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2.11.13

CPI 서프라이즈.. 시장이 정말 간만에 환히 웃은 듯 합니다. 헤드라인 뿐 아니라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까지 밀려내려가면서 인플레이션 정점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데요, 나스닥 지수가 목요일 밤 7%, 그리고 금요일 밤 2%가까이 상승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제대로 키우고 있죠. 달러 약세가 동반되면서 달러 강세로 인한 부채 부담으로 인해 힘겨워하던 이머징 국가들에게 한줄기 빛이 들어오게 되죠. 달러 빚 부담으로 답이 없다… 라고 해서 극단의 비관론을 반영하던 이머징 국가들에게 숨통이 트여지면서 이들 금융 시장 역시 일제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성장이 되돌려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 역시 방긋 웃기 시작했죠. 달러원 환율 역시 달러 당 1320원을 하회하면서 강달러 기조를 한 차례 크게 눌러주었답니다. 현재까지는 이런 상황일진데.. 앞으로는 어떤 분위기가 형성될까요.. 그 얘기를 자세히 해볼까 합니다.
 
우선 2019년 1월과 같은 상황이 되는지를 생각해보도록 하죠. 당시 시장이 무너지던 상황에서 연준은 금리 인상을 멈추게 되었구요… 이후 2019년 3월에 양적 긴축 역시 멈추었고, 2019년 7월에는 금리 인하에 돌입하게 되었죠. 2018년 1년 내내 하락하던 주식 시장은 2019년 강한 반등세로 전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때의 상승장은 코로나로 인해 무너졌지만 코로나 직후 터져나온 강한 부양책의 힘으로 주식 시장은 다시 한 번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보여주었죠.
 
이 때 풀어놓은 유동성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 돈이 다 어디갔는가.. 숨어있을 뿐이죠. 수차례 들었던 예시처럼 갯벌의 꽃게들과 같은 겁니다.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가는데… 한 걸음 내디디는 순간… 그 많던 꽃게들이 한 순간에 마법처럼 사라지는 거죠. 사라진 게 아니라.. 숨어버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겁니다. 그럼 그 꽃게들은 언제 다시 나오게 될까요. 네.. 사람이 떠나면 다시 나오게 됩니다. 고도로 똑똑한 꽃게들은 그 사람이 이제 거의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그래서 떠나기 직전이라 추가로 꽃게 잡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사람이 있건 없건 튀어나와서 활개를 치고 다니곤 하죠. 이상하게 물고기 잡이를 끝내려고 할 때.. 이상하게 꽃게 잡이를 끝내려고 하면서 갯벌을 보면 이 때는 꽃게가 많아지는 기현상이 이렇게 설명되지 않나 싶습니다.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도 빠를 것이다.. 라는 두려움에 숨어있던 꽃게들… 이제 CPI로 인해 금리 인상 전망에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하니까 금리 인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기어나오기 시작했죠. 얼리 버드 아닌가요.. 일찍 튀어나오는 꽃게가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얼리 크랩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최근 에세이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많이 하락했는데.. 언제 주식을 사서 수익을 크게 올릴까.. 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상당히 많은 듯 합니다. 절대 금리 레벨이 높은데도… 10년 국채 금리가 살짝만 꼬리를 말아도 오늘이 주가 저점인가~~ 하면서 마구 밀려들어오곤 하죠. 이런 상황에서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다시 한 번 제대로 환호하기 시작했던 거죠. CPI가 완화되면 결국 향후에는 연준이 돈 풀기로 전환될 것이니.. 이 돈 풀기로 인한 회복의 초기 단계인 지금 주식 매수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이게 지난 이틀 동안의 주가 급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산 가격은 많이 하락했는데.. 유동성이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 이로 인한 강한 반등의 서막… 이게 2019년 1월과 비슷하다고 보는 거죠. 한 마디로 밀리면 사자… 즉, 바이더딥(Buy the Dip)의 기운이 여전히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승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인가.. 이제 약세장 종료 & 강세장 전환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는가… 저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몇가지 말씀드려보죠. 첫째… CPI가 7.7%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고… 2%로 수렴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2%로 수렴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화될 리스크가 더욱 더 커질 수 있죠. 높은 인플레가 상당 기간 이어졌을 때 인플레이션은 고질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하기 정말 어려워지죠. 연준은 이걸 궁극적으로 가장 두려워하고 있구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를 넘은 것은 지난 해 3월이었답니다. 현재까지 1년 9개월 정도 지났죠. 사람으로 따지면 1년 9개월 째 기침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게 폐렴과 같은 고질병이 되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할까요. 물론 날짜를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고질병이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되겠죠. 연준이 여기서 한달 인플레가 개선되었다고 해서… 아직 목표점인 2%까지 되돌리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만큼 멈춰서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CPI의 하락은 좋은 소식이지만 자산 가격 바닥에 대한 기대감까지 반영하면서 다소 과도하게 반응한 면이 있지 않나 싶네요.
 
