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마켓 분위기가 상당히 빠르게 변하고 있네요. 일단 유로존을 보시면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국 국채 금리가 크게 올랐는데요, ECB가 추가적으로 50bp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장이 반영하면서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나 그리스와 같이 부채가 많은 국가들을 걱정해서 금리 인상을 못할 것 같다는 회의론에서 일제히 벗어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 금리가 다시금 튀어오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마자 시장에서 힘을 얻은 논리는… 그렇다면 중앙은행의 긴축은 멈추어설 것이라는 거였죠. ECB의 금리 인상은 사실 상 어려울 것이라는데 힘입어 안정되었던 유로존의 문제아들의 국채 금리를 다시금 눈여겨 봐야할 듯 합니다.
유로존이 금리를 인상하면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정석이지만… 유로존의 금리 인상이 유로존의 성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환율이 어려운 것이… 금리차도 보지만.. 성장 역시 함께 보게 되죠. 금리 인상은 유로화 강세 요인이지만.. 그런 금리 인상이 유로존의 성장을 크게 둔화시키게 된다면 성장 사이드에서 유로화 약세 요인을 자극하게 됩니다. 그 럼 되려 유로 약세가 두드러질 수 있죠. 그게 지금의 킹 달러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유로화와 엔화가 약세를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머징 통화가 강세 흐름을 이어간다면?? 이머징은 태생적으로 내수가 약하죠. 그럼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데 선진국의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 수출도 힘들어질 겁니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깨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유로나 엔이 약세로 가는 것에 대한 보조는 맞춰줘야 하겠죠. 대표적인 케이스가 위안화가 될 겁니다. 중국의 소비 지표는 크게 꺾였고… 믿는 구석 중 하나였던 부동산 투자가 현재 꽉 막혀버렸죠. GDP의 결정 요소인 소비와 투자가 묶여버립니다. 그럼 수출을 볼 수 밖에 없는데요… 중국의 수출은.. 지금 미국의 소비 둔화 우려와 유로, 엔 약세의 파고에 갇혀서 향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죠. 이런 점을 반영해서 어설하게(?) 부동산 투자를 부양해보려는 시도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가 위안화의 큰 폭 하락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 지난 주 흐름입니다. 그리고 그런 위안화 약세를 이어받아서 원화 역시 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죠. 이게 현재 달러원 환율이 1340원을 넘어서게 된 이유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제 미국으로 넘어가죠. 최근 미국 시장 흐름을 보시면요… 6월 16일 이후 급반등한 주가의 영향으로 미국 금융 시장의 유동성은 상당히 완화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엥? 금리 인상을 그렇게 해댔는데 되려 유동성이 넘친다?? 네.. 이게 숨어있던 유동성이 흘러나오고 있죠. 연준이 결국은 금리 인상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에 기반해서 흘러나오는 겁니다. 그럼 연준은 물러설 것인가… 잠깐 이런 생각을 해보죠. 선생님이 학생들을 혼내주려고 합니다. 혼내러 들어갈 때 반 분위기가 상당히 어두울 겁니다. 그리고 겁나 갈굴 때 그 때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일 겁니다. 그리고 다 혼나고 선생님 나가시면..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왁자지껄 떠들죠. 그게 제 학창 시절 기억입니다.
그런데요.. 하도 혼이 많이 나서 이게 학습효과가 생기게 되면… 이럴 수 있죠. 혼이 다 나고 나면 왁자지껄 재미있게 놀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혼이 나고 있는 중간에 씨익하고 웃는 겁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할 때에는 눌려있는 게 보통인데요.. 금리 인상을 멈출 것 같으니까… 금리 인상을 하는 중에 피식 하고 비웃어주는 겁니다. 자.. 그럼 선생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요? 네.. 더 혼을 내려고 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선생님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진짜 진퇴양난입니다.
꽤 많이 혼내서 학생들 우울해질까봐.. 걱정도 되고 해서 이제 그칠까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이렇게 웃어버리니… 학생들이 우울해할 것을 걱정해서 혼 내는 것을 멈추면 이른 바 호구 인증을 하게 되는 거죠. 혼내는데 비웃는 것을 좌시하는 거니까요.. 더 혼내면 우울해질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연준 역시 비슷합니다. 금리 인상을 하는데도 씨익 비웃고 있으면…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이른 바 연준 피벗의 가능성을 낮춰주고 조금은 더 엄격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에!는! 연준이 금리를 낮춰줄 것이라는.. 금리 인상을 멈출 수 밖에 없다는 강한 자신감으로 금리 인상을 비웃으면서 뜨거워지는 금융 시장과 그걸 바라보면서 이걸 어떻게 하지.. 라고 고민하는 연준의 충돌.. 이게 현재의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연준 금리 인상 확률에 반영되어 나오고 있죠. 일단 9월 FOMC에서 75bp인상 확률이 60%까지 올라왔죠. 9월보다 중요한 것은요.. 금리가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 예상되는 내년 5월 FOMC 상황입니다. 오늘 날짜로 확률을 보면 내년 5월 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4%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는 확률이 86%에 달합니다. 참고로 연준이 멈춰설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던 1개월 전에는요.. 이 확률이 0.4%에 불과했었죠. 그리고 1주일 전에도 15.7%에 불과했었답니다. 이런 흐름을 그대로 장단기 국채 금리에 나타나게 되는데요.. 현재 2년 국채 금리는 3.35%를 기록하고 있구요… 10년 국채 금리는 3.1%까지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눈을 돌려서 국제 유가를 보니.. 와.. 벌써 배럴 당 95달러까지 치고 올라와있네요.
혹시 ‘철벽수비수’라고 기억을 하시나요? 주가가 올라와도 금리와 유가가 함께 따라올라오면서 더블 팁을 해버리니까 공격이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을 비유했던 겁니다. 연준이 멈춰설 것이라는 기대감은 금리 상승이라는 수비수를 묶어버렸었죠. 그리고 이란산 원유 공급과 경기 침체 우려라는 유가 상승이라는 수비수를 봉쇄했었습니다. 이 둘이 묶여서 교체 아웃되었던 지난 1개월 동안은 정말 행복하게 공격했는데.. 이들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거죠.
금융 시장이 흥미로운 것은요… 어떤 정해진 미래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주요 경제 주체의 행동이 금융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계속해서 그 흐름이 바뀌는 이른 바 약동하는 생명체와 같은 느낌이죠. 그렇기 때문에 예측이라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됩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내일은 잭슨홀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드리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