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1.6.30

계속 일정이 있었던 관계로 월화 에세이를 작성하지 못했네요.

늦게라도 중국 관련 에세이를 적어서 올려봅니다. 중국이 이번에 예금 기준 금리 개혁을 단행했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아주 큰 이슈라서요… 자세히 설명드려볼까 합니다. 조금 내용이 길더라도 중국 통화 당국의 스탠스를 파악하는게 중요한 만큼 꼼꼼히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일단 들어가기 전에 최근 이머징 국가들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해드려보죠.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터키 등은 현재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 테이퍼링에 대한 부담감이 분명히 작용하고 있는 듯 하죠. 혹시 야구를 보면 그런 장면 본 적 있지 않나요? 너무 강한 장타자가 나오면 외야수가 전부 뒤로 이동하는 장면들… 네.. 공이 멀리 날아올 가능성이 높으니까 최대한 뒤로 외야수들을 물러서 이에 대응하려는 수비 전략이죠.

 

테이퍼링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기존에 테이퍼링을 한 번 겪어봤던 이머징 국가들 역시 수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죠. 그 중 하나가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기준 금리를 미리 끌어올려놓는 거죠.

테이퍼링이 시작되었을 때 뒤늦게 한꺼번에 금리를 올리면서 자본 유출을 방어하는 것보다는 미리 기준 금리를 올려서 대응하는 것도 방어하는 것이 지금 이머징 국가들의 속내가 아닌가 합니다.

 

자.. 지금 같은 경우 이머징 국가들의 기준 금리 인상 인하가 매우 민감한 이유를 설명해드렸는데요, 그럼 중국은 어떨까요?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중국은 예금 기준 금리를 변경한 거죠.

중국의 기준 금리는 두 개로 되어 있죠. 예금 기준 금리와 대출 기준 금리입니다.

예금을 한다.. 라고 할 때 바로 나오는 질문이 기간은 얼마짜리죠?? 라는 거죠. 네.. 1년 예금 금리와 1년 대출 금리가 중국의 기준 금리가 됩니다. 1년 예금 금리는 1.5%로, 1년 대출 금리는 4.35%로 2015년 10월 이후 유지되고 있죠. 예금 및 대출의 기준 금리가 정해지면… 각 상업은행들은 이 기준에 맞춰서 은행 자체적인 예금, 대출 금리를 결정하게 됩니다. 현재는 1.5%의 기준 금리에… 150%를 상한으로 해서 예금 금리를 결정하는데요, 1.5%가 예금 금리쟎아요? 요기에 150%면… 1.5%*150%가 되니까요.. 2.25%가 되는 건가요? 상업은행들은 1년 정기예금 금리는 2.25%까지 줄 수 있습니다. 예금을 많이 모아보고 싶다고 다른 은행들과 경쟁하느라 이거보다 높은 예금 금리를 주면 반칙이 되는 거죠.

 

자.. 다시 정리합니다. 중국의 은행들은 예금기준금리가 있는데요, 요건 1년 기준으로 1.5%의 예금 기준 금리에… 1.5배까지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1.5% * 1.5배… 하니까.. 2.25%까지…가장 높게 적용하면 예금 금리를 여기까지 줄 수 있다는 거죠. 은행은 예금을 받아서… 대출을 해줍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예금을 더 많이 예치하기 위해서 더 높은 예금 금리를 주게 되면… 은행들 수익성이 망가지게 되겠죠… 그래서 이번에 이런 개혁을 하게 됩니다. 기사 인용합니다. 조금 어려우시겠지만 꼼꼼히 읽어보시죠.

“중국의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조정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4개월 연속 동결했음에도 불구, 1년 미만 예금금리는 올리고, 1년 이상 중장기 예금금리는 인하했다. 신화통신은 23일 중국 주요 시중은행들이 1년 미만 단기 예금의 금리는 올리고, 1년 이상 중장기 금리는 인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금융당국은 인민은행 벤치마크 예금금리에 일정 수준의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예금금리 상한을 설정하라고 고시한 바 있다. 예컨대 기존에는 인민은행 고시 금리에 150%의 가산금리를 곱해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기준금리에 0.75%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 경우 기존 3.15%(2.10% X 1.5)였던 2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2.85%(2.1%+0.75)로 0.3%포인트 인하된다. 3년짜리 정기예금금리는 더욱 떨어진다. 기존 4.125%(2.75%X1.5)였던 정기 예금금리는 3.5%(2.75%+0.75)로 0.625%포인트 떨어진다.

