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죠.
지난 7월 29일 있었던 FOMC 의사록이 발표되었는데요, 시장이 단 한문장에 집중하면서 깜놀했답니다.
바로 이 문장이죠. 인용 바로 들어갑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팬데믹 동안 시행한 월 1천200억달러 규모의 채권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올해 안에 시작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7월27~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앞으로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발전할 경우 위원회의 '실질적인 추가진전' 기준이 충족되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연합인포맥스, 21. 8. 19)
헉..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연내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는 얘기가 나오죠. 시장의 예상은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예고, 내년 초 테이퍼링 시작.. 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연내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음을 Fed에서 논의한 것이죠. 시장 예상보다 테이퍼링이 더 빨라지는 건가요?
테이퍼링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물가와 고용이겠죠. 일단 물가 쪽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미 올라와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으로는 5%까지 올랐고 PCE기준으로는 3%대를 넘어섰으니 물가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테이퍼링 조건 충족이라고 만장일치로 외치고 있죠. 문제는 고용 쪽입니다. 고용에 대한 언급을 담은 기사 내용을 보시죠.
“모든 참가자들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향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지만 대부분의 완전 고용을 향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의 기준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고용시장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테이퍼링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위원들은 고용시장의 일반적인 조건이 만족에 가깝기에 경제 및 재정상황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자산매입 축소를 정당화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다른 위원들은 고용시장이 '상당한 추가진전'을 충족하는데 가깝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내년초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인포맥스, 21. 8. 19)
네, 물가 사이드에서는 만장일치였지만 고용 쪽에서는 의견이 확연히 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일부에서는 테이퍼링을 고용이 강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또 일부에서는 고용을 조금 더 신중하게 보고 결정해야 하기에.. 내년 초가 적절하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일단.. 어느 쪽이건 내년 초 테이퍼링 실시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버전으로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연내 실시냐 내년 초 실시냐에 의견이 갈리고 있는 거겠죠. (참고로 FOMC는 7월 말에 있었답니다. 그리고… 환상적인 고용 지표를 확인한 것은 지난 8월 초였죠. FOMC 이후에 강한 고용 지표를 확인한 이후 신중론을 강조하는 일부 위원들의 심경 변화가 더 나타났을 수는 있습니다)
자.. 이런 얘기들은 아마 다른 기사들을 통해서 충분히 숙지하셨으리라 봅니다. 그보다는 신문에 나오지 않는 얘기가 보다 중요하겠죠. 진짜 테이퍼링을 연내에 진행할까… 우선 공식적인 답변은요.. 모른다는 겁니다.(에흉..) 그런데요… 이런 말씀을 드려보죠. 앞의 인용문을 잘 보시면요… “앞으로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발전할 경우…”라는 조건문이 나오죠. 만약 경제가 예상과는 달리 광범위하게 발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네.. 이렇게 되면 연내 테이퍼링이 어려워질 수 있죠.
여전히 2015년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연준은 기준 금리 인상 카드를 매만지고 있었죠. 15년 9월 FOMC가 피크였는데요, 당시에 기준 금리 인상한다 안한다… 아주 팽팽했더랍니다. 그런데요…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머징 시장이 흔들리자 기준 금리 인상을 접었었죠. 실제 단행은 2015년 12월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2016년에 4차례 기준 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는데요, 문제는…. 2016년 초부터 이머징 시장이 흔들리자 기준 금리 인상 얘기가 쏙 들어갔죠. 실제 2번째 금리 인상은 2016년 말에 이루어졌답니다.
테이퍼링 역시 비슷합니다. 2013년 5월에 테이퍼링 선언이 이루어졌을 때 시장은 9월부터 테이퍼링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당시 이머징 국가들의 혼란이 극에 달하자 테이퍼링 역시 연기가 되면서 2014년 초부터 테이퍼링이 실시되었던 바 있습니다. 2018년 10월에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죠. 당시 파월 의장은 아직 기준 금리 인상을 더 진행해야 한다고 코멘트를 했다가… 깨갱하고서는 12월에 한 차례 인상한 이후… 기준 금리 동결로 전환하고.. 19년 7월에는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바 있습니다.
우리는 연!내! 테이퍼링 시작이라는 단어에 보다 집중하곤 하죠. 그 앞의 실질적인 진전이라는 조건에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건에 방점을 두게 되면 단순히 연내 테이퍼링이 의무라는 생각은 사라지죠. 어떤 식의 시장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가정을 해보죠.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테이퍼링에 대한 부담으로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린다면… 아랑곳 없이 테이퍼링을 단행할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던 2015년 9월, 2016년, 그리고 2013년의 테이퍼링 혹은 금리 인상 지연 케이스는 모두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 시장의 혼란이 강해졌기에 현실화되었답니다. 지금의 회복이 온전히 이어진다면… 이라는 단서가 붙는다는 점을 함께 보실 필요가 있죠.
너무 옛날 얘기만 해드린 것 같아서 따끈따끈한 어제 기사를 하나 인용해봅니다.
“뉴질랜드 준비은행(RBNZ)은 18일 기준금리(OCR)를 사상최저 수준을 0.25%로 동결했다. CNBC와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이날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그간 RBNZ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25bp(0.25%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신규환자가 발생하고 전국적인 록다운(봉쇄) 조치에 들어감에 따라 RBNZ는 금융정책 결정회의 직전에 인상 방침을 바꿨다.”(뉴시스, 21. 8. 18)
네.. 전일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는 소식인데요… 만약 어제 인상을 단행했다면 G10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 스타트를 끊는 거였죠. 그리고 뉴질랜드는 연내 3차례 기준 금리 인상을 점칠 정도로 매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구요… 전일 기준 금리 인상이 컨센서스였답니다. 그러나 델타 변이 한 방 맞고서는… 아… 하고서는 기준 금리를 동결했죠. 호주 역시 비슷합니다.
“RBA는 17일 공개한 이달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서 "위원회는 오는 9월 채권 매입 규모를 주당 40억 호주달러로 줄이는 방안을 연기하는 것을 고려했다"면서도 "위원회는 내년에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위원들은 추가 채권 매입이 현재로선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연합인포맥스, 21. 8. 17)
호주 중앙은행인 RBA얘기가 나오는데요, RBA는 9월부터 월 50억 달러씩 사들이는 양적완화 규모를 40억 달러로 줄이는 테이퍼링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요… 최근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해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그림이 보이자… 만약 문제가 생기면 9월부터 시작될 테이퍼링을 연기할 수 있다는 코멘트를 날리고 있죠. 선언 이후에도 이런 얘기들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예전에도 달러 루프 이론이라는 것을 말씀드렸었죠. 테이퍼링, 혹은 금리 인상의 예고가 시장을 흔들고… 그렇게 시장이 흔들리면 금리 인상을 늦추는 시나리오… 이게 달러 루프 이론이죠. 연내 테이퍼링에 방점을 두는 것보다는… 그 조건들이 계속해서 충족되어가는지의 흐름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에세이는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