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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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는 얘기를 유행시켰던 파월 의장이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폐기처분했네요…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기 더 좋은 단어를 쓰겠다는 얘기를 했는데요… 이런 겁니다..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고집한다면… 이 정도까지 진행이 되었고… 여기까지 인플레가 밀고 들어왔음에도 유일한 인플레이션 파수꾼인 연준이 아직도 해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겠죠. 이렇게 되면 경제 주체들이 인플레이션을 내깔려놓아두려는 거구나… 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게 합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면서 진짜 일시적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도록 만들죠.
 
허리가 아팠습니다. 저는 2~3년에 한 번 정도는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하곤 했는데… 꼭 1주일 정도면 상당히 많이 낫더라구요… 그래서 1주일 동안은 정말 힘들어도 금방 낫겠지.. 하면서 병원 안가고 버티곤 했더랍니다. 이번에도 비슷했구요… 아니.. 이번에는요… 어차피 1주일 후에 나을 거니까… 라는 생각에 야근도 좀 했구요… 이것 저것 작업도 계속해서 했습니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나니 더 아프더라구요… 그래도 병원 갈 시간도 없고(솔직히 귀챦기도 했죠… 가봐야 머… 라는 생각도 강했구요)해서 뭉개고 앉아서 허리 찜질 정도 퇴근해서 하곤 했는데… 2주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는 겁니다. 지인들의 경고가 이어집니다. 앉아서 병 키우고 있다구요… 빨리 병원을 가보라고… 두어번 가서 침을 맞고 하니 아무래도 많이 부드러워졌네요. 지금은 완치까지는 아니어도 앉아서 일하는데 통증은 많이 가신 편입니다.
 
갑자기 왜 허리 얘기하나… 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허리 통증이 찾아왔을 때 저는 그 허리 통증이 “일시적”일 거라고 생각했죠. 과거 명확한 통계 데이터가 있으니까요.. 제 몸은 제가 가장 잘 안다는 확신도 있었구요… 실제 인플레도 똑같습니다. 08년, 11년, 15년, 18년에 찾아왔다가 눈사람처럼 녹아버렸던 기억이 있죠. 과거의 그 강력했던 인플레가 아니구요.. 무언가 Fed가 손을 대니까 녹아버리더군요… 그리고 그 녹아버린 이면에서 바로 디플레가 보였으니… 호러 아닐까요?
 
이번에도 허리통증이 찾아왔는데… 일시적이라고 생각하고 큰 신경안썼죠. 오히려 운전도 더 많이 하고 일도 더 많이 하고… 했죠. 일시적이니까요… 그러면 병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인플레도 마찬가지죠.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예전에도 그냥 해결되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냥 지나갈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제대로 The Great Inflation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 70년대를 보면요… 46~48년에 찾아왔던 짧은 인플레이션 시기를 제외하면 인플레를 구경하기 힘들었죠.. 50~60년대 내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리고 연준의 마음 속에는 그 생각이 자리한 겁니다. 인플레는 없다… 라는 생각… 그래서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스는 연준이 물가를 잡을 필요는 없다… 는 식의 생각도 가졌었더랍니다. 그리고 그 이전의 연준 의장이었던 마틴은… 당시 통화를 완화적으로 운용하라는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상당한 위협을 받았죠. 인플레는 찾아오지도 않는 건데… 사라진 고대 유물을 두려워하면서 통화 완화를 하지 않는다는 경고에 Fed가 상당히 힘겨워했던 겁니다. 이번에도 비슷하죠… 올해 상반기를 보면 파월 의장은 인플레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확신이 정말 강했던 겁니다.
 
성장 둔화 국면에서는 금리 인하를 더 해야 하는데… 물가가 오릅니다. 그럼 금리 인상을 해야하죠. 모순된 통화 정책을 쓰기가 어려우면 선택을 해야 하는데요… 일단은 성장을 선택했던 거죠. 물가를 일시적이라고 괄호쳐버리고 무시때렸던 겁니다. 그런데.. 이게 점점 강해지면서 사라져야 할 순간에 오히려 더 강해집니다. 이제 통증이 가셔야 하는 시기에 통증이 더 커져가는 거죠. 이거 잘못 걸리면… 허리 통증이 고착화되고 허리 통증이 고질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신경을 써야… 아니아니.. 신경을 많이 써야겠죠?
전선에 다른 성격의 두가지 적이 쳐들어옵니다. 성장 둔화라는 적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적… 상반기에는 인플레를 무시했지만.. 이제는 그게 어렵죠. 일단은요… 좀 더 약한 쪽… 혹은 좀 더 빨리 제압할 수 있는 쪽에 전력을 집중해서 무너뜨리고… 다른 한 쪽에 신경을 쓰는 게 맞겠죠? 성장 둔화… 몸이 좋아져야 한답니다.. 이거 장기전이 되겠죠? 이걸 신속히 해결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럼 뭘 잡아야 할까요? 고질병이 되려는 그 넘… 인플레를 잡아야 하겠죠? 네… 이런 전제로 파월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시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에서 물러나기 좋은 시기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의 발톱’을 분명하게 치켜들었다. 마치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졌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을 버리겠다고 처음 선언하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을 천명했다.(중략)
파월 의장은 30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연준이 의미하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연준은 그동안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면서, 이를 근거로 초완화적인 정책을 펼쳐 왔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성명까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이 단어를 썼다. 파월 의장이 공개적으로 이를 쓰지 않겠다고 하는 건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라는 평가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의 형태로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썼다”며 “사람마다 이를 쓰는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연장선상에서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속도를 더 높일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다”며 “11월 FOMC에서 발표한 테이퍼링을 몇 달 앞당겨 마무리하는 걸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이데일리, 21. 12. 1)
네…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버리면서 인플레 신경쓰겠다는 얘기를 하죠. 그리고 막판에는 테이퍼링 앞당기겠다는 얘기를 합니다. 가운데를 보시면요… 중요한 표현이 나오죠..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고착화… 고질병… 이게 되기 전에 나선다는 거겠죠… 옐런 재무장관은 1주일 전에 이런 말을 합니다. 기사 타이틀만 인용하죠.
 
“옐런, ‘파월 연준 의장, 인플레이션이 ‘고질병’ 되는 것 막아야”(아주경제, 21. 11. 23)
이번에는 고질병이라는 단어가 명확히 나왔나요? 고질병… 고착화… 네… 옛날의 케이스만 생각하고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이제 연준은 인플레를 명확히 신경쓰겠죠. 기대인플레가 잡힐 때까지..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이 찾아온 겁니다. 오미크론도 이슈가 되겠지만요… 향후에 닥치는 악재들은요… Fed가 인플레 대응을 위해 전력을 인플레 전선에 보내놓은 상황에서 이른 바 빈집털이가 될 가능성이 높죠… 이렇게 되면 악재에 대한 시장의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습니다. 빨리 고착화되는 것을 막아야겠죠. 이런 맥락에서 12월 FOMC를 바라보시죠… 전일 단기 금리의 상승과 함께 나스닥의 방향이 바뀌었네요…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 기대가 빠르게 식어버리는 분위기입니다. 이럴 때 인플레를 제어할 수 있는…혹은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무언가 재료가 나와줬으면 하는데… 좀 더 지켜보시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