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3.01.01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무쪼록 지난 한 해 아쉬운 일들이 있으셨더라도 모두 잊으시고 올 한 해는 소원하시는 일들 모두 이루어지는, 그리고 댁내에 행운이 깃드는 그런 한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간전망 3부 시작합니다. 연간전망 시작 전에 최근 마켓 컬러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일단 유로존 금리, 특히 독일 금리는 지난 해 10월 찍었던 전고점을 넘어섰죠. 일본의 YCC철회 이후 나타나는 현상은 일본과 유로존의 금리 상승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올라간 금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와 유로 캐리 트레이드에 영향을 주게 되겠죠. 캐리 트레이드의 핵심은 저금리에 약세 통화인 엔이나 유로로 돈을 빌려서 금리를 높게 주고 통화 가치도 높아지는 해외에 투자를 하는 겁니다. 여기서 금리 차익과 환 차익을 기대할 수 있겠죠. 그런데요, 만약 저금리로 돈을 빌리는 원류인 일본과 유로존의 금리가 크게 오르게 되면 시작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그럼 추가로 흘러나오는 돈이 없다면… 그렇게 해서 돈 줄이 막히게 된다면… 이미 나갔었던 캐리 트레이드 자금들은 어떻게 될까요.
 
구원군이 오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럼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먼저 빠져나올 수도 있겠죠. 그럼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해외 통화를 팔고 엔화와 유로화를 사서 되돌아오게 될 겁니다. 그럼 엔, 유로 강세가 나타나게 되겠죠. 그럼 금리 차익이 줄어들게 될 뿐 아니라 약세통화인줄 알았던 엔과 유로가 강세로 전환하게 되면서 캐리 트레이드는 양방향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이 경우 시차를 두고 캐리 트레이드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를 마구잡이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꺾어주는 겁니다. YCC의 상단을 0.5%로 올린 이후에도 계속해서 시장 금리가 그 상한을 위협하자… 일본중앙은행에서는 YCC상한 올린 거.. 그거 긴축 전환 아니라고 몇 차례 강조하고 있죠. 그러면서 상단을 위협하면서 튀어오르는 10년 국채 금리를 제압하려고 사상 최대 규모로 일본 국채를 매입하고 있습니다. YCC 해제 이후 일본과 유럽 금리 변화를 주시해야 할 듯 합니다. 다음 에세이에서 보다 자세한 말씀 드리도록 하구요… 연간 전망 이어가죠.
 
지난 에세이에서는 시장의 Buy the Dip심리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죠. 시장 사이드에서는 아직 밀리면 사야한다.. 라는 인식이 강하죠. 여전히 눌려있는 이유는 호구(?)라고 봤던 연준이 너무 완고한 표정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걸 꺾어놓기만 하면 언제든 튀어오를 수 있을텐데, 예전같으면 금리 인상 포기할게요.. 제발 회복해주세요… 라고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던 연준이 지금은 너무나 완고한 모습으로 시장이 흔들려도 거의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니까… 지금은 쥐죽은 듯 위축되고 있죠.
 
그러나 확실한게 하나 있습니다. 지난 15년의 기억은 연준이 돌아서면 바로 주가도 반등한다는 것이죠. 그 때 바닥에서 긁어서 하늘로 밀어올리는 상승장을 만끽하지 못한다면 투자에 실패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살아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 6월 말 경기 침체 앞에서 애틀랜타 연은의 보스틱 총재가 9월 정도부터는 쉬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니까 나스닥이 바닥에서 25%를 되돌렸던 기억들.. 그리고 10월 말로 넘어가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힘을 받으니까 자산 시장이 다우 존스 지수를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과정들.. 이런 움직임을 보였던 겁니다. 그냥 연초에 연준이 금리 인하로 돌아선다고 선언하면 어떻게 될까요? 혹은 금리 인상을 멈추겠다고 선언한다면? 네.. 주식 시장이 2019년 1월의 반등, 혹은 2020년 4월의 반등을 회고하면서 강하게 치솟으려고 하겠죠. 이게 시장의 Buy the Dip의 심리입니다. 그럼 시장의 반대편에 있는 연준의 생각도 봐야하지 않을까요. 오늘은 연준의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연준은 지금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죠.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위해 2개의 무기를 쓰고 있는데요, 한 손에는 고금리, 다른 한손에는 강달러를 들고 휘두르고 있습니다. 고금리는 잘 아실테구요,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를 높이고 원자재 가격을 억눌러서 인플레 압력을 낮추는데 도움을 주죠. 그런데요, 문제는 고금리와 강달러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미국 자체의 신체에도 손상이 가구요, 다른 국가들은 그야말로 초토화되는 겁니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달러 부채가 많은 편인데요, 달러 금리가 오르며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달러가 강세로 가면서 상환해야하는 원금(달러를 사서 갚아야하니.. 더 많은 돈이 필요하죠)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가 되는 거죠. 그리고 미국 경제도 문제가 되는 것이 금리 상승으로 인해 내수가 위축될 수 있고, 강달러로 인해 수출이 둔화될 수 있습니다. 미국 역시도 강달러와 고금리가 성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충분한 겁니다.
 