반면 1년 미만 정기예금금리는 오르게 된다. 6개월 단기 예금은 기존 1.95%에서 2.05%로, 3개월 예금은 1.65%에서 1.85%가 된다.”(아시아경제, 21. 6. 23)

 

일단 첫문단을 보시면… 1년 미만 예금 금리를 올리고… 1년 이상 금리는 내렸다??? 뭐 이런 얘기가 보이죠. 두번째 문단을 보시면요… 금융 당국은 예금 기준금리에 일정 수준의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예금 금리 상한을 변경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자.. 여기가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예금 금리에 1.5를 곱한 금리가… 예금 금리의 상한이 되었는데요… 이제는 0.75%를 더하는 것이 예금 금리의 상한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아… 예전에는 1년 예금 기준금리가 1.5%니까… 1.5%에… 1.5를 곱하면 2.25%가 예금 금리의 상한이 되는 것인데…(은행들이 경쟁을 하면 최대 2.25%까지 예금 금리를 줄 수 있었는데…) 이제는 1.5%에 0.75%를 더한만큼이 예금 금리의 상한이 된다는 거죠. 그럼 1.5%+0.75%니까요… 2.25%가 되네요. 엥? 둘이 똑같쟎아.. 이게 뭔 뻘짓이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예금 금리는 1년 예금만 있는 게 아니죠. 3개월도 있고.. 6개월도 있고… 2년, 3년도 있습니다. 일단 2년 정기예금 기준 금리는요… 2.1%죠. 그럼 예전같으면 2.1%에 1.5배니까요… 3.15%가 될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모든 정기예금 금리에 일괄적으로 0.75%를 더하라고 했으니.. 2.1%에… 0.75%를 더하면 2.85%가 되죠. 네… 2년 정기예금 금리의 상한은 3.15%에서 2.85%가 됩니다. 3년 정기예금 기준금리는 2.75%인데요… 여기에 1.5배를 하면 원래 4.125%가 되죠. 그런데… 0.75%를 일괄적으로 더하는 것으로 바꾸니… 이젠 2.75%에 0.75%를 더한 3.5%가 3년 정기예금 금리의 상한이 되는 겁니다. 예전 4.125%에서 3.5%로 내려오게 된 겁니다. 네.. 은행들이요… 예전에는 2년 짜리에서는 3.15%까지 예금 금리를 주면서 출혈경쟁을 벌였고… 3년에서는 4.125%까지 주면서 싸웠는데.. 이제는 2년짜리 2.85%, 3년짜리 3.5%로 예금금리의 상한이 내려온 겁니다. 1년은 기존이나 새로 바뀐 것이나… 2.25%로 예금 금리 상한이 똑같지만… 2년과 3년, 그리고 그 이상으로 긴 예금의 경우 금리 상한 전체가 내려간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1년은 똑같고… 1년을 넘는 예금의 경우 금리 상한이 내려왔답니다. 그럼 은행들이 더 높은 예금 금리를 주면서 출혈경쟁하는 것을 일정 수준 막을 수 있겠죠. 그런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예금이.. 1년을 넘는 것도 있지만.. 1년보다도 안되는 예금도 있죠. 네.. 1년 미만의 예금은요… 얘기가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6개월 정기 예금의 경우 6개월 예금 기준 금리가 1.3%입니다. 기존 방식대로 여기에 1.5배를 적용하면… 1.3%*1.5니까… 1.95%가 예금 금리 상한이 되네요… 그런데… 이제 일괄적으로 0.75%를 더하는 방식으로 바꾸니… 1.3%+0.75%해서… 2.05%가 예금 금리 상한이 됩니다. 네.. 예금 금리 상한이 높아지게 된 거죠. 1년 미만의 단기 예금을 땡길 때에는… 은행들이 보다 많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자.. 이런 배경 지식 하에서.. 앞에 인용한 기사를 다시 읽어보시죠. 재인용합니다.

 

“중국의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조정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4개월 연속 동결했음에도 불구, 1년 미만 예금금리는 올리고, 1년 이상 중장기 예금금리는 인하했다. 신화통신은 23일 중국 주요 시중은행들이 1년 미만 단기 예금의 금리는 올리고, 1년 이상 중장기 금리는 인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금융당국은 인민은행 벤치마크 예금금리에 일정 수준의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예금금리 상한을 설정하라고 고시한 바 있다. 예컨대 기존에는 인민은행 고시 금리에 150%의 가산금리를 곱해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기준금리에 0.75%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 경우 기존 3.15%(2.10% X 1.5)였던 2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2.85%(2.1%+0.75)로 0.3%포인트 인하된다. 3년짜리 정기예금금리는 더욱 떨어진다. 기존 4.125%(2.75%X1.5)였던 정기 예금금리는 3.5%(2.75%+0.75)로 0.625%포인트 떨어진다.

