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네요.
이제 2022년도 막을 내리게 됩니다.
작년 이맘 때에 연간 전망을 고민하며 썼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새로운 연간 전망을 적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다… 라는 느낌이 뚜렷합니다. 지난 해 연간 전망을 하면서 말미에 그런 말씀을 드렸었죠.
올해 난이도가 정말 높을 것 같다구요… 매크로에서도 참 어려웠지만 자산 시장에서의 혼란 역시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3고 현상(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1년 내내 이어지면서 자산 시장을 짓눌렀죠. 고물가로 인해 연준은 고금리 처방을 했고, 고금리 처방은 달러 강세와 함께 고환율을 불렀답니다. 고환율은 한국 입장에서는 수입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며 물가 상승 압력, 즉 고물가로 재차 연결되었구요… 고물가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죠. 네.. 3고 현상이 무슨 하나의 루프처럼 빙빙 도는 현상.. 그게 올해 1년 내내 시장에는 부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루프가 있었죠. 인플레이션 쇼크가 금리의 쇼크를 부르고, 금리의 쇼크가 경기 침체 쇼크를 부르는 구조였죠. 그리고 그렇게 경기 침체 쇼크가 강해지면서 연준 피벗에 대한 기대가 소환되고, 자산 가격이 오르고… 주춤하던 인플레가 다시 강해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야기하는.. 물가 쇼크, 금리 쇼크, 침체 쇼크가 돌아가면서 자산 시장의 흐름을 뒤집어놓는 그림들도 만났었습니다. 이렇게 매크로 환경이 미친 듯이 바뀌니.. 자산 시장의 투자 난이도가 극강이었을 수 밖에 없었겠죠. 어쩌면 소나기는 피해가라.. 그런 얘기가 정석이 되는 한 해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네.. 매크로 환경의 변화가 컸던 2022년, 내년에는 이런 꼬여있는 상황이 풀려나갈 수 있을까요.. 이번 주 에세이는 연간 전망으로 이어드리고자 합니다. 전망이라고 하니 기대하시는 분들 계실 수 있는데요.. 주가나 금리 환율이 어찌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올해는 어떤 이슈들에 주목해야 할지에 대한 꼭지를 잡아드리는 정도입니다. 올해 말씀을 드리기 전에 지난 연초에 했던 2022년 전망의 타이틀, “기묘한 이야기”에 대해 되돌아보면서, 내년에는 어떤 이슈들을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드리는 방향으로 이어갈까 합니다.
우선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시면 올해 1월 1일부터 6일까지 4차례에 걸쳐 포스팅한 에세이 “기묘한 이야기”를 보실 수 있는데요.. 저는 그 때의 문제 의식이 내년인 2023년에도 영향을 상당히 주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0~2021년의 거대한 부양책의 파티는요.. 엄청난 숙취를 부르게 되죠. 술자리가 흥겨울수록 다음 날 아침 숙취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20~21년 이례적인 상승장이었던 만큼 올해 1년 내내 그 숙취를 해왔다고 보시면 되겠죠.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핵심들만 되돌아보겠습니다.
기묘한 이야기에서는 전체적으로 7가지를 말씀드리고 있죠. 첫번째 기묘한 이야기는 양적완화의 역설이었습니다. 양적완화를 통해 공급한 유동성은 자산 가격을 밀어올리고, 이렇게 올라간 자산 가격에 힘입어 소비가 늘어나며… 소비의 증가는 기업 투자 증가로, 그리고 고용 증가로.. 그리고 성장 확대로.. 마지막으로는 그런 성장에 힘입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즉 건강한 인플레이션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죠. 이게 양적완화를 진행하는 최종 목표일 겁니다. 워낙 어려운 디플레이션의 늪 속에서 살았기에 성장을 제 궤도로 올리기 위해서는 거대한 양적완화와 같은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런데요.. 이게 역설적으로 다른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이건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요… 어쩌면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자산 가격과도 상당한 연관이 있음을 의미하게 되겠죠. 아니.. 조금 더 어려울 얘기일 수 있지만 당장의 자산 가격보다도 미래의 자산 가격에 대한 기대와도 연관이 클 수 있습니다. 주가가 많이 하락했으니 이제 일자리로 복귀한다가 아니라.. 주가가 싸졌으니 더 많이 투자를 해서 더 많은 수익을 내면 된다는 기대.. 이런 기대가 인플레이션과 만나있다는 고민을 해볼 수도 있겠죠.