소비자물가지수 흐름을 되돌아보죠. 10월 CPI는 지난 9월의 8.3%에서 7.7%로 내려왔는데요… 매번 이렇게 0.6%씩 고정적으로 하락한다면 지금의 파티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런 속도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죠. 12월에 발표된 11월 CPI의 하락 속도에 시장은 다시 한 번 주목을 하게 될 겁니다. 또한 7%이상의 높은 CPI 레벨에서는 빠른 하락세를 보일 수 있지만.. 5~6%대로 내려오면서 그 하락 속도가 낮아질 개연성 역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죠. 참고로 지난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8.6%를 찍은 이후 4월에 8.3%로 소폭 하락했었죠. 이후 시장은 고점 찍었다 하면서 환호하며 강한 반등세를 보였던 바 있습니다. 그러다가… 6월에 재차 9.1%까지 올랐던 기억이 있죠… 이후 내려올 때에는 9.1%에서 한 번에 8.5%로 밀어내렸지만(7~8월)… 그리고 이렇게 밀어내리면서 0.6%나 내려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빨리 낮아진다며… 주식 시장에 랠리가 잠시 찾아왔지만… 이후에는 그 하락 속도가 주춤해지면서… 7~8월의 하락 속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자산 시장의 긴장감이 재차 불거졌던 기억이 있죠.
 
실제 연준 위원들 역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를 확인한 이후 환영할 만한 숫자라는 얘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안심하면 안된다…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며 속도 조절은 하겠지만 최종 금리 레벨은 더 높을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지난 토요일 새벽 발표된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은 다시금 고개를 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플레이션의 하락 속도가 이렇게 빠를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떡 줄 연준 위원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난 것처럼 환호하고 있는 듯 하네요. 지난 10년간 만들어왔던 바닥에서 사들였을 때의 짜릿함… 그 짜릿한 기억을 잊지 못하기에 많이 하락해있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그리 크지 않은 듯 합니다. 계속해서 오늘이 저점인가.. 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죠.
 
두번째로.. 자산 가격이 인플레이션과 연동이 되는 케이스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 자산 가격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한다면… 지금의 자산 가격 반등이 내려오는 인플레이션을 재차 밀어올릴 수도 있구요… 어쩌면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속도를 주춤하게 만들 수 있겠죠. 네… 금융 시장이라는 것이요…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어떤 액션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리액션을 하는… 약동하는 생명체와 같죠. 지금처럼 강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면 그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플레가 주춤할 수 있고… 빠르게 하락할 수도 있지만 하락하는 것을 보고 살짝 한발짝 물러난다면 다시금 고개를 들 수 있죠. 하루에 7%씩 오르는 나스닥이 이를 대변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6~7월 사이 연준이 75bp금리 인상을 두차례 연속으로 단행했음에도 자산 시장에서는 환호성을 질러댔죠. 저렇게 금리 올리면 물가 잡힐 거고.. 경기 침체 올 거고… 자산 가격 하락하게 될텐데 얼마나 나중에 돈을 더 풀려고 저러냐.. 라면서 연준에 맞서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죠. 불과 1개월 사이에 나스닥 지수가 저점 대비 25% 반등하는 기염을 토했죠. 이 모습을 보면서 캔자스 연은의 에스더 조지 누님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인용해보죠.
 
