 양적완화의 연장을 반영하면서 주식 시장은 환호했겠죠. 달러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면서… 금리는 하락했을 것이구요(풍부한 유동성 환경 하에 돈 구하기가 쉬우니 저금리 유지) 달러는 약세로 반응했을 겁니다. 이게 지난 코로나 사태 이후에 금융 시장이 보여왔었던 전형적인 반응이었죠. 호재는 그 자체로 호재 밖에 안되는 것이구요… 악재는 엄청난… 그야말로 거대한 호재로 인식이 되게 되죠. 그래서 성장이 나오면 성장을 반영하면서 오르고… 악재가 나오면 악재 덕에 Fed의 유동성 공급이 늘어날 것이기에 오르고… 이래도 오르고… 저러면 더 오르고… 이걸 반영하면서 주식 시장에는 이른 바 Buy the Dip .... ‘(주가가) 밀리면 사라’라는 신화가 자리하게 되었죠.

 

그런데요… 전일의 시장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우선 주식 시장은 초반에는 까리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장 막판에 우수수하면서… 하락 마감했구요… 채권 시장에서는 내려가줘야 할 금리가 상승하면서 마감했죠. 미국 시장 금리의 상승은 일반적으로 달러의 강세를 반영해야 하는데… 성장 둔화 우려를 읽으면서 달러는 약보합세를 보이면서 종료되었답니다. 자.. 정리해보면… 기존에는 주가 상승 – 금리 하락 – 달러 약세의 조합이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동일한 뉴스에 대해서 주가 하락 – 금리 상승 – 달러 약세… 이런 세가지 조합이 나온 것이죠…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일까요?

 

우선..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저는 강세장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보이지 않는 위험 6가지를 말씀드리면서 그 첫번째로 Fed의 변해버린 스탠스에 대한 코멘트를 드렸던 바 있습니다. 과거 악재를 그레이트한 호재로 바꾸어주었던 로직에는 Fed의 유동성 공급이 있었죠. 악재 발생~ 하면 Fed가 허걱 하면서 돈을 그 악재를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풀어주죠… 그럼 시장은 악재로 인해 시장이 휘청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요… Fed가 만약 유동성 공급을 하지 않는다면??? 네.. 그럼 얘기가 달라지죠. 악재를 악재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성장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예전에는 성장 부진을 유동성 공급으로 말아올려주는 마법의 주문이 있었지만 이제 그게 쉽지 않다라는 겁니다. 그럼 악재에 대해서는 악재로 인식을 하게 되는 거겠죠…

 

그럼 Fed는 무엇을 걱정하기에 이렇게 바뀌었는가.. 어제 고용 지표에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예상을 넘는 수준입니다. 지난 달 대비 0.6%상승했다고 하네요… 이 추세대로 1년 꾸준히 오른다고 생각해보면… 0.6%*12니까.. 연간으로 7%정도의 임금 상승률이 나오는 거겠죠.(물론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서요…ㅎ) 임금은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매우 매우 높은 자산입니다. 네… 지난 달 이맘 때죠… 고용 지표에서 임금 상승률이 높다는 것을 보면서 일시적인 물가의 상승이 꽤 길어질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던 그 이유입니다.

 

이왕 얘기나왔으니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얘기를 좀 더 설명드려보죠. 연초에 제 페북의 에세이를 통해서, 그리고 삼프로 tv 등을 통해서 올해 중반 정도에는 매우 높은 물가를 볼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던 바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요.. 첫째.. 기저효과죠. 지난 해 이맘 때 물가가 워낙에 낮았으니 올해 비슷한 시기에 물가가 보다 높아진 것처럼 보이겠죠. 통계 효과이기에 물가의 급등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두번째는 보복소비였죠. 백신 보급 이후 코로나가 잡혀나가자 보복 소비가 터지게 될 것인데… 이는 소비의 단기적 폭발을 낳을 것이고.. 이는 물가의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구요… 마지막 세번째가 바로 공급망 이슈입니다. 파월 의장도 올해 4~5월의 코멘트에서도 보면… 이런 공급망의 이슈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이슈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을 했죠. 경기 부양책으로 수표를 뿌려주면… 그 수표를 소비자들은 다음 날 바로 쓸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공급은 바로 이런 수요의 폭증을 따라갈 수 밖에 없죠. 그럼 당연히 시차가 발생할 것이고… 시차가 발생하는 기간만큼은 수요가 공급보다 강하기에 물가가 오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인플레는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Fed 역시 이와 동일한 얘기를 하고 있었던 거구요…