자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는 거죠.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자산 투자를 통해 얻는 소득이 많아집니다. 불경기가 찾아오면 되려 좋은 것이 돈을 풀게 되면서 자산 가격이 오르니 일자리를 찾아 돈을 벌지 않고 그냥 자산을 사들여서 투자만 하면 자산 가격 상승 발 소득의 증가를 경험하게 되는 겁니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겠죠. 소비의 증가는 수요의 확대를 말합니다. 그런데요..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생산 활동이 줄어들게 되고… 공급의 축소를 경험하게 되죠. 미국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급은 부족한데.. 자산 가격 상승 기대와 맞물려 여전히 수요가 강한 그림.. 이게 인플레를 만들어낸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 인플레가 건강한 인플레가 아니라는 점이 에러가 아닐까 합니다. 이게 첫번째 양적완화의 역설인데요… 그 후유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 합니다. 여전히 미국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죠.
두번째 기묘한 이야기는 고압 경제의 역설이었습니다. 워낙 디플레의 늪에 강하게 박혀있기에.. 여기서 빼내기가 너무나 어려웠던 것이죠. 디플레에서 벗어나기가 너무나 어려웠기에… 거대한 부양책을 쓰면 간신히 밀려올라오는 듯 하다가.. 그 고삐를 놓으면 다시금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그런 디플레의 늪이 워낙에 깊었기에… 연준은 고압 경제를 생각했죠. 상시적으로 초과 수요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함을 느껴왔던 겁니다. 그러다 만난 코로나 상황… 고압 경제를 진행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은 만큼 과도한 부양책이 터져나왔던 거죠. 그런데… 그리고 그런 강한 부양책에 힘입어 물가가 올라오고 있음에도 일시적이라는 얘기를 했던 겁니다. 기존에 끌어올리려다가 실패하고… 끌어올리려다가 실패하고… 이런 경험이 오랜 기간 반복되었기 때문이겠죠. 디플레의 기간이 너무나 길고 절망적이었기에…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과한 부양을 했고… 그 과정에서 거대한 인플레를 부르게 된 역설… 기묘하다고 할 수 있겠죠.
세번째 기묘한 이야기는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면서 자생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죠. 그리고 혁신 기업들의 성장 견인에 힘입어 미국의 성장 펀더멘털은 강해졌구요.. 오바마 행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무역 전쟁 및 미국으로의 리쇼어링, 법인세 인하,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IRA까지 미국으로 성장을 집중시키려는 정책들이 계속해서 쏟아져나왔죠. 기축통화국 미국은 탄탄한 성장을 보입니다. 그리고 물가가 오르니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죠. 연준은 미국 경제를 보면서 금리를 인상했지만 미국 금리는 전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에러입니다.
미국은 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버티지만 Non-US국가들은 힘겨워합니다. 그런데요… 그런 Non-US의 고통이 미국으로 되돌아가게 되죠.. 그게 바로 스필 오버와 스필 백입니다. 올해 4분기 G20 정상회담과 G20재무장관 회담의 키가 되었던 이슈였죠. 미국의 나홀로 성장… 혼자 성장하면.. 혼자 다 먹다보면… 인플레라는 성인병과 함께 다른 나라의 충격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스필백 충격도 함께 받게 됩니다. 스필백으로 인한 성장 둔화와 인플레가 찾아오면… 성장 둔화 & 인플레니까 스태그플레이션이 되는 거겠죠. 나홀로 성장의 역설… 연초 전망에서 적어드렸던 세번째 기묘한 이야기였죠.