“이어 조지 총재는 "미래의 금리 인상 속도와 궁극적인 수준이 여전히 논쟁거리"라며 "그 정지점이 어디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리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확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주가 급등을 포함한 미국 금융 상황의 완화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인식에 근거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중략)
 
또 그는 7월 미국의 인플레이션 하락이 좋은 소식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가 하락의 대부분이 에너지 비용과 관련이 있는 반면 기타 서비스 및 상품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연합인포맥스, 22. 8. 19)
 
위의 인용문을 보시면 첫번째 문단에서 조지 총재는 주가 급등이 금융 상황의 완화라고 표현하고 있죠. 매우 중요한 얘기입니다. 인플레를 제압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데… 긴축을 하는데 되려 완화가 나타난다는 것이 하나의 역설 아닐까요? 그러다보니… 두번째 문단을 보시면 7월 인플레가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죠. 그리고 이런 예고편은 8월 말 잭슨홀에서 파월 의장의 경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아마 6~7월의 연준의 금리 인상을 피식 비웃는 자산 가격의 급등이 없었다면… 8월에 파월 의장 역시 그렇게 강하게 반응하지 않았겠죠. 지금의 자산 가격 상승이 되려 연준을 자극하는 상황… 올해 1월 말, 3월 말, 6~8월에 나타났던 강한 반등의 케이스를 닮아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근거가 됩니다. 실제 CPI가 하락하며 7%의 주가 상승을 만들어냈던 지난 목요일 밤에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주춤했지만… 금요일 밤 2%가까운 나스닥 추가 반등이 나왔던 시기에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죠. 그리고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번째로 미국 사람들의 저축에 대해 생각해보죠. 그 어느 때보다 코로나 당시 보조금이 많이 풀렸기에 미국인들의 저축이 많다고 하죠.. 그리고 미국 사람들의 고용 역시 탄탄하다라구요.. 저축이 많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충격이 찾아와도 급격한 실물 경제의 둔화를 제어할 수 있다… 이런 얘기가 있죠. 맞는지 잠시 생각해보는 겁니다. 이렇게 한다면 가능합니다. 홍길동이 저축이 많은데요.. 앞으로 어려운 시절이 찾아올 것 같은 겁니다. 그럼 쟁여둔 저축을 아껴두면서 … 아주 조금씩 쓰면서 그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겠죠. 그럼 굶어 죽지 않고 쟁여둔 저축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좋은 날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이례적인 속도의 금리 인상에도 심각한 침체보다는 마일드한 침체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연준의 속내에는 이런 상당한 저축이 주는 일종의 버퍼(buffer) 효과… 이에 대한 믿음이 존재할 겁니다. 그런데요.. 이런 저축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축이 많은데… 어려운 시절이 찾아올 듯 하여.. 안쓰고 아끼고 또 아끼고 하면서 잘 버티게 되어… 어려움을 잘 견뎌내면 베스트 시나리오가 되는데요.. 이렇게 될 수가 있죠. 어려움이 찾아올 듯 합니다. 그런데 워낙 그 이전에 호시절을 살았기에.. 저축도 꽤 있기에… 그 호시절의 소비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그 저축을 잡아쓰는 겁니다. 그럼 금리 인상이 마구 일어나도 쉽게 소비를 줄이지 않습니다. 그럼 금리 인상을 강하게 해서 예전같으면 수요가 주저앉으면서 인플레 압력이 빠르게 줄어들텐데 저축에서 흘러나오는 소비가 탄탄하게 버텨주면서 물가의 안정에 발목을 잡게 되는 겁니다. 목표로 하는 소비 둔화와 물가 안정은 끝없이 밀려나오는 저축 때문에 쉽사리 달성되지 않는 거죠. 그럼 더 많은 금리 인상과 더 많은 충격 요법을 가해야 할 겁니다. 이렇게 버티는 과정에서 보유했던 저축을 모두 써버리면?? 네.. 그 이후에는 저축없이 어려운 시절을 만나야 하겠죠. 네… 어려움을 견뎌내는 버퍼로 작용을 해줘야 하는 믿을 언덕인 저축이… 되려 어려움이 찾아오기 이전의 과소비를 이어가도록 해주면서 되려 금리 인상의 레벨을 높이고… 이후 찾아올 충격을 더욱 배가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게 될 수 있죠. 그래서 마찬가지로 캔자스 연은 총재인 에스더 조지 누님은 이런 저축을 와일드 카드라고 말한 겁니다. 잠시 인용하고 갑니다.
 
