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2.09.07

달러 강세가 심상치 않네요.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110을 상회하고 있죠.

킹달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왠만한 통화들이 그 앞에서는 정말 추풍낙엽처럼 무너지는 듯 합니다.

유로화는 이미 1유로 = 1달러라는 패러티 밑으로 내려와있구요.. 엔화는 달러 당 142엔을 기록하면서 지난 6월에 기록했던 엔 약세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구로다 라인이라는 게 있는데요, 20157월에 달러 당 125엔을 기록했을 때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너무 빠른 엔 약세는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하면서 엔 약세에 제동을 거는 시그널을 던졌던 바 있죠. 그러면서 구로다 라인인 달러 당 125엔이 생긴 건데.. 그 레벨은 이미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위안화 역시 달러 당 7위안의 목전에 와있죠.

외화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위안화 약세를 제한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인민은행은 시중 은행들이 달러를 보유했을 때 그 중 일부분을 지급준비금처럼 모아두게 하는 외화지급준비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100달러 받으면 예를 들어 10달러 정도 지급준비금으로 묶어 두게 합니다. 그럼 10%가 지급준비율이 되겠죠. 그런데.. 이걸 낮추었다고 합니다. 그럼 시중은행들은 달러를 덜 맡겨도 되니까, 덜 맡길 수 있게 된 만큼 돈을 풀어주기 시작하겠죠. 달러 공급을 늘리면서 달러 강세 & 위안화 약세에 제동을 거는 겁니다. 여기에 구두 개입까지 함께 나오고 있음에도 위안화 역시 빠른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달러원 환율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새벽 역외 환율 기준으로 달러 당 1378.5원으로 마감했는데요, 장중에 1380원을 터치했습니다. 1350원도 너무 높다고 했는데 이제 1400원을 향해 거침없는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 결국에는 미국 금리 인상이 핵심이 될 겁니다. 아니아니.. 예상을 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그 원인이 되겠죠.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은 시장이 반영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연준이 어느 정도까지 매파적으로 나오게 될지에 대해 시장이 가늠을 하지 못합니다. 원래는 올해 말에 3.5%까지 인상하고 내년 초부터는 금리를 낮출 거야~ 라면서 파티를 하던 시장이 이제 답을 못찾고 있죠.

 

강화도의 갯벌 비유를 해드렸었죠. 조개를 한참 캐다가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서 허리를 풀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게가 한 마리도 안보입니다. .. 다 숨어버렸죠. 그런데 다시 앉아서 조개를 캐다가 힐끔 뒤를 돌아보쟎아요.. .. 진짜 게 판입니다. .. 제가 일어나는 그 순간.. 움직이는 그 순간 모두 숨어버리죠. 저녁이 됩니다. 가야 하는 시간이고 게도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집에 가면 되는 것 아닐까요? 게들도 알고 있죠. 저 인간이 5시면 집에 가려 한다는 것을

 

문제는 너무 똑똑해서 그 패턴을 완벽하게 학습하게 되는 겁니다.

숨어있지 않고 나가야 숨통도 트이고밖에 먹이가 많은데 사람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거 쟎아요?

근데 5시에 사람이 떠나면 나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땐 모두가 기어나와서 나 혼자 먹이를 독식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럼 발빠른 게들은 450분에 나올 수 있죠. 사람이 아직 남아있는데도 나와서 신나서 노는 겁니다. 저 인간은 금방 갈 거니까요..

 

연준이 금리 인상의 기치를 높이면서 6월과 775bp 연속 인상을 이어가는데 시장이 파티를 합니다.

되려 금융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는 거죠. . 예전에 풀어져있던 그 풍부한 유동성이 풀려나오는 겁니다. 금리 인상을 하는 매파적 연준에도 불구하고 왜 돈이 풀려나올까.. 매파적 연준은 이번에 강한 금리 인상을 하고 나면 금리를 인하할 거거든요.. 5시가 다 되어가기에 저 사람은 집에 갈 거니까미리 뛰어나와서 파티를 해야 남들이 먹지 않을 때 최대한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죠. 이런 게 무리수가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6월과 7월의 이례적인 주식 시장의 반등이 없었다만.. 만약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면 8월 잭슨홀에서 파월이 작심하면서 매파적인 코멘트를 날렸을까.. 올해 세게 올리고 내년에 금리를 내리자고 주장하던 불라드가 내년 금리 인하 얘기를 철회했을까.. 그러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워낙 방만한 시장을 보면서문제만 생기면 돈 풀기로 선회하는 연준을 보면서 시장이 미리 예비 동작을 시연했고그런 예비 동작이 인플레이션을 제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봤던 거겠죠. 갯벌의 그 사람은5시가 되어서 집에 가려는데무슨 게들이 이렇게 많이 나와있어.. 라면서 게 잡으려고 6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게 됩니다. 너무 학습이 잘 되어 있던 게들에게는 낭패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금리가 오릅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는 만큼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인상해야 통화의 약세를 제한할 수 있죠. 문제는 미국만큼 성장이 강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금리 인상이 두려운 거죠. 그럼 미국 금리와 다른 국가 금리의 차이가 벌어지게 되죠. 미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달러가 강해지고달러 이외 국가 통화는 약해지는 킹 달러가 현실화됩니다. 그럼 미국 이외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약해졌으니 그 국가들의 수입 물가는 높아지게 되겠죠. 그게 얼마나 영향을 주겠냐싶으시겠지만 일단 국가마다 다르구요.. 인플레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가에 따라 다릅니다. 인플레가 전면에 올라와있는 지금.. 인플레가 1년 반 이상 이어지고 있는 지금에 있어서는 수입 물가의 상승이 예전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수입 물가가 오르는 만큼 금리 인상을 해야 하겠죠? 그런데..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성장이 둔화가 될 겁니다. 성장은 둔화되는데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늘었죠. 전세계적으로 부채가 크게 늘어났는데. 성장 둔화에 이자 부담 증가는정말 치명적이지 않을까요

로직은 이런 겁니다.

 

미국 금리 인상 -> 달러 강세 -> 미국 외 국가 물가 상승 -> 미국 외 국가 금리 인상 -> 해당 국가 부채 리스크 심화

 

이런 루트죠. 그럼 미국 따라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 물가가 폭등하면서 흔들리게 되겠죠.

미국 따라 금리 올리면 부채 문제가 생기고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환율이 급등하면서 인플레가 강해집니다. 부채냐.. 물가냐.. 뭘로 맞을래의 고민 앞에 서게 되죠. 그게 달러를 통해서 연결이 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유심히 보시면요달러 강세가 오면 미국 외 국가들의 물가 리스크가 커지죠.

반대로 우리가 기다리는 달러 약세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럼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의 수입 물가가 오르니.. 미국의 인플레가 심해지는 것 아닐까요지금도 높은데.. 달러 약세로 더 높아지면?? .. 그럼 미국이 높아지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인상하고. 달러 강해지고미국 외 국가들 금리 인상하고힘들어지고성장 둔화 우려해서 미국이 금리 인상 멈추고.. 달러 약해지고.. 미국 물가 올라가고... 미국이 예상 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어쩌면지금의 미국이 겪고 있는 킹달러 & 고물가 트랩이.. 지금의 인플레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아버리는 제한 요인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내일 에세이에서 보다 자세한 설명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