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1.10.14

오전에 회의가 있는 관계로 아주 퀵하게 말씀드리고 지나갈까 합니다.

전일 이벤트가 참 많았는데요… 우선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있었죠. 음.. 이렇게 보면 좋을 듯 합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은 맞는데요… 그 동안 물가를 끌어올렸던 요인들이 주춤했던 반면 렌트비, 에너지, 식료품 가격 등 크게 부각되지 않던 요인들이 물가 상승세를 여전히 탄탄하게 만들어줬죠. 네.. 물가에 하락 압력을 가하는 요인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 외에 밀려올라오는 요소들이 가미가 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강보합(?)을 유지하는 듯 합니다. 지난 4~5월과 같은 강한 튀어오름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합니다만…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게 했던 거죠… 네.. 물가 상승 압력이 꽤 오랜 기간 유지가 될 것이라는… 꽤 긴 일시적 물가 상승이라는 설명이 보다 설득력을 갖게 되는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 달 있었던 FOMC 의사록이 나왔죠. 일단 성장에 대해서는 하방 압력이 높다는 점을, 그리고 물가 상승세에 있어서는 여전히 상방 압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죠. 성장은 하방, 물가는 상방.. 이 둘을 합치면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Fed도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죠. 성장은 둔화가 되는데… 물가는 오를 수 있어 보입니다. 다만… 물가가 튀어오른다는 것보다는… 현재의 높은 물가 수준이 고원을 형성하고… 아주 느리게 낮아지게 되리라 보고 있는 건데요… 이 상황에서 Fed는 무슨 선택을 하게 될까요?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계속해서 돈을 풀까요… 아니면 물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통화 긴축에 들어갈까요? 아니면… 이도 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모습을 연출할까요? 세번째라고 하면… 시장의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이슈가 되겠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 돈을 퍼부으면 물가 상승세가 더 이어지고… 이건 지난 번 에세이에서 말씀드렸던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 즉, 물가 상승에 대한 심리가 자리잡게 되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높이게 되죠. 그러면서 물가가 “일시적”이 아니라 답 없이 오르게 되면… 그 때에는 경기 부양이고 뭐고 할 수가 없습니다. 물가 잡기 위해 금리를 마구 올려야 하죠…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이렇게 물가를 풀어놔서 금리를 많이 올려야 하는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최악아닐까요?

 

2개의 전선에서 싸움을 해야 합니다. 하나는 성장, 다른 하나는 물가라는 전선이죠. 둘이 상충이 되기에… 군대를 둘로 나누어서 싸울 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케해야 하나요? 네… 한 쪽 전선을 제대로 제압해서… 잠재 리스크가 안되도록… 속전속결로 조져버리고… 다른 쪽 전선을 잡아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꺾어놓고… 성장을 부양하는 정책을 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성장을 계속 부양해놓고… 고삐풀린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마구 올리는 게 좋을까요? 저는 전자를 택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의사록에서는 테이퍼링의 속도를 시장 상황에 맞춰서 더 빠르게 갈 수도… 더 천천히 갈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죠. 하나 더… 물가에 대한 Fed의 인식을 반영하면서 Fed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60%이상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시장은 이걸 걱정하고 있죠.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자…. 그리고 Fed가 일정 수준 성장을 희생하면서 과한 긴축을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Fed의 통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 금리는 끌어올리구요… 이렇게 올려버린 단기 금리가…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물가에 부정적일 수 있음을 반영하면서 장기 금리를 내리찍게 되죠. 전일 미국 2년 금리는 0.35%를 넘어섰구요… 10년 장기 금리는 큰 폭 하락하면서 1.53%수준으로 주저앉았답니다.

 

이렇게 되면… 성장 둔화를 읽으면서 주식 시장이 하락하고… 안전 자산 선호를 반영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곤 하는데… 오늘 새벽 장 분위기가 좀 달랐죠? 주식 시장은 상승세, 그리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답니다. 저는 중국 쪽에서 시장이 기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중국 당국이 석탄 가격 시장화를 통해서 에너지 공급을 확대, 성장세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은 시장에 중요한 긍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죠. 그리고 부동산 관련 섹터가 녹아내리고 있을 때 시장은 중국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성장이 휘청할 때 중국 쪽에서의 성장을 만들어내면서 US의 성장 공백을 메워주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죠.

미국의 성장이 주춤할 때…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Non-US의 성장의 희망이 커질 때… 시장은요… 미국의 중장기 성장 둔화 및 기준 금리 인상을 반영하면서 장단기 금리차 축소를(단기 금리 상승 & 장기 금리 하락), 그리고 위안화 강세 발 달러 약세를… 그리고 새로운 성장의 축 등장을 환영하면서 주식 시장의 강세를 만들어내곤 하죠. 중국을 비롯한 Non-US의 움직임이 어떻게 이어질지… 시장 기대에 부흥할지… 조금 더 지켜보시죠. 기대가 강한만큼… 그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다면… 다시금 시장이 실망할 수도 있겠죠. 단기적으로는 이런 변화를 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간단하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