“조지 총재는 이어 물가 압력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대규모 저축을 해온 가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예측 불가능한 요인(wild card)'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저축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안심할 수 있는 완충장치 역할을 했지만 이제 수요가 뜨겁고 공급망 제약이 지속되고 있어 이런 유동성 있는 풍부한 예금이 연준의 수요 둔화 임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인포맥스, 22. 5. 24)
 
자..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저축을 먼저 쓰지 않게 하고.. 기존의 과소비를 이어가는데 쓰지 않게 하고… 어려울 때의 방어막으로 쓰도록… 연준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저축이쟎아요? 금리가 높아지면 저축을 묶어두려고 할까요.. 아니면 계속 잡아쓰려고 할까요…. 저라면 금리가 높아진다고 했을 때 앞으로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고… 저축에 대한 더 많은 이자 보상이 있기 때문에 저축에 돈을 더 묶어두려 할 듯 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더 많은 이자 보상.. 이게 저축을 마구잡이로 허물어대는 것을 제어하는 최선의 방법 아닐까요? 오늘은 조지 총재 누님 스페셜인 듯 한데요… 한 번 더 인용합니다. CPI 발표 당일날 결과를 확인한 이후의 조지 총재 코멘트입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꾸준하고 신중한(steady and deliberate)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캔자스시티 연은에 따르면 에스더 조지 총재는 이날 제 7회 연례 에너지 컨퍼런스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상승하고, 지속적일 가능성이 있어 통화정책은 분명 더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와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통화정책과 금융여건은 계속 긴축돼야 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중략)
 
아울러 현재 얼마나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하는지 결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가계의 저축이 많다는 것인데, 가계가 저축을 지출하고, 인플레이션을 더하기보다 이 저축을 유지하도록 하려면 높은 금리가 한동안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인포맥스, 22. 11. 10)
 
우선… 첫번째 문단에서는 여전히 연준의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얘기해주고 있죠. 통화 정책과 금융 여건은 계속해서 긴축되어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전 인용문에서 자산 가격의 상승을 금융 여건의 완화라고 표현했었는데요…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봐도 되겠네요. 두번째 문단에 키가 있는데요… 저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저축을 유지하게 하려면 금리를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가계가 저축을 지출하여 소비를 자극하고, 인플레를 재차 밀어올리게 하는 것보다는 고금리를 유지해서 저축에서 자금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 핵심이라는 겁니다. 이 많은 저축이 소비로 가는가.. 아니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버퍼로 가는가… 지금의 인플레이션 제압에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겠죠. 네.. 이번의 금리 인하 한번으로 완화적 사이클로의 전환이라는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이 조금은 성급하다라고 보는 이유가 될 듯 합니다. 생각보다 지금의 고금리가 꽤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죠.
 
글이 길어지니 잠시 정리를 하고 가죠. CPI의 둔화가 연준의 긴축 완화로 이어지고… 이게 많이하락했던 자산 시장의 바닥을 만들어내면서 Buy the Dip의 심리가 만들어내는 강한 반등 기대가 이어질지.. 이에 대한 반론으로 2%까지 되돌리려면 아직 먼 길이 남아있다는 점… 그리고 연준의 스탠스 변화라는 기대를 크게 높이면서 미리 올라버린 자산 가격이 되려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고.. 이렇게 높아진 기대가 더욱 높고 빠른 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저축이라는 와일드 카드에 대처하려는 연준의 스탠스를 말씀드렸죠. 당장의 강세 전환을 논하기에는 조금은 성급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글은 길지만… 연준에서 느껴지는 변화 하나를 더 말씀드려봅니다.
 
이렇게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 연준 이사들은 어김없이 안심하면 안된다.. 더 올린다..와 같은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정석이었는데요… CPI발표 이후 나와서 코멘트하는 연준 이사들을 보면 이구동성으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50bp인상도 세게 올리는 것이다… 와 같은 얘기를 하고 있죠. 더 높게.. 더 오랜 기간 고금리 유지에 대해서는 지지를 하면서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해서는 7%씩 자산 가격이 튀어올라갈 때에도 찬성하는 코멘트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변화가 있는 것일까요… 앞의 에스더 조지 총재 코멘트의 후반부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인용해보죠.
 