 

다만.. 핵심은 인플레가 아니었죠. 이런 인플레는 일시적인 인플레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기저효과는 딱 지난 해 부진했던 기간 대비로 높은 올해의 특정 기간이 지나면…. 그 효과는 사라집니다. 두번째.. 보복 소비 역시.. 계속해서 보복을 할 수는 없죠. 마지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 결국에는 따라가겠죠.. 시차를 두고… 그렇다면…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지만… 이런 일련의 물가 상승은 머지않은 미래에 고점을 찍고 둔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죠… 그게 바로 파월의 “일시적 물가 상승” 주장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그 주장은 맞는 것처럼 보였죠. 우선 보복 소비는… 델타 변이와 함께 사라졌구요… 기저 효과는 이제 거의 소멸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 7~8월부터 상승일변도였던 PCE 물가지수의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근원 PCE기준으로 3.5~3.6%수준에서 더 오르지 못하고 이어지고 있죠. 네.. 계속 무서운 기세로 오르던 물가가 일정 레벨에서 더 튀어오르지 못하는 겁니다. 이렇게 고점을 찍고 상승세가 둔화되면 일시적 물가 상승이 맞는 거죠. 실제 물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던 지난 7~8월의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은 이런 일시적 물가 상승에 시장도 어느 정도 수긍을 하고 있었음을 의미하죠.

 

그런데요… 한가지.. Fed의 파월도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공급 사이드 이슈에서 문제가 발생한 거죠.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번 공조의 균열 파트에서도 한 차례 다루었었죠… Fed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공조의 균열로 인해서 나타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공급의 지연이라는 점이죠. 수요와 공급이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수요의 부족이었죠.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부족하니…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던 겁니다. 그런데… 코로나 극복을 위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쏟아졌는데요.. 수요가 폭발하게 된 거죠. 간단합니다. 수요가 늘어나면…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그리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공급이 증가하는 게 순리죠… 기존의 패러다임이었다면요… 그런데요….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 겁니다.

바로 반세계화라는 이슈죠.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관세가 18년 이후 부과되기 시작했고… 초유의 미중 기술 분쟁에 돌입했답니다. 그리고 에너지 분쟁도 심화되었으며 천연가스를 비롯한 원유 시장에서의 공조 균열이 에너지 수급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반세계화… 즉 글로벌 공조의 균열로 인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균열을 Fed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하나 더 있을 겁니다. 결국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디플레로 인해 고통받은 시간이 너무나 길어서(금융 위기 이후 10년이 넘었으니까요..)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animal spirit이 큰 손상을 입은 것은 아닌가.. 하는 겁니다. 기업들은 수요가 이렇게 늘어나는 것에 대해 일시적일 수 있음을 의심할 뿐 아니라 원자재 조달 측면에서나… 글로벌 교역 상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분쟁들을 보면서 그냥 당장 수요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과거와 같이 과감한 투자를 늘리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수 있겠죠. 투자가 지연되면 될수록… 공급이 따라올라오는 속도가 매우 느릴 겁니다. 그럼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있는 기간이 길어지게 될 거구요… 이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던 Fed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 될 겁니다.

