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 볼 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뭔가요’라는 질문… 어딘가에 세미나를 가면 어김없이 받곤 하는 질문이죠.
당황스러우시겠지만 당연히 답은 “그 때 그 때 달라요”입니다. 일견 성의없이 보일 수 있지만… 그냥 사례만 보셔도 답이 나오죠. 혹시 오늘 코로나 확진자수 혹시 아시나요? 저도 솔직히 그 숫자를 모르고 적고 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코로나 확진자수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죠. 어떤 때는 인도를 비롯한 이머징 시장의 코로나 확진자수를 보면서 이게 2차 충격으로 오지 않느냐… 델타냐.. 오미크론이냐.. 이거 구분해서 숫자 찾기도 하고… 이젠 추억이 되는 건가요? 지금은 코로나 확진자수는 적어도 마켓 보시는 분들에게는 전혀 관심거리가 되지 않고 있죠. 한 때는 가장 중요했던 지표가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주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마찬가지죠. 7~8년 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을 때에는 소비자물가지수보다는 소매 판매 지표, 혹은 중국 대출 지표.. 그리고 위안화 환율 등을 많이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럽 재정 위기 시기에는 그리스나 스페인의 국채 금리를 봤구요… 한 때는 미국의 회사채 스프레드만 보면서 전전긍긍한 적이 있었죠. 금융 위기 당시에는 TED 스프레드를 많이 봤는데요… 한동안 안정된 다음에는 관심에서 멀어졌었죠.(최근에는 많이 올라왔습니다..) 이 정도 사례만 보셔도 대충 그 때 그 때 달라요… 라는 말이 맞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질문이 바뀌어야겠죠.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지표를 많이 보느냐는 질문이겠죠. 저는 인플레 지표와 환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 지표는 이미 내려오고 있는 헤드라인 지표보다는 음식료와 국제 유가를 제외한 코어 지표를 보시는 게 중요하다고 보구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라고 봅니다.
우리는 종종 두가지 인플레이션을 혼용하는 경향이 있죠. 하나는 실물 경제에서 우리가 만나는 인플레이션이구요(실물 인플레라고 하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금융 시장에서 만나는 인플레이션, 즉 자산 가격 상승입니다. 사실 90년대 이후 돈 풀기가 본격화되면서(이른 바 연준 풋이죠) 자산 가격의 인플레이션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실물 경제의 인플레이션은 잠잠했죠. 자산 가격의 상승이 소비를 건드리고, 그 소비가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일본식 디플레이션의 우려를 잠재우는 스토리가 나와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자산 가격의 상승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그리고 혹여나 흔들리더라도 결국에는 중앙은행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40년의 경험을 통해 축적되자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죠. 코로나 이후의 흐름이라고 그거라고 봅니다.
자산 가격이 끝없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은 현재 굳이 저축을 쌓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죠. 물가가 높아도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자산 가격이 그 물가의 상승세보다 강하다면 미래의 자산 가격 상승 기대를 안고서 소비를 이어가도 문제는 없죠. 경기 부양을 위해 풀려나온 보조금이 소비에 쓰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물가는 급등세를 보이게 되죠. 자산 가격의 상승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서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자산 가격의 상승이 소비를 건드리고… 인플레이션이라는 병이 한번 제대로 걸린 만큼 이런 소비의 상승이 바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끌어올리는 흐름을 보이곤 하죠. 네.. 1분기에 은행 위기에 대한 기대(?)를 머금고 강한 흐름을 보여준 자산 가격이 실물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건드렸는지를 보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인플레가 후행 지표이기는 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은 부족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성이 다소 낮기는 하지만 우리가 꼭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6월 Nick Timiraos라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유명인이 된 사건이 있었죠. 6월 FOMC를 앞두고 50bp인상을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요… 갑자기 닉 티미라오스가 언론에 뉴스를 낸 거죠. 75bp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구요.. 기존에도 연준을 출입하는 기자였기에 외곽의 연준 대변인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그였기에.. 시장은 느꼈죠. 뭔가 있다.. 라구요.. 그리고 연준은 6월 FOMC 에서 기준금리를 75bp인상했구요.. 시장은 깜놀했죠. 물론 이런 빠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에 자산 시장은 환호하면서 잠시 후에는 급등세를 나타냈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낳았던 것이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꼬리를 감아 올렸던 데 있죠. 코어 인플레와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FOMC 직전에 발표되는 지표들인 만큼 5월 FOMC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더더욱 그렇겠죠.
환율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요.. 간단히 답변만 드리면요… 달러원 환율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환 보유고가 상당한 이머징 국가의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죠. 달러원 환율은 소폭 상승(원화 약세 & 달러 강세)했는데.. 원엔은 상당히 많이 올랐죠. 지난 해 11월에는 100엔 당 930원이었던 원엔 환율이 지금은 100엔 당 1000원 수준으로 올라와있습니다. 그리고 터키 리라화 환율과 러시아 루블 환율, 그리고 위안화 환율이 꾸준히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선진 통화 대비 약한 달러, 그 달러 대비 약한 이머징 통화들… 이 구도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를 조금 더 유심히 봐야할 듯 합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인가요? ㅎㅎ 그 날 에세이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