“조지 총재는 금리 인상과 관련해 "꾸준하고, 신중한 접근 방식이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지난 1월 이후 260bp 급등하면서 거의 40년 만에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였고, 모기지 금리가 2배 이상 올랐고, 달러화가 다른 통화대비 10% 정도 강세를 보인 점, 주가지수가 약 20% 하락한 점에 주목했다. 조지 총재는 "금융시장의 큰 움직임은 단지 가장 이례적인 시점에 볼 수 있었다"며 "금리인상 범위를 넓히는 것만으로도 금리인상 속도는 정책 금리 불확실성을 상당히 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긴축 사이클이 계속될수록 지금은 대차대조표 계획을 복잡하게 하고, 특히 시장 유동성을 압박해 금융시장 변동성에 과도하게 기여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특히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연합인포맥스, 22. 11. 10)
 
인용문의 첫문단을 보시면 연준이 자산 가격 하락을 모니터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례적으로 빠른 금리 인상이 불확실성을 상당히 키웠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두번째 문단이 가장 중요한데요… 두번째 문단에서는 긴축 사이클이 이어질수록 시장 유동성을 압박하게 되고… 금융 시장 변동성이 과도해질 수 있음을 말하죠… 이렇게 자산 가격이 크게 흔들리면 금융 안정을 위협하게 됩니다. 이 경우 연준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가 있음에도 금융 안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처럼 긴축 스탠스를 되감을 수 밖에 없죠. 이렇게 되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려는 현재의 연준 긴축 플랜이 되려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겁니다.
 
네… 너무 빠른 자산 가격의 하락은 되려 지금의 긴축 사이클을 이어가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죠. 금융 안정을 위협할 정도의 급격한 자산 가격 하락은 인플레 제압을 위한 연준의 스탠스를 위협할 수 있겠죠. 자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도 제압을 하려면 긴축을 강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긴축을 어설하게 풀면 저축에서 돈이 빠져나와 인플레를 장기화할 수 있죠. 그럼 긴축을 풀어서도 안됩니다. 그럼 절충안을 찾아야겠죠. 네.. 그래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너무 높이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구요… 이 때문에 혹여나 자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 높이는 것을 제어하고자 더 높아진 금리 레벨.. 그리고 이 높은 레벨을 상당 기간 이어가는 전략을 연준에서 제시했던 겁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한가지 확실한 변화는 연준도 자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원치 않는다는 거죠. 반면 이런 속내를 들키면서 자산 가격의 상승을 재연시키는 것 역시 원치 않습니다. 이런 모순적인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변동성을 크게 만들지 않으면서 자산 시장의 과열을 서서히 식혀나가는 전략을 쓰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주식 시장으로 따지면 VIX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살짝 살짝 스팀 아웃하는 전략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요… 챠트를 보시면 닷컴 버블 당시와 최근을 보면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VIX가 사뭇 안정적임을 볼 수 있죠.
 
네.. 정리합니다. 2019년과 같은 강한 반등… 이게 계속해서 이어지게 되면 다시금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죠.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과의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연준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인플레 고질병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더욱 빠른 금리 인상을 통해 이걸 깨뜨리려는 시도보다는… 꾸준히 더 높은 레벨로 금리를 끌어올려서 서서히 스팀 아웃 시키려는 방향을 연준은 고민하게 될 듯 합니다. Buy the Dip도 결국은 심리죠. 계속해서 기다리던 Buy the Dip에 대한 기대감 역시.. 너무 오랫동안 그 기회가 찾아오지 않으면 약해지지 않을까요? 높은 금리로 저축을 묶어두면서 강한 심리를 눌러주는 전략… 향후 연준은 이 방향을 고민하게 될 듯 합니다. 이번 CPI의 하락을 통해 기존과 확연히 바뀐 연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다만 연준이 자산 가격 변동성을 낮추려는 스탠스로 전환한 만큼 지금까지와 같은 자산 시장의 큰 폭 하락 등을 유도하는 연준의 찬물 끼얹기 역시 많이 줄어들 듯 합니다. 환율 얘기까지 적으려니까 답이 안나오는데요… 환율 얘기는 월요일 아침에 보너스 에세이로 올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