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 완화로 인한 자산 시장 랠리로 인해 묻혀버렸지만 지금 매우 중요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죠. 바로 G20 정상회담입니다. 참고로 지난 달 중순 있었던 G20 재무장관 회담 이후 달러 강세, 그리고 금리 인상에 대한 기조가 살짝 조절이 되었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얘기들이 오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친 김에 국제공조 얘기까지 나오면서 문제 해결을 해주면 좋겠다.. 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달러 강세… 이게 미국에 유리할까요. 장단점이 있을 겁니다. 달러 강세를 유지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수입 물가의 하락을 만들어내어서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을 때 이를 낮추는 천군만마가 되어줄 수 있죠. 인플레와의 전쟁에 있어 필수가 바로 강달러일 겁니다. 그리고 환율이라는 것이 특정 국가가 조작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장 원리에 의해서 형성되는 게 맞겠죠. 미쿡 역시 이걸 계속해서 강조해오고 있습니다(물론 수시로 이런 원칙은 흔들리곤 하죠… 그 중심에는 국제 공조가 있곤 합니다) 즉, 시장 원리를 지키고 인플레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달러는 장점이 충분히 있겠죠.
장점이 있으면 당연히 단점도 존재할 겁니다. 강달러로 인해 신흥국들이 어려움에 빠지게 되는 게 핵심이죠. 이렇게 되면 적어도 미국의 수출은 매우 어려워질 겁니다. 신흥국들은 전체적으로 달러 부채가 많은데요.. 달러 강세가 나타나게 되면 달러 부채 부담이 훨씬 더 커질 수 있겠죠. 상환할 때 달러를 사서 갚아야 하는데.. 달러 구입을 위해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할 테니까요.. 이자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데 달러가 강세가 되면 와.. 달러를 사서 이자를 갚아야 하는데.. 달러 구입 비용이 올라가게 되니… 부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겁니다. 강달러는 미국의 수출 가격을 높이게 되는 건데요… 미국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신흥국의 달러 강세로 인해 해당 국가의 수요가 위축될 뿐 아니라(부채 부담으로) 다른 한 편에서는 달러 강세로 인한 수출 제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출에는 매우 큰 악재가 될 겁니다.
하나 더.. 단순히 수출 기업이 힘들어요.. 로만 해석이 되지 않는 것은… 달러 강세를 막기 위해 Non-US국가들이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서게 되면서 미국 국채를 파는 이야기..(이제는 거의 상식처럼 얘기하고 있죠..^^) 이게.. 유동성이 얇아진 미국 국채 시장에 타격을 주게 되면서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으니… 미국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신흥국을 뒤흔들고… 그 부작용이 다시 미국 경제를 뒤흔드는 이런 악재를 제어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네.. 달러 강세와 약세의 장단점이 뚜렷이 존재하는 거죠.
일단 미국 재무부의 입장은요… 인플레 제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장 환율이라는 원칙도 중요하다고 하죠. 그럼 강달러네…. 그럼 신흥국 죽었고.. 이게 또 미국도 힘들게 하겠네… 라는 로직으로 귀결이 되겠죠. 여기에 대해 신흥국 살리기 위한 방책을 준비하게 됩니다. 결국 신흥국이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은 바로 부채입니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세가 되는 것이 어려운 거죠. 결국 답은 부채 부담이 크지 않다면 지금의 인플레 제압을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 혹은 강달러를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겠죠. 하나 더.. 신흥국의 성장이 강하게 나와주면 됩니다. 그런데… 미국도 긴축한다고 하고 중국은 봉쇄를 하고 있으니.. 신흥국이 성장할 룸이 보이지 않겠죠. 그런데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신흥국의 부채 문제, 그리고 중국 봉쇄로 인한 신흥국의 성장 둔화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자.. 인플레 제압을 위해 강달러가 유지되더라도 신흥국의 부채가 많지 않다면… 그 충격이 우리가 우려하는 만큼 크지는 않을 겁니다. 네..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신흥국의 부채 문제.. 그리고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스필 오버.. 및 그로 인한 Spill back에 대한 이슈 속에서 말씀드렸던 고민을 지난 달 옐런 재무장관이 언급했던 바 있죠. 인용합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라며 '강달러' 기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해야 할 일에 대해 결정했다"면서 "가격 인상을 통제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밝혔다.(중략)
현재 달러 강세의 대부분은 경제충격과 정책 대응이 국가별로 상이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옐런 장관은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market-determined exchange rates)이 달러에 있어 최선의 시스템이며 이를 지지한다"며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중략)
아울러 옐런 장관은 인플레이션과 강달러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선진국에서 나머지 세계로 거시경제적 긴축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그리고 우리는 공동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중심으로 뭉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도전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가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중국을 포함해 모든 주요 채권국들은 후진국을 위해 채무 면제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뉴스1, 22. 10. 15)
