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쪽에서 지난 7월 도입되었던 곡물 수출에 대한 인도적인 합의.. 이걸 파기할 것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모습입니다. 참..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갈 길이 참 먼데..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려면 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저렇게 발목을 잡으려고 하니.. 답답하네요. 러시아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이 유리하겠죠. 아.. 인플레이션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받는 충격보다는 러시아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러시아가 받는 수혜는 크지만… 다른 국가들은 되려 피해가 커지게 되죠. 러시아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계속해서 G7국가들을 코너로 몰아넣는 전략이 가장 유리할 겁니다.
인플레이션을 연준이 목표로 하는 영역인 연 2%로 되돌리려는데 이런 X맨들이 발목을 잡으니 생각보다 시간 소요가 클 듯 하네요… 공급 사이드에서 불안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인플레 심리가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쉽게 잡히지 않는 인플레 심리를 누르기 위해서는 수요 사이드를 크게 눌러줘야 하는데요… 그만큼 연준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어주죠. 우리는 이미 그만큼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순환적인 것인가.. 아니면 구조적인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순환적이라는 것은… 그냥 중장기적인 의미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의미인데요… 원래 나타나지 않았을 것을… 코로나 때 너무 과도한 경기 부양책을 펼쳤기에 나타났다라는 논리죠. 이 경우 이런 인플레의 해결을 위해서는 강한 긴축이 필요합니다. 긴축 처방을 하게 되면 인플레를 제압할 수 있죠. 성장을 다소 훼손시키더라도 지금의 강한 금리 인상과 재정 긴축이 지금의 순환적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빠그러뜨릴 수 있다는 얘기죠.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여기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반대편에는 솔직히 겪고 싶지 않은 구조적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죠.
구조적 인플레이션이라 함은 지금의 인플레가 단순히 경기 부양책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그 이면에는 보다 많은 문제점들..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가 사라진 시기) 국면에서 진행되었던 상당히 많은 모순들이 중첩되어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이란 얘기죠. 이 얘기가 맞다면 단순히 이번 긴축을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제압하더라도 그 내면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인들.. 이 넘들의 영향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금 올라오게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40년간 사라진 인플레이션인데요.. 제압되더라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다시금 고개를 들고… 이번에 사라지면 40년 후에나 만나는 게 아니라 내년에도 찾아오고.. 내후년에도 찾아오고.. 이런 재수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이게 구조적 인플레이션 아이디어에 대한 단상입니다. 그럼 이런 문제를 만들어내는 요인이 무엇일까요..
첫째는 노동력의 문제죠. 80년대 인플레이션이 제압된 이후… 40년 동안 인플레가 사라졌쟎아요..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는 겁니다. 그 중 하나는 구소련의 붕괴였죠. 그리고 중국의 개혁 개방이 있었답니다. 그러면서 동구권과 중국의 수많은 노동력이 노동 시장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죠. 그러자 9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지 못했고 이게 닷컴 버블을 만드는 자양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은 성장이 강해도 인플레가 올라오지 않는 이른 바 “신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를 했었죠. 그리고 2001년 12월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Made in China의 신화는 더욱 더 강하게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어 준 것이죠. 기존 생산가능인구가 단숨에 두 배가 되는 이른 바 “great doubling”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겁니다. 노동력의 공급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노동의 비용인 임금이 낮아지게 되겠죠. 기업 매출은 늘어나는데 임금 비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습니다. 그럼 기업의 손익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오르는 원리.. 아닐까요.
주간 에세이에서 스압이 될 듯 하여 나머지는 주말 에세이로 넘기려고 하는데요… 결국 구소련과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어 들어온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실종되게 만드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죠. 그런데.. 이들이 지금은 X맨이 되고 있죠. 러시아는 송유관을 잠그고 밀의 수출을 제한하려고 하고 있구요… 중국은 세계화의 반대편에서 시황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죠. 상당 수준 올라버린 중국의 임금은 더 이상 made in China라는 단어의 과거 이미지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만들어내었던 인플레이션 제어… 그 세계화가 깨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금 올라온 것이라면… 단순히 코로나 때 퍼부은 부양책의 흔적만 지우면 인플레가 사라진다는 생각을 오판으로 만들 수도 있겠죠.
음.. 주말 에세이에서 더 이어가겠습니다. 내일은 FOMC 프리뷰에 대한 글을 써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