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3.02.22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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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자분들과 세미나를 하거나 사석에서의 미팅을 가지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연준이 어떻게 할 것 같으냐…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이런 질문이 가장 많죠.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하락하고, 채권은 무너지며 달러는 강해질 겁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주가는 상승하고 채권 강세에 달러 약세를 보게 되겠죠. 그래서 당장은 금리가 올라가지만 올해 언젠가는 내려가길.. 이른 바 연준이 피벗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죠. 그리고 그런 연준 피벗에 대한 기대는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으면서 더욱 더 강해졌답니다.
 
지난 해 4분기 정도로 돌아가보면요… 많은 분들이 경기 침체를 피할 방법이 없다라는 얘기를 하셨죠.
다만 그 경기 침체가 하드한 침체냐… 아님 마일드한 침체냐가 논의의 핵심이 되곤 했죠.(개인적으로 저는 마일드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봤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일단 마일드하건 말건 경기 침체는 침체겠죠. 그런데 이런 게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될 것이라 예상하면 새로운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을요. 너도 나도 전쟁이 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당한 고통이 따를 것이라 생각하죠. 그럼 모두가 나서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교섭에 열을 올리건 혹은 방어 라인을 정말 탄탄하게 구축해서 적이 침투할 엄두가 나지 않게 하건… 이런 대비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경제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모두가 침체가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그게 기정사실이라고 한다면 그걸 그냥 앉아서 때려맞을까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대비를 하려고 할까요.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게 뭐가 있을까요… 물론 저축을 쌓고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겠지만… 적어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정해진 패턴이 있습니다. 침체의 수렁에서 어떻게든 건져내주는 누군가가 있죠. 네. 연준입니다. 연준이 피벗해서 해결해줄 거니까요.. 아무리 무서운 영화를 봐도 조마조마할 뿐 주인공이 죽을 것이라는 걱정은 없습니다. 내가 본 모든 영화는 해피엔딩이었으니 이번도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니까요..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그 많은 어려움들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이런 자신감이 생기면 힘들더라도 버텨낼 수 있겠죠. 그리고 그런 자신감과 낙관론은 자산 시장을 밀어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밀어올린 자산 시장이 소비를 자극하죠. 갑작스레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서비스 업종에서는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어려운데 인력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죠. 경기 침체보다 더 두려운 것은 침체가 올 줄 알고 사람을 줄였는데… 갑자기 소비가 폭발하고… 그런 와중에 사람을 새로 뽑는 것이 너무 어려워지는… 그런 상황이겠죠. 코로나 직후 인력을 줄였다가 갑자기 소비가 폭발하면서 고생했던 경험, 그리고 지난 해 말에 경기 침체를 걱정하면서 줄였다가 사람을 뽑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다른 회사의 친구들을 보면서 더욱 그런 확신을 키우게 될 겁니다. 그럼 고용이 탄탄해지겠죠. 그리고 올라버린 자산 가격과 쌓아놓은 저축, 그리고 어디든 취업하기 쉽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소비를 늘리게 될 겁니다. 그럼 소비도 탄탄하고, 가계의 저축도 많은 만큼 재정 상황도 양호합니다. 그리고 자산 가격도 올라있고… 그럼 경기 침체가 찾아올까요? 그래서 하드랜딩, 소프트랜딩… 이런 얘기가 나오다가 최근에는 노 랜딩(No Landing)이라는 말이 나오죠. 경기 침체 없이 미국 경제는 포에버~ 이런 전망이 힘을 얻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노랜딩의 이면에는 소비 급증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죠.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물가가 내려갈 줄 알았고… 그걸 보면서 연준이 피벗할 것이라 생각하고 자산 가격을 미리 밀어올렸더니.. 이 효과로 인해 소비가 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의 둔화가 멈춰서고… 이렇게 되니 피벗 가능성이 낮아지고… 자산 시장이 긴장하고.. 이게 지금의 그림입니다. 지금 우리는 1월의 강한 자산 시장과… 그로 인해 다시금 뜨거워진 소비,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고용 지표를 보고 있습니다. 모두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던 경기 침체… 거기에 대한 예비 동작이 만들어낸 그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연준 얘기는 워낙 많이 했으니 고용과 저축에 포커스를 맞춰보죠. 이게 저처럼 책만 보고 공부하면 안되는 것이 책에 나오지 않는 얘기들, 혹은 이론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이 정말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무언가를 구하기 어렵다면… 그 무언가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늘어납니다. 코로나 당시의 마스크 기억하시죠? 마스크 구하기 어렵다면… 그럴 것이라 생각하면 지금 마스크가 꽤 있더라도 더 많은 마스크를 쟁여두고 싶어합니다. 그럼 마스크에 대한 가수요가 늘어나게 되겠죠. 그럼 마스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게 됩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면 그런 가수요는 화악 줄어들게 되겠죠. 그럼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 생각해서 공급은 늘었는데 (가)수요가 화악 줄어들게 되니.. 마스크 공급 과잉이 되면서 마스크 재고가 쌓이겠죠. 그게 지금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비슷한 케이스를 우리는 반도체에서 봤죠. 2021년 하반기에 반도체 대란이 있었죠. 구할 수가 없는 겁니다. 너도 나도 반도체를 원했죠. 구하기 어려우면 수요가 더 늘어나게 됩니다. 네… 반도체에 대한 가수요가 생겨나고 더 많이 쟁여두고 싶었을 겁니다. 반도체 회사들은 반도체 생산 라인을 늘리면서 풀 캐파로 돌리면서 여기에 대응하려 했겠죠. 그런데 반도체 공급이 조금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랬더니.. (가)수요가 화악 줄어들게 되죠. 그러면서 반도체의 재고가 쌓이게 됩니다. 영원히 모자랄 것으로 보였던 마스크가 반도체나… 이런 드라마틱한 상황의 변화를 보이게 된 것이죠. 참… 구하기 어려우면…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 가수요가 폭발한다는 것이 진리인 듯 합니다.
 
요즘 구하기 어려운 게 뭐가 있을까요.. 네… 사람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합니다. 구하기 어려우면 더 많은 수요가 생겨나겠죠. 그리고 기존의 인력을 줄이기도 쉽지 않겠죠. 그럼 구인난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부의 어떤 충격으로 인해 노동 공급이 풀리거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그럼 사람을 어떻게든 구해두려고 하는 (가)수요가 풀릴 수 있지 않을까요. 고용은 반도체나 마스크와 다를까요.. 기존의 실업률 데이터를 보시면요.. 경기 침체 국면 이전에 어김없이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까지 내려오곤 했죠. 고용만을 보면서 노랜딩을 얘기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이유입니다. 이후에는 저축에 대한 얘기를 더 이어가보록 하겠습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