반면 1년 미만 정기예금금리는 오르게 된다. 6개월 단기 예금은 기존 1.95%에서 2.05%로, 3개월 예금은 1.65%에서 1.85%가 된다.”(아시아경제, 21. 6. 23)

 

네… 이제 잘 읽히시죠? 하나만 기억하시죠. 1년 미만 단기 예금 금리의 금리 상한은 올라갔구요, 1년을 넘는 중장기 예금 금리의 상한은 내려간 겁니다. 그냥 쉽게… 단기 금리는 오를 수 있게 했고.. 장기 금리는 지금보다는 낮아질 수 있게 한 겁니다. ㅇㅋ… 이제 무신 얘기인지는 알겠는데… 이런 짓을 왜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자..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중국인민은행은 이번 예금 금리 개혁을 통해 단기 금리는 높이고… 장기 금리는 낮추는 변화를 준 겁니다. 맞죠. 단기금리는 낮추고.. 장기 금리는 높인다… 단기 금리는 높이고 장기 금리는 낮춘다… 어디서 좀 들어본 것 같지 않으세요? ㅎㅎ 혹시라도.. 그 단어… 기억하시나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입니다.

 

과거 60년대 미국은 처음으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사용했었죠. 당시 미국 상황이 녹녹치 않았습니다. 경기 둔화로 인해… 미국에서 자본 유출이 나타나려고 했기에… 이거 나가지 못하게 잡아야 했죠. 그럼 나가지 못하게 하려면 다른 나라보다 많은 이자를 주는 게 답입니다. 그럼 금리를 올려줘야 하죠. 문제는.. 금리를 올려주니까…. 당시 가뜩이나 실물 경기 안좋은데 금리까지 올라가는 겁니다. 그럼 자본 유출을 잡으려니… 금리가 올라가서 실물 경제가 박살나고.. 실물 경기를 살리려니.. 낮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자본 유출이 심각해지고… 이른 바 진퇴양난에 처했던 거죠.

그래서리.. 미국은 이렇게 합니다. 대외 자본의 유출입은 단기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고… 실물 경제는 장기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안 거죠. 그래서 단기 금리를 높이면서.. 장기 금리를 낮추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쓰게 됩니다. 단기 금리가 높아지니.. 자본 유출이 제어가 되고… 장기 금리를 낮추니.. 실물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되는 거죠.

 

이제 중국으로 돌아옵니다. 단기 금리를 올리는 이유가 뭘까요? 단기 자금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납니다. 이는 위안화 약세의 요인이 될 수 있죠. 특히 테이퍼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이 너도 나도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 금리를 선제적으로 조금은 올려두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네.. 단기 금리의 상승은 혹여나 나타날 수 있는 자본 유출을 제어하면서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제어하게 될 겁니다.

네.. 그리고 장기 금리의 상한이 낮아지게 되면… 장기 예금 금리가 낮아지니… 은행들이 기존의 예대마진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낮은 금리로 장기 대출을 해줄 수 있겠죠. 이는 실물 경제에는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하나 더.. 중국은 인민들이 위안화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특히 핀데크 기업들을 제어하면서 재테크 상품 등이 크게 줄어들게 되니… 고금리 투자 상품들 역시 수년 전처럼 그렇게 많지 않죠. 그럼 은행 예금과 국채 정도가 투자 대상이 될 겁니다.

장기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 네… 중국 국채의 예금 대비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지니… 중국 국채로 자금이 몰려가겠죠. 그럼 중국 당국에서는 보다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중국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은 만큼 중국 국채를 사려는 외국인들 역시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요? 중국은 상당한 부채 부담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 중장기 국채에 대한 탄탄한 수요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울러 단기 영역에서 유동성을 흡수하고 장기 영역에서 금리를 낮춰주면서 은행들의 기업 대출을 늘리는 전략이 나오면…. 미국과 같이 일방적인 통화 완화가 아니라… 한쪽에서는 풀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조이는… 그림이 나타나게 되죠. 네.. 마구잡이로 돈을 퍼주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버블을 제어하면서 경기를 부양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겁니다. 앞서 인용한 기사의 뒷부분을 인용합니다.

 

“이번 예금금리 산정 방식 변경은 시중의 단기 유동성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중국 금융당국의 의지로 해석된다.

또 이번 산정 방식이 바뀜에 따라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등 기업 대출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년 이상 중장기 예금금리가 떨어짐에 따라 은행의 기업 대출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폈지만 올해부터는 경제가 정상화됨에 따라 완만하게 시중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면서 "이번 금리 산정 방식 개편으로 시중 단기 자금은 자연스럽게 회수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아시아경제, 21. 6. 23)

 

기사 뒷부분이 읽히시나요? 다른 국가들은 테이퍼링을 앞둔 포석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했죠. 중국은 테이퍼링을 대비하고… 마구잡이 돈 풀기라는 인식도 불식시키면서 지방 은행들이 예금 경쟁 부담을 낮추면서 더 많은 기업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이번 예금 금리 개혁을 단행한 겁니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뭐.. 머리 잘 썼다..ㅎㅎ 이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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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하게도 공산주의를 채택한 중국이 오히려 금융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건영 선생님은 여전히 쉽게 설명을 잘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