이걸 저 같은 아마츄어도 아는데 시장이 모를 리가 없죠. 지난 2019년에는 미국 이외 국가들의 성장 둔화가 미국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금리 인상을 멈추었던 바 있구요,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한 충격에 미국 경제가 폭풍에 휩싸일 수 있기에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섰던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미국과 신흥국 모두가 강달러 고금리의 파고에 휩싸이게 될 것이니.. 성장 둔화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고… 그럼 연준도 금리 인상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 이게 바로 연준 피벗론의 핵심이 되죠. 실제 연준이 이렇게 움직일 가능성이 보여질 때마다 시장은 환호하면서 어김없이 주가 급등, 금리 급락 & 달러 약세 전환이 나타나곤 했던 겁니다. 그런데요.. 잠깐 생각해보죠. 물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기에 그 속도를 늦춰요.. 그럼 금리 하락 & 달러 약세가 나타납니다. 저금리와 약달러… 이렇게 되면 바로 앞에서 싸우고 있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강하게 만들 뿐이겠죠. 그리고 자산 가격의 상승이 다시금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네.. 완화 시그널만 던져도… Buy the Dip이 기다리고 있기에… 바로 인플레 심리를 자극하게 되는 겁니다.
 
정리해보죠. 금리 인상을 하면.. 긴축을 하면 고금리 강달러를 만들면서 인플레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성장에 치명적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이를 걱정해서 발을 빼려고 하면 바로 저금리 약달러가 찾아오면서 인플레를 다시 키우게 되죠. 인플레를 다시금 키우게 되면… 인플레 장기화가 되고.. 인플레 장기화는 인플레 고질병…을 만들죠. 네.. 기대인플레이션의 고착화 스토리는 너무 많이 들으셔서 이제는 지겨우실 겁니다. 네.. 이미 인플레가 2년 이상 이어졌기에… 인플레 고착화 가능성이 높아지는지라 후퇴는 어려울 겁니다. 그럼 전진 앞으로인데.. 그럼 미국과 이머징 성장에 치명타를 줍니다. 와.. 진퇴양난이라는 말이 너무나 어울리네요.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연준은 성장은 신경 안쓴다고 했다라는 생각.. 네.. 미국의 성장 둔화 혹은 이머징의 부채 부담이 연준에게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런 비슷한 코멘트를 연준 위원들이 직접 한 적도 있구요.. 그런데요… 문제는 이런 이슈들이 미국의 국채 시장을 뒤흔들게 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왠만한 성장 둔화에는 눈 하나 깜짝 안하던 연준이라고 해도 만약 미국 국채 시장이 무너지는 등의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영국 중앙은행이 이걸 한 번 제대로 보여준 겁니다. 완고한 모습으로 금리 인상을 이어가다가 영국 국채 시장 붕괴 우려가 커지니까 바로 양적완화를 해버렸던 지난 10월의 기억이 바로 그거죠. 이걸 시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네… 이렇게 되면 돈을 푸는구나.. 라고 배우지 않았을까요? 그럼 시장은 금융 시스템 불안, 즉 금융 안정을 담보로 연준의 돈 풀기를 기도하게 되겠죠. 그리고 실제 미국 국채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 연준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실제 10월 말 정도 미국 국채 시장 불안이 극에 달했을 때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시장을 안심시켰던 기억이 있죠. 네.. 성장은 그냥 무시해버릴 수 있지만 금융 시스템 불안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이슈입니다.
 
만약 긴축을 더 이어간다면 성장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지만, 금융 안정에 대한 이슈가 불거질 수 있죠. 이게 두려워 물러서게 되면 약달러 저금리가 되면서 다시금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게 됩니다. 어느 쪽도 답이 되지 않는 거죠.
 
긴축도 완화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인데요… 여기서의 해법은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걸 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과한 긴축에서 벗어나구요… 벗어나려는 순간 시장이 환호하며 완화적으로 전환되는 것도 막아줘야 합니다. 어려운 미션인데요… 그럼 금융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는.. 극단적 리스크는 만들지 않는 아슬아슬한 긴축… 뭐라고 해야할까요.. 적당한 긴축을 통해 인플레를 제압하는 쪽으로 연준은 방향을 잡은 듯 합니다.
 
적당한 긴축이라는 얘기가 참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는데요… 긴축적인 레벨은 유지하지만 답없이 마구잡이로 과한 긴축을 하지는 않는 케이스.. 이런 거 아닐까요? 예를 들어서 10년 국채 금리가 4.0%정도 된다고 가정해보죠.. 현재도 과거보다 긴축적인 레벨입니다만… 여기서 금리가 더 올라간다고 것과 더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케이스는 확연히 다를 겁니다. 네… 높으면서도 더 높아지는 케이스와 높지만 더 높아지지는 않는 케이스.. 혹은 매우 천천히 높아지는 케이스는 확연히 다르다는 얘기죠. 네.. 그래서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고 얘기를 했죠. 그리고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랜 기간 유지하겠다고 하면서 완화로 전환했다고 환호하는 시장의 기대에 일침을 놓아버렸죠.
 
