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참.. 걱정이 많이 됩니다. 2020년 2월에 시작되었으니 벌써 1년 반이 지난 거죠.
1년 반 동안 정말 답답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백신의 힘으로 이제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다시 이렇게 숫자가 올라오니 마음이 참 울적합니다.
아무쪼록 모두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백신을 맞고는 조금은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다시금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생각이 좀 많습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얘기 역시 비슷한데요… 지난 주말 에세이를 통해 전해드린 것과 상당히 비슷한 맥락입니다. 70년대 거대한 스태그플레이션의 파고를 겪은 이후 미국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혐오증을 아주 강하게 드러냈던 바 있죠.
인플레이션은 잡초와 같다는 얘기까지 있었으니까요… 제가 주말 농장을 몇 년 하면서 느낀 것은요… 아.. 이제 그만해야겠다… 애들한테 즐거움을 주기 전에 내가 죽겠다.. 이런 거거든요… 가장 큰 이유가 잡초입니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솟아올라오고 있는 거죠. 이거 참 답이 없어서 요즘은 농장 중에 검은 비닐을 씌워주는 농장에서 작물을 심는데요… 와.. 참 대단한 것이.. 검은 비닐 빵꾸난 곳에서 잡초가 솟구칩니다…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죠. 그 엄청난 생존력…
인플레이션이 잡초과 같다는 이를 가는 듯한 중앙은행의 코멘트는… 이 잡초를 잡기 위해 선제적인… 잡초가 번성하기 전에.. 번성할 것 같으면 미리 그 싹을 잘라서 예봉을 꺾어야 한다는 경험치를 얻게 합니다.
그래서 전세계 중앙은행은 2%라는 물가 목표를 설정한 후… 2% 가까이 물가가 올라올 것 같으면… 다시 다시.. 물가가 올라올 것 같!으!면! 금리를 인상하면서 선제적으로 물가 상승을 조져버리곤 했었죠.
네… 이걸 선제적(preemptive) 금리 인상라고 하죠. 그런데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그 분위기가 사뭇 변해버린 겁니다. 물가가 쉽게 올라오지 않는 거죠. 그 잡초들이.. 무슨 일 때문인지… (아마도 환경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겠죠) 쉽게 자라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네.. 이제는요… 선제적인… 즉 물가가 올라올 것 같으면… 그런 기대감이 생기면… 예측을 하면서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그렇게 올라온 물가가 상당 수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까지 확인하는 절차까지 가져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확인사살이 끝나면… 그제서야 금리를 인상하게 되죠. 네.. 전형적인 outcome based 금리 인상이 됩니다. 결과를 확인하고 금리 인상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참 존경하는 엘 에리언 교수님이 이런 얘기를 하시죠. Fed는 outcome based 금리 인상 때문에 계속해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라구요… 물가가 진짜 오를 것 같아요… 진짜 진짜 오를 것 같아요.. 그럼 당연히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럼 자신들이 물가 오른 것을 확인하고… 이렇게 오른 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지는 것까지 확인을 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까지 해놓고서는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할 수가 없겠죠. 그럼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구요.. 그래야.. 일시적이어야… 물가가 올라온 상태에서 상당 기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겠죠. 그래서 속된 말로 Fed가 자신들이 세팅한 outcome based 금리 인상의 프레임에 갇혀서 앵무새처럼 일시적이라는 코멘트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맞건 틀리건 엘 에리언은 천재인 듯 합니다. 저런 생각을 하다니.. 전 그냥 그런가 부다… 하고 있었는데요…
엘 에리언이 무슨 얘기를 했건 간에… Fed의 스탠스를 바뀌었습니다. 선제적에서.. 사후약방문 대응으로 공식적으로 바뀐 거죠. 그런데요… Fed가 이렇게 바꾸었다고 하면 시장 역시 이렇게 바뀌어진 프레임에 적응을 하고 있을까요? 지난 수십년 동안 Fed의 선제적인 금리 인상에 익숙해져왔던 시장인데… 그리고 Fed가 저렇게 변경하는 것에 대해 한 명 한 명 동의한 적이 없는데… 저런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해보죠. 저 어렸을 때 보면… 초등학교 때 옛날 책상에 짝하고 둘이 앉아있었죠. 워낙 좁아서 가운데에 선을 그어놓고 그 선 넘어오면 뭐든지 잘라버리겠다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우개 넘어오면 잘라버리고 연필 넘어오면 그만큼 부러뜨리고… 그런데요… 어느 날부터 이렇게 저 혼자 얘기하는 거죠. 룰을 바꾸자.. 너무 스트릭트한 것 같으니까.. 선을 넘어와도… 1시간 정도까지는 봐주도록 하자~ 라구요… 그러면서 저는 1시간 동안은 봐주자고 그렇게 정한 겁니다. 문제는… 제 짝이죠.. 그 말에 동의를 할까요? 일단… 1분도 넘어오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괜챦아.. 1시간까지는 봐준다니까.. 이렇게 말해도 기존에 데어본 경험이 있기에… 쉽게 넘어오지 않는 거겠죠.
저는 시장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말씀드렸던 이머징 국가들이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머징 국가들은 지난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에 상당히 고생을 했었죠. 막상 테이퍼링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시장이 붕괴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머징 국가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금리를 한꺼번에 빠르게 인상해야 할 겁니다. 테이퍼링으로 인해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되는데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금리를 너무 빠르게 끌어올리면 자본 유출은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는 피할 수 없겠죠. 그래서요… 예방주사를 맞는 겁니다. 그게 이머징 국가들이 최근에 단행한 금리 인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머징 국가들은요… 어쩌면 Fed가 말하고 있는 매우 늦은 금리 인상… 혹은 평균 물가 목표제에 대해서… outcome based 통화정책에 대해서 Fed만큼 공감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예비 동작을 취하게 된 거죠…. 그리고 그렇게 금리를 인상한 이머징 국가들은 가뜩이나 경기 둔화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금리 인상의 부담을 하나 더 안게 되는 거죠. 이는 빠른 성장 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요?
네… 이런 잡생각(?)도 해보면서 오늘 에세이를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