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2.09.12

즐거운 연휴되고 있으신지요? 먼저 연휴 인사 간단히 드리고 시작합니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휴일 가족 분들과 뜻깊고 알차게 보내시길,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 첫날에는 과감하게 에버랜드를 다녀왔는데요… 사람 정말 많더군요… 그런데 정말 정말 운좋게(?) 어트랙션 중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게 예약이 된 겁니다. T-express라는 어트랙션이었는데요, 솔직히 뭔지도 잘 모르고 아이들이 예약되었다길래 어어.. 하면서 타러 갔었죠. 그나마도 예약 후 2시간이 지난 다음에 입장할 수 있었는데요, 줄 안서고 잼있는 거 타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도 잠시더군요…
 

 

이게 이름만 바꾼 청룡열차였던 겁니다…

 

 

아니.. 청룡열차의 레벨은 아득히 넘더군요.. 어어하다 보니 갑자기 청룡열차에서 그 높은 언덕을 서서히 올라가는 느낌… 어렸을 때도 이런 거 별로 안좋아해서 타지 않았는데… 이 나이 먹고 타게 되었죠. 소감은요… 저하고는 많이 안맞는 것 같더군요. 올랐다가 내렸다가 아주 난리가 나는데요… 타고 내려오니 얼얼하더군요… 이게 그 유명한 변동성이 아닌가 싶구요… 다신 그 열차에 타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죠. 변동성 장이 이런 느낌일까 싶습니다. 애니웨이..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약 2주 정도 지났죠. 파월의 연설이 끝난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이 전반적으로 긴장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죠. 최근 연 이틀 정도 강한 반등 기조를 나타내긴 했는데요.. 그래도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밀어올렸던 그 때에 비하면 낙폭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네.. 여전히 금융 시장이 미국 금리 인상에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고 있는 거겠죠. 이런 스트레스는 단순히 시장 참가자들만 받는 것이 아닐 겁니다. 일본과 같은 국가 정부에서도 상당히 고역스러운 시간이 될 겁니다. 왜 그런지 잠시 생각해보죠.
 
일본 경제는 30여년 간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죠. 양적완화부터 시작해서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였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자 2016년 1월 27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죠. 와.. 마이너스 금리 도입할 때 정말 금융 시장이 난리가 났었더랍니다. 엔화가 마이너스 금리를 반영하면서 약세를 보이다가 장중에 갑자기 초강세로 전환되었죠. 양적완화를 더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며 일본은 이제 더 이상 엔 약세를 가져갈 수 있는 카드가 없다… 라는 인식이 시장에 형성이 되었던 겁니다. 지금 당장은 마이너스 금리를 주었지만… 이게 되려 크게 혼란을 주면서 엔화 초강세로 인한 혼란이 펼쳐지자 일본 당국은 상당히 당황스러워했죠. 이런 흐름을 2016년 8월까지도 지속되었더랍니다. 그러다가 2016년 9월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컨설팅(?)을 해주었다는 소문이 들리더군요. 그런 직후 2016년 9월 BOJ는 일본 장기 국채 금리를 -0.1%에서 +0.1%로 묶어버리는 이른 바 YCC(Yield Curve Control)정책을 도입하게 됩니다. 지금은 -0.25~+0.25%로 바뀌었죠. 이 정책을 도입한 이후… 일본 당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생겨나게 되고… 시장이 안정을 되찾게 되었죠. 그렇게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냥.. 이런 느낌이죠.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떤 정책을 써서 간신히 균형이 잡힌 겁니다. 그냥 포즈를 이대로만 취하고 있으면 참 좋은데… 그냥 그대로 취하고 있어야 안전한데 미치겠는게.. 다리가 절이고… 얼굴이 간지럽고 한 겁니다. 그럼 약간 동작을 취하게 되죠… 약간만 움직여도 그 균형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 움직이고 싶을까요? 아무리 얼굴이 간지러워도 이빨 꽉 깨물고 참고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죠. 어떻게 만들어놓은 균형인데… 그래서 현재의 YCC로 대변되는 마이너스 금리를 바꾸고 싶지 않은 거죠. 정말 패닉 상태에서 지금 6년간의 아름다운 균형을 제공해준 마이너스 금리와의 결별.. 이게 두려운 겁니다.
 