 

네… 기저 효과는 사그러들고… 보복 소비 역시 주춤해지면서... 이 두가지가 추동하는 물가의 상승세는 주춤해진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요… 간과했었던 글로벌 공급망의 이슈는… 물가에는 상승 요인이 되고 있죠. 한쪽에서는 물가 상승이 둔화되는 모습을.. 다른 한 쪽에서는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니… 전반적인 근원 PCE물가 지수가 3.5~3.6%의 고점에서 더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횡보하는 것 아닐까요? 네.. 고점을 찍고 내려온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만… 내려오는 속도가 기존의 예상보다는 많이 늦춰질 듯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시적 물가 상승이… 더 이상 일시적 물가 상승이 아닐 수 있겠죠. 만성적인 인플레도 아니지만… 일시적 물가 상승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짧은 그런 인플레이션은 아니라는 겁니다.

 

뭐… 조금 길면 어때… 인플레이션이 결국 해결될 건데… 됐어… 돈 워리.. 라는 생각이 살짝 드실 수 있는데요… 파월 의장이 지금 두려워하는 것은 단지 인플레이션이 1년 더 길어지는 정도를 넘어서죠. 앞서 말씀드렸죠? 디플레로 인한 불황의 기간이 너무 길면 기업들의 투자 본능이 무너져내린다는 점을요… 그럼 인플레가 너무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네…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된다는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물가가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 다른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더 쌀 때 원자재를 쟁여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틈타서 글로벌 유동성… 즉 투기자본이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들어가면서 원자재 가격을 더 쳐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우리 기업은 원자재를 지금 사야할까요… 나중에 사야할까요? 당연히 지금 더 많이 사들여서 재고를 쌓으려고 할 겁니다. 이런 심리가 자리하게 되면… 원자재에 대한 예비 수요와 가수요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세를 더욱 길고 강하게 만들게 되죠. 네.. 그래서 파월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발언 내용 인용합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계와 기업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하거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증거를 본다면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지금은 그런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만약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게 된다면 FOMC는 확실히 대응할 것이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1. 9. 30)

네.. 만약 인플레이션 심리.. 즉 인플레이션 기대가 강해진다면… 그 때는 내년에 끝나는 인플레가 아니기에… 직접 Fed가 조치에 나서겠다고 하죠… 그 조치가 바로 금리 인상이 된다는 겁니다. 이걸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언급한 거죠.. 아직은 인플레 심리까지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그걸 경계하겠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네… 이제 물가에 대한 얘기를 정리해보죠.. 시장은 이제 물가 상승세가 생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 여태까지는 Fed를 믿고 함께 쌩을 까줬던 물가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겠죠. 그럼 물가 상승에 대한 (특히) 채권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네… 성장은 둔화되는 모습이었지만.. 임금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1.6%를 넘어섰죠. 여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그 심리라는 것이… 인플레 기대라는 것이 커질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Fed가 행동에 나설 수 있기에… 인플레가 길어진다는 시그널에도 채권 시장이 매우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겠죠.. 적어도 당분간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Fed 없이 살아보기… 결국 이게 핵심이죠. 그럼 Fed가 없다면 내 실력으로 버텨내면 됩니다. 미국의 성장이… 그리고 미국 이외 글로벌의 성장이 강하다면 Fed 없이 살아도 좋죠.. 아무 문제될 게 없습니다. 다만… 공조의 균열로 성장이 여전히 어렵고… 델타 변이도 아직은 부담스러우며… 올라버린 물가와… 그렇게 따라 올라 온 금리를 만나게 되어.. 성장은 보다 큰 부담을 느낄 수 있겠죠. Fed없이 살아야 하는 순간에 닥쳐온 실망스러운 고용 지표… 즉 성장 둔화 우려로 주가는 고개를 숙였죠… 성장 둔화에도 불구… 물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답니다. 지금의 시장이 지난 6~7월과 바뀐 이유.. 이런 구도로 해석해봤습니다. 이번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