네.. 연준은 일단 금리를 급격히 더 올릴 것이라는 우려를 덜어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보다 강한 긴축에 선을 그었구요… 더 높은 금리로 더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완화에도 선을 그은 겁니다. 결국 긴축은 긴축인데… 금리 인상 속도를 조금씩 가져가면서… 25bp씩 인상하면서 시장이 견딜 수 있는 적정 레벨의 긴축 레벨을 찾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디가 적정 레벨인지 모르면 아주 조금씩 움직이면서 그 적정 레벨을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으면서도 완화적이지는 않은… 그야말로 적당한 긴축의 레벨… 그 레벨로 금리를 끌어올리고 꽤 오랜 시간 그 레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연준의 전략입니다.
 
바로 질문 나올 수 있습니다.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결국 긴축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금융 시스템 불안이 커질 것은 자명한데… 왜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하는가.. 라는 질문이죠. 저는 어디까지나 연준의 시간 끌기라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가면서…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다른 정책을 고민할 수 있겠죠. 대표적으로 은행권에서 미국 국채를 사들일 수 있게 하는 SLR규제 완화, 채권 펀드의 무분별한 환매로 인해 나타날 있는 국채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제도의 개선이 따라올 수 있죠. 그리고 달러 강세가 조금 풀리면서 이머징 국가들도 미국의 국채를 외환 보유고로 담을 수도 있죠. 그리고 이머징 국가의 채무 탕감안에 대해서도 미국은 중국과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머징 채무가 탕감되면 고금리 강달러로 인해 받는 타격이 상당 수준 약하지게 되겠죠. 그 동안 시간을 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쉽지 않겠죠.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면… 연준의 의도는 나이스한 외줄 타기인데 좌우로 쏠려서 떨어질 수 있쟎아요. 연준은 커뮤니케이션을 십분 활용하리라 생각합니다. 금리 인상 속도 옵션은 사라졌지만 더 높은 금리, 그리고 더 긴 기간 유지.. 라는 옵션은 살아있죠. 시장이 너무 두려워하면 금리 고점 레벨을 조금 낮추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서 달래줄 것이구요… 혹은 고금리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로 감동을 줄 수 있겠죠. 반면 갑자기 시장이 방만해질 듯 하면 금리 고점을 높이면서 더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겁을 다시금 줄 수 있을 겁니다. 금리와 달러 가치를 일정 수준… 이른 바 적당한 긴축의 수준에 가두어두려는 일종의 가두리… 가스라이팅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네… 제대로 긴축하기 위해 긴축의 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긴축의 속도 줄어드는 것만 보면 완화겠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제대로 긴축하기 위한 포석을 까는 거죠.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로 환호했던 시장은 ‘그게 아닌가벼…’라면서 다시금 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너무 크게 무너지면서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 금리 고점과 금리 고점 유지 기간을 옵션으로 해서 시장을 달래줄 수 있겠죠. 18명에 달하는 연준의 위원들은 모두 다른 소리를 하면서 시장을 울리고 웃기려 할 듯 합니다.
 
적당한 긴축의 레벨을 원하는 연준은 천천히 금리를 올리면서 적당한 긴축 레벨을 찾고.. 그 레벨에서 일정 기간 유지하면서 금융 안정을 위협하지 않는 레벨에서 인플레를 제압하려 하겠죠. 이런 연준의 의도가 먹힌다면 시장 금리는 일정 수준 높은 레벨에서 횡보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런 금리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달러 가치 역시 초강세는 아니지만 긴축적인 강달러 레벨을 유지하면서 횡보하게 될 겁니다. 적당한 고금리와 강달러 레벨이 이어지면서 시간을 두고 인플레이션을 지치게 만드려 하겠죠. 이게 내년 연준의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그런데요… 힘 빠지는 얘기가 되실 수 있겠지만.. 연준이 이 어려운 미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는 이런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중간에 out of control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의 일탈 이후 나타나고 있는 지금의 마켓 움직임 역시 연준의 의도와는 다른 그림 아닐까요? 시장은 Buy the Dip의 심리를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그 부작용을 익히 알고 있는 연준은 안정적으로 적절한 고금리와 강달러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기를 원합니다.
 
빠른 제압이 가능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 시간이 너무 오래 이어지게 된다면?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면… 아마도 올 한 해를 볼 때 우리가 제일 우려해야 하는 점들이겠죠. 다음 에세이에서는 올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리스크(4부)에 대한 말씀으로 이어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정리 에세이(5부)까지 해서 연간 전망을 총 5편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 말씀 전해드립니다. 힘찬 새해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