그런데요.. 문제는 일본은 그러고 싶은데 미국의 생각이 다른 겁니다. 일본 금리는 묶여있는데.. 미국의 금리가 미친 듯이 올라갑니다. 그럼 미일 금리차가 벌어지게 되고 엔화 보유보다는 달러 보유 시 받을 수 있는 이자 매력이 높아지게 되겠죠. 그럼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엔 약세 & 달러 강세가 형성될 겁니다. 엔 약세는 일본이 기다리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일 수 있겠지만 뒤집에서 생각해보면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수입 물가를 높여서 일본 내 인플레 압력을 높여주는 악재가 될 수도 있죠. 일본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겁니다.
 

 

인플레를 지난 30년 간 겪어본 적이 없는 일본 입장에서 갑작스럽게 다가온 인플레이션은 놀라움 그 자체겠죠. 특히 식료품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물가를 바라보면서 일본 서민 경제가 매우 힘겨워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죠. 일본 인플레가 기껏해야 2.4% 밖에 안된다.. 이런 생각하실 수 있지만… 디플레 속에서만 살았던 일본이 만나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를 겪어본 적이 있는 한국이나 미국 경제가 만나는 인플레는 차원이 다릅니다. 마치 열대 기후 지역에 있다가 서울에 오면 춥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혹시… 만약.. 일본에 기대인플레이션이 형성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인플레가 나타나는 것도 무섭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형성되면… 인플레이션을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꾸준히 금리를 올려야 할 겁니다. 와.. 그럼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 등을 통해 보았을 때 미국과 같은 수준의 빠른 금리 인상은 상당히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일본은 이런 상황인 겁니다. 우선 엔 약세가 나타나면서 물가가 높아지는 게 문제입니다. 그럼 이걸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6년간의 평화를 가져다 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풀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거죠. 그거 풀다가 혹시 난리가 나면 어떻게 될까요. 간신히 균형을 잡았는데… 이게 풀려서 혼란에 빠지면..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전세계 금융 시장이 메롱 메롱하고 있는데 하필 이런 때 괜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손보았다가 와..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이 펼쳐지면 정말 패닉 아닐까요. 그럼 일본 당국 입장에서는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스탠스를 바꾸는 게 매우 매우 큰 부담일 겁니다. 그럼 금리를 올리지 않으니 미일 금리차가 계속해서 벌어진 상태가 되고… 그럼 엔 약세가 더욱 심해지게 되죠. 마이너스 금리 유지해서 엔 약세로 인한 인플레로 맞을래.. 아니면 금리를 올려서 부채 부담으로 맞을래라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한 겁니다.
 
금리를 올려야 할까요.. 아니면 좀 더 버텨야 할까요. 참 의사결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답은요… 하늘에 기도하는 겁니다. 웃기는 얘기같지만… 결국 문제의 핵심은 미일 금리차의 확대입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려서 그 갭을 메우지 못한다면 미국이 금리를 내려줘서 그 갭을 좁혀주면 되는 것 아닐까요? 자.. 그럼 공은 이제 연준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런 소식이 들립니다. 미국 연준이 내년 초 정도에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었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얘기가요.. 와.. 그럼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내년 초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인해 한 숨 쉴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럼 굳이 일본 입장에서 지금 마이너스 금리 철회 & 금리 인상이라는 모험을 굳이 감행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닐까요? 조금만 더 금리 인상 안하고 마이너스 금리 상태로 존버를 하면 내년에 미국 금리 인하가 나올 것이고 미일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지금의 이 어려운 상황이 눈 녹듯이 해결되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이 일본 중앙은행이라면 어떤 결정을 하실까요? 아마 저라도…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낮춰준다면.. 지금 당장 무리수를 두면서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 일단은 존버 모드로 가는 것인데.. 문제는 지난 8월 말 파월 의장이 연설이 비수가 되어 꽂히게 된 것이죠. 와… 미국 금리 인상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사실 상의 선언에 다름없는데요.. 내년 초 금리 인하만 바라보면서 이 악물고 버티던 일본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가 될 겁니다. 와.. 하늘에 기도하고 내년 초에 미국 금리 인하만 바라봤는데 그게 어렵다면… 네.. 그럼 일본도 금리 인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밖에 없겠죠. 미국 금리는 더욱 올라가고 엔 약세는 보다 심해지고… 일본 내 인플레이션 압력도 더욱 강해지니.. 이제 보다 어려운 고민을 해야할 겁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일본 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원 약세를 용인해서 인플레로 맞을래… 금리 인상해서 가계 부채 부담으로 맞을래라는 선택을 한은은 해야할 것이구요… 위안 약세를 용인해서 자본 유출로 맞을래.. 아니면 금리 인상해서 (부동산) 경기 둔화로 맞을래… 라는 선택 앞에 중국 인민은행이 있을 겁니다. 유로존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당장 10%에 가까운 물가 상승률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을 겁니다. 내년 미국 금리 인하가 하나의 희망이었는데.. 그 희망마저 사라졌다면 유로존 역시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유로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로 맞을래… 아니면 금리를 올리면서 이탈리아, 그리스의 부채 문제로 맞을래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겁니다. 그 외의 다른 신흥국들은 뭐..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겠죠.
 