네.. 앞의 두 문단은 강달러 유지의 긍정적 측면을 말합니다. 인플레 통제에 도움이 되고 달러 강세가 시장 원리에 입각한 것이라는 얘기죠. 세번째 문단부터 분위기가 사뭇 바뀌는데요.. 강달러로 인해 개발도상국이 힘들어진다는 얘기를 하고 있죠. 이로 인해 충격이 다가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데요… 그에 대한 해법이 마지막 문단에 나옵니다. 네.. 중국을 포함한 주요 채권국들은 후진국들을 위해 채무 면제를 제공해야 한다고 나오죠. 헉.. 채권국들한테… 신흥국의 채무를 면제해주는 게 맞다는 얘기네요. 일단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만약 채무 면제가 나오게 되면 신흥국은 숨을 쉬게 되지 않을까요? 참고로 80년대 초반 볼커의 강한 금리 인상에 무너지던 신흥국들은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브래디의 이른 바 “브래디 플랜”에 힘입어 채무 감면을 받게 되면서 회복의 기회를 얻게 되었던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긴축 기조가 강해지고 있을 때… 채무 면제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 확연히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채권국에게 채무를 면제해주라는 요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주요 채권국에는 중국이 들어있다는 점이죠. 미중 무역 전쟁으로 가뜩이나 양국의 사이도 좋지 않은데 과연 채권국이.. 그것도 중국이 최근에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미국 말을 들으면서 채무국들의 채권을 면제해줄 것인가.. 에 대한 꿈과 같은 기대가 들어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요… 바이든과 시진핑이 3시간 이상의 환담을 나누었다는 얘기가 들려오죠. 그리고 바로 아래 레벨의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와 미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준비하는 옐런 재무장관의 코멘트를 들어보죠.
“그러나 두 나라 간 긴장이 높아진 것은 '미국이 자국 경제의 발을 묶어두려 한다'는 중국의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옐런 장관은 주장했다. 인터뷰에서 옐런 장관은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등의 우리 정책에 대한 그들의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도 "그건 중국 경제를 완전히 마비시키고 중국 경제 발전을 멈추려는 시도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민은행 총재와의 만남이 거시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비공식 대화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국가 안보를 우려하지만 우리의 정책이 중국에 의도하지 않은 광범위한 영향을 준다면 그들의 우려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그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2. 11. 13)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중국이 오해하는 게 있다. 우리는 그들을 해하려는 게 아니다..(해치지 않아… 라는 영화 제목이 생각나네요..) 중국의 얘기를 들어보면서 무언가 대응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바로 이런 인용문을 확인할 수 있죠. 한단계 더 나아갑니다.
“옐런 장관은 또 저소득 개발도상국의 부채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에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는 적지않은 개도국들의 양자 부채를 조정하는 데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옐런 장관은 "중국의 부동산 부문에 대해 더 좀 더 많이 알고 싶다"며 "미국 상황에 대해서도 그에게 업데이트해 주려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연합뉴스, 22. 11. 12)
자.. G20정상회담 직전 옐런 장관의 코멘트입니다. 중국에게 바라는 몇 가지에.. 위시 리스트에 개발도상국 부채 문제 얘기가 나와있네요. 개도국의 부채를 조정하는데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앞에서 드렸던 말씀 기억나시나요? 네.. 신흥국의 부채를 줄여준다면 강달러 혹은 금리 인상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말씀.. 이게 포인트가 될 겁니다. 그리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관계 개선부터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관계의 개선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함께 살기 위한 공조의 의미에서 중국을 비롯한 채권국들이 채무를 탕감해준다면… 강달러로 인플레를 제압하면서도.. 부채가 많지 않기에 그 충격이 글로벌 경제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확산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인플레와 전쟁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나타날 수 있는 스필 오버, 스필 백의 부작용을 부채 탕감과 같은 공조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겠죠. 이렇게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일정 기간 이어가면서 인플레를 발본색원하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미국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를 제압하려는 과정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적은 단순히 성장의 둔화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불안일 겁니다. 미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 부족이 그 하나가 될 수 있구요, 신흥국의 달러 부채 리스크로 인한 스필 백이 다른 하나가 될 수 있겠죠.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제도 변경을 통해… 혹은 규제 완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시도가 엿보이구요… 신흥국 스필 백은 부채 탕감 공조를 통해 풀어나가려는 의도가 보여집니다. 그럼 금융 시스템 불안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면 연준은 높은 금리를 일정 기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궁극의 거대한 충격없이.. 그리고 이렇게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과 함께 과도한 투자 심리 역시 일정 수준 식혀줄 수 있지 않을까요.
연준은 말합니다. 경착륙이 아니라 연착륙이 가능하다라구요… 거대한 금융 시스템 불안의 충격이 경착륙이라면… 여기에 각종 방어막과 쿠션을 대주면서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전략.. 지난 달의 G20 재무장관 회담.. 그리고 이번의 G20 정상회담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착륙 리스크에서 벗어나 연착륙이 된다면… 부채 부담을 덜어낸 데다가… 미국이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시기에 신흥국은 상당한 힘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너무 설레발일 수도 있지만 변화의 희망을 갖고 향후 흐름을 모니터링해보는 것도 필요할 듯 합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