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3.04.25

환율
환율

환율에 대한 질문들이 많으셔서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최근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데, 달러원 환율도 상승하는… 글로벌 달러가 약세인데.. 그런 달러보다 원화가 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간단하게 엔보다 달러가 약하고, 그런 달러보다 원화가 약한 겁니다. 만약 가운데 있는 달러를 스윽 치워보면 원화가 엔화만 남는데요… 원화가 엔화보다 꽤 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죠. 지난 해 11월만 해도 원엔 환율이 100엔 당 930원 수준이었는데요, 지금은 원엔 환율이 1000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네.. 원화가 유독 약하죠. 그 이유에 대한 코멘트를 간단히 드리겠습니다.
 
일단 달러가 약해지는 이유는 두가지에서 찾을 수 있죠. 미국의 성장 둔화와 피벗 기대.. 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한 국가의 통화 가치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국가의 성장과 금리입니다. 미국의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미국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 이 두가지 기대가 합쳐지게 되면서 글로벌 통화 대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죠. 예상보다 유로존과 일본의 통화 정책이 긴축적일 것 같다는 기대감 역시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일본은 통화 정책 변경 기대를, 유로존 역시 추가 금리 인상 기대를 머금고 있죠. 한 쪽 국가의 금리는 더 이상 오르지 않을 듯 한데, 다른 쪽의 금리가 오른다는 얘기는… 일본이나 유로존의 낮은 금리에 기반해서 현지에서 돈을 빌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투자한 이른 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죠. 아직 뚜렷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시나브로 오르는 달러엔과 원엔 환율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달러가 약해지는 이유는 말씀을 드렸구요.. 이제 원화로 가보죠. 일단 지난 해 11월 이후 원화가 상당히 빠른 강세를 보였고… 그 되돌림이 나타난다는 기술적인 스토리를 말씀드려봅니다. 지난 해 10~11월 달러 당 1440원까지 치솟았던 원화 환율은 큰 폭 하락하면서 1210원대까지 무너졌었죠. 이후 2개월 여 기간 동안의 단기 낙폭은 다른 국가 대비 매우 강했습니다. 현재 1330원을 넘었으니 그 절반 정도를 빠르게 되돌린 겁니다. 단기 낙폭이 큰 만큼 되돌림도 다른 국가들보다 컸다… 그래서 원화 약세 속도가 강했다.. 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이런 기술적인 분석보다 펀더멘털의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원화 약세는 한국의 무역 적자에 기인한다.. 라는 얘기를 부정하기가 쉽지 않죠. 무역 적자는 수출에서 수입을 차감한 순수출이 부진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인 무역흑자국인데요, 왠만하면 흑자가 나는 국가가 최근에는 13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겪고 있습니다. 수출 사이드에서는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 겹쳐있죠. 반도체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중국 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못하면 못할수록 한국의 수출은 어려운 기간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 수입 사이드에서는 국제 유가를 바라봐야 하죠. 최근 환율의 변동을 보면 OPEC+의 감산 결정이 있었던 4월 초 이후 그 변동폭을 크게 늘리면서 조금씩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OPEC+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공급에 대한 불만을 표명하면서 감산에 돌입했죠. 이로 인해 배럴 당 60불대까지 하락했던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뛰어오르면서 금새 배럴 당 80불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한국 경제에 하등 도움이 될 수가 없죠. 수출의 부진이 다소 구조적(?)일 수 있다는 두려움과… OPEC+의 감산이 일회성이 아니라 미국과 OPEC+국가들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일 수 있다는 스토리.. 현재의 한국 무역 적자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하죠.
 
시장은 미래를 프라이싱합니다. 한 두 달의 무역 적자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던 환율도 시간이 지나도 쉽게 무역적자가 해소되지 않으면 그런 움직임을 가격에 반영하게 되죠. 환율의 기술적 반등 요인과 무역 적자에 대한 우려… 이 두가지가 최근의 환율 상승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고 봅니다.
 
환율의 상승은 결국 국내 수입 물가의 상승 압력을 높이게 됩니다. 수입 물가 상승 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이 다시금 이어지게 되면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겠죠. 지난 해에는 금리가 오르면 환율이 딸려오르는 분위기였는데요, 올해는 환율이 오르면 금리를 끌고 가는 그림이 되네요.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이어지는 원화의 약세는 달가운 시그널은 아닙니다. 조금 더 지켜보시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