네.. 투자자들 뿐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 외환 정책을 수입하는 당국에서도 이렇게 미국 금리 인상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정말 클 겁니다. 구원군이 조만간 온다면 고립무원의 상황에서라도 성(成)에서 존버하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면 활로를 찾아서 성에서 탈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유로존은 0.75%의 자이언트 스텝을 날리면서 대응에 나선 것이구요.. 중국은 외화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외환 시장에 강한 개입을 단행하면서 위안화의 일방적 약세에 제동을 걸게 된 겁니다. 미국 연준이 전세계의 중앙은행이라는 얘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요.. 잭슨홀 이후 미국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날 것이라는 하나의 기대가 사라지게 되자… 금융 시장 뿐 아니라 외환 시장 역시 한숨을 푸욱 내쉬는 느낌이죠. 그러면서 각국의 통화는 예전에는 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거겠죠.
 
그리고 하나 더 핵심은요..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자잘한 싸움은 지난 수십년간 해왔지만 기대인플레이션과의 전투를 하는 것은 70~80년대 이후 처음이라는 겁니다. 물가 잡으려고 금리 인상하다가 조금 잡히는 듯 하면 다시 금리를 내려주는 패턴을 반복했었죠. 그게 아마 80년대 이후 지금까지의 경험일 겁니다. 인플레가 사라졌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으니 이제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의 완화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을 겁니다.
 
그 얘기인 즉슨.. 지금 시장에서 나타나는 이른 바 CPI트레이딩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국제 유가가 고개를 숙이고 해상 운임료가 떨어져내려오고 실제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고개를 살짝 숙이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실업률 역시 반세기 최저인 3.5%에서 3.7%로 올라왔쟎아요. 살짝 경기도 꺾이는 것 같으면 연준이 이제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시장이 갖게 되겠죠. 이번 주 발표될 미국 CPI 헤드라인 지표가 예상한 것처럼 조금 낮아진 것으로 나오게 된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다시 한 번 주식 시장이 뜨거워질 수 있습니다. 그 때 주식에 투자하면 늦죠.. 미리 사서 기다려야죠. 네.. 여전히 자산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크게 갖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자잘한 싸움을 이어왔던 지난 80년대 이후의 연준은 시장의 기대 그대로 움직여왔죠. 거기에 익숙한 겁니다. 그런데요.. 이제 기대인플레이션과 싸우는 70년대 배틀이 현실화된다면 그런 자잘한 싸움 속에서 만났던 패턴과는 다른 그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제 하나 풀면서 끝을 내죠. 이렇게 숫자를 써갑니다. 2.. 4… 6.. 8.. 10… 12.. 그 다음에는 어떤 숫자를 쓰게 될까요? 당연히 14겠죠. 그리고 16… 18… 20… 22…. 24… 이렇게 쓰는 거죠. 80년대 이후 지금가지 계속해서.. 2씩 늘어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숫자를 40까지 쓰게 된 겁니다. 그 다음에는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42가 나올 것이라 예상할 겁니다. 그런데요… 와… 깜놀할 답이 나옵니다. 40 다음에.. 만난 숫자는 2입니다. 네.. 다시 2, 4, 6… 이렇게 숫자가 늘어나는 거죠. 자.. 그럼 6 다음에 무슨 숫자가 나올까요? 8이라는 말이 나올 때 조금 망설여집니다. 이미 한 번 속았기 때문에.. 패턴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예측하는 게 두려워지게 되는 겁니다.
 
시장은 지난 40년간을 보면서 2,4,6,8… 을 그리고 있고.. 연준은 40년 전의 패턴을 가져오려 하고 있죠. 시장은 연준의 이를 악문 강인한 모습을 보면서 Buy the Dip!! 이라고 외치고 있고 연준은 그런 시장을 향해 경고하고 있죠. Don’t Fight the Fed!라구요.. 올해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립 구도인 듯 합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아무쪼록 추석 연휴 마무리 잘 하시구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