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1.07.01

전일에 이어 중국 예금금리 개혁 얘기를 조금 더 이어갈까 합니다. 이게 참 만만한 얘기가 아니거든요…

중국은 예금 금리 개혁을 단행하면서 기존에는 기간별 예금금리 상한에 1.5배를 해주는 식으로 운용을 하다가… 이제는 1.5배가 아닌 0.75%를 가산(add)해주는 방식으로 변경을 했답니다. 이렇게 되니까… 금리가 낮은 레벨에서 곱하기의 효과가 크지 않았기에.. 단기 영역의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장기 영역의 금리는 내려오는 그림이 나타났죠. 단기 금리는 오르고… 장기 금리는 내려가는… 이른 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라는 말씀을 전일 드렸답니다. 그런데요….. 중국의 예금 금리 개혁이 가지는 효과는 몇가지가 더 있습니다. 잠깐 보죠.

 

이번 예금 금리 개혁의 핵심 중 하나가… 곱하기를 더하기로 바꾼 것 말고도 하나가 더 있는데요, 바로 가산을 해주는 금리가 0.75%라고 했쟎아요? 그게… 지방의 중소형 은행들에게는 0.75%를 가산해줬구요… 일반 대형은행들에게는 0.5%만 가산을 해줬답니다. 헉.. 이게 뭔 소리지… 지방 은행들은 예금을 땡길 때.. 예금 기준 금리에 0.75%를 더하는데.. 대형은행은 0.5%를 더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기 위해서는 총알이 필요한데… 그 총알이 예금이라고 했죠. 그 예금을 땡기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당연히 불안한 지방 은행보다는 대형은행을 선호할 거쟎아요? 같은 금리면.. 대형은행이 좋을 겁니다. 대형은행이 지방은행과 동일한 예금 금리 상한을 가지고 경쟁을 하면.. 지방은행은 예금 땡기기가 어렵겠죠. 그럼 대출도 당연히 어려울 겁니다.

 

지방은행들이 대출을 해주지 못하면… 지방 경제 살리기가 쉽지 않으니.. 지방 정부는 자체 채권 발행, 혹은 LGFV라는 대출 플랫폼 형태로 자금을 땡겨서 경기 부양에 나서곤 했죠. 그런데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게… 이런 지방 정부의 무분별한 채권 발행을 통한 투자 확대입니다. 특히 LGFV의 경우는 제대로 통계 자료도 나오지 않기에… 중국 지방 정부의 실질 부채가… 현재 통계적으로 알려져있는 숫자보다 훨 많다… 큰일이다… 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네… 중국의 부채가 많은 것도 부담스러운데 숨겨진 부채가 크다는 것은 더욱 더 불안한 요인이 됩니다. 당국이 이런 부채 상황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가는 대출만이라도 당국이 컨트롤할 수 있는 투명한 기관을 통해서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 투명한 기관은 결국 지방의 상업은행들이 될 겁니다. 중국은 예로부터 은행들에 대한 직접적인 창구 규제 및 통제를 강하게 하기로 유명했으니까요…

 

그래서.. 중국 당국은 최근에 지방 정부들이 무분별한 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하는 것에 족쇄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그럼 지방 경제가 위축되는 거 아니냐… 이 질문에 대해서.. 지방 은행들을 통해 대출해주마.. 이런 답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러나 비유띠 벗뜨.. 지방은행은 돈이 없습니다. 예금을 모으지 못해요… 우선 대형은행들이 예금을 쓸어가고 있고.. 텐센트나 알리바바의 인터넷 금융 플랫폼이나 각종 고금리 신탁 상품 등으로 돈이 몰려가니… 지방 은행들이 돈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고 있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요즘 중국의 각종 고금리 신탁 상품(이재상품이라고도 하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구요… 인터넷 페이 회사들에 대해서도… 금융 지주회사 편입 등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요… 대형은행들은 예금 경쟁을 할 때.. 지방은행들보다 예금 금리를 절대적으로 낮게 유지할 수 밖에 없게 하고 있죠. 네.. 대형은행은 예금 기준 금리에 0.5%를 가산할 수 있지만… 지방은행들은 0.75%를 가산하게 해준 겁니다.

그럼 지방은행들이 예금을 모을 수 있는 동인이 커지게 되죠. 예금이 커진 만큼 지방은행들이 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간 지방은행들의 대출은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이른 바 그림자 금융 상황에서 벗어난 대출이 되는 겁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환율 안정과 경기 부양을 해주는 것 외에도… 지방소형은행 밀어주기가… 그리고 이를 통해서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컨트롤을 해보려 하는 것이 이번 예금금리 개혁의 핵심이 되어준다고 볼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예금 금리가 장기 영역에서 낮아지게 되쟎아요? 상업은행들이 0.75%를 가산하게 되니.. 단기에서는 금리가 높아지고… 1년 이상 장기에서는 금리가 낮아지니… 대형은행들은 0.5%를 가산하게 되면… 장기에서는 금리가 더 낮아지는 거 아닐까요? 투자자입장에서는 대형은행 예금과 국채 금리를 비교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대형은행 금리가 워낙에 낮으면 국채 쪽으로 자금이 흘러가겠죠. 그럼 국채 가격이 뛰면서 국채 금리가 내려가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중국은 부채가 많죠. 부채가 많은 만큼 금리의 상승이 부담스러울텐데요… 이렇게 대형은행 예금 금리를 찍어눌러서 채권 금리 전체가 낮아지게 되면… 부채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겠죠. 이를 어려운 용어로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정책 하나의 변경이 상당히 많은 효과를 내고 있는 듯 합니다. 중국은 지금 금융 시장 개방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죠. 나중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좀더 지켜보시죠.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