네번째는 중국의 성장 이슈입니다. 미국과는 성장의 사이클이 다르죠. 제일 먼저 코로나를 겪으면서 완화에 들어갔구요… 그러다가 20년 8월… 다른 국가들이 일제히 경기 부양에 나설 때 혼자 긴축에 돌입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구 전략을 쓴 국가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지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인플레 압력이 낮습니다. 중국의 2%대 물가는요.. 일본의 3%대 물가보다도 낮은 수준이죠.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는 다른 중국의 성장 사이클.. 올해는 이례적으로 낮은 중국의 물가를 낳았다면… 내년에는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해봅니다.
다섯번째는 실질금리에 대한 얘기였죠. 21년 12월 뉴욕 연은 윌리엄스 총재의 코멘트를 인용하면서 드렸던 얘기였는데요.. 윌리엄스 총재는 실질 금리를 중립 레벨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얘기를 했었죠. 명목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인플레이션보다 낮으면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플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금리…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양적긴축 역시 함께 진행될 수 있음을 적어드렸던 겁니다. 명목을 보면서… 2~3%면 높은 거 아님… 이라고 했던 생각을.. 실질로 인플레를 감안해서 보면 여전히 낮네.. 라는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죠. 다섯번째 기묘한 이야기였답니다.
여섯번째는 튜브의 비유였는데요.. 이거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연초에 연준의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이 예상되자.. 시장 참여자들은 물가가 올라도 물가 상승을 전가할 수 있는 빅테크를… 그리고 금리가 올라도 이자 부담이 적은 빅테크를… 성장이 둔화되어도 성장의 희소성을 바탕으로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빅테크를 선호했었죠. 그래서 저는 빅테크를 “완전 자산”이라는 코멘트로 전해드렸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완전 자산이 그런 빅테크의 실체라기보다는… 더 많은 돈의 쏠림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수 있음을 언급해드렸죠. 튜브의 바람 빼기.. 한쪽 바람을 빼기 위해 튜브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되려 부풀어오르는 매직… 연초… 빅테크로의 쏠림이 과도했음을 언급해드렸었죠.
마지막 기묘한 이야기는 공조에 대한 기대였는데요… 중국과 미국의 공조가 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중 무역 분쟁이 다소 완화될 것을 기대했었죠… 그런데 되려 러-우 전쟁과 함께 공조는 답없이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페트로 위안 얘기까지 나오면서 공조의 기대는 더욱 더 멀어져갔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직 버틸만 하니까 이렇게 갈등도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공조는 서로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공조는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이루어짐을 강요당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어려웠지만 내년에는 공조의 실마리가 풀려나가길 기대하면서 연간 전망에 이 얘기도 함께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7가지 기묘한 이야기들을 적어보았는데요… 전망이라기보다는 2022년 한 해 동안 이슈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적어둔 에세이였죠. 1년 전의 글을 다시 회고해보면서 느끼는 것은요… 여전히 이런 얘기들이 아직 유효하다는 겁니다. 여전히 숙취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이구요… 그 숙취의 중심에 있는 알코올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올해는 이런 이슈들이 어떻게 디벨롭이 될지.. 그리고 어떻게 풀려나가게 될 지.. 이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숙취는 시간이 걸릴 뿐 무조건 풀리게 될 겁니다. 시간의 문제이지.. 숙취의 시간 동안 고생만 하면 되는 것이지 그 이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죠. 그런데요… 숙취가 아닌 간의 문제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죠. 인플레가 일시적, 혹은 순환적인지.. 아니면 구조적이 이슈가 되는지도.. 내년 전망에서는 관건이 되리라 봅니다.
연간 전망 1부, 지난 1년의 회고를 이 정도로 줄입니다. 주중에 연간 전망을 계속해서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