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2.12.06

새벽에 조금 늦게 일어나서 축구 뒷부분 살짝 보고 마켓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번 월드컵.. 참 우리 선수들 고생 정말 많이 했습니다. 글쎄요.. 지난 18년도 월드컵 때 스웨덴, 독일, 멕시코도 그랬지만… 한국이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하고 맞서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했다는 것…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진 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거 축구에 비해 지금 선수들 피지컬이 엄청난 듯 합니다. 모든 팀이 토탈 사커를 하면서 공간을 내주지 않으니까요.. 과거와 활동량이 비교가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공간을 내주지 않으니 공격하기가 참 어렵고… 이러니 챤스가 쉽게 나지 않겠죠.. 한 명이 퇴장 당하면서 생기는 공백이 과거보다 훨씬 커질테니…. 옛날 축구가 더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벨은 지금이 훨씬 더 높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 고사성어 얘기를 간단히 드려보죠. 조삼모사라는 얘기.. 원숭이한테 아침에 3개 주고 저녁에 4개를 주나… 아침에 4개 주고.. 저녁에 3개를 주나.. 결국은 똑 같은 거라는 얘기죠. 맞는 얘기입니다. 그런데요… 여기서 핵심은 “결국은”이라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다 끝나고 되돌아보면 똑 같은 얘기겠지만… 순간 순간을 사는 원숭이가 받는 느낌은 다르지 않을까요… 그날 아침 4개를 받은 원숭이들의 기분과 3개를 받은 원숭이들의 느낌이 같을까.. 아마…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4개 받은 원숭이들이 열광을 했을 겁니다. 가끔 어르신들하고 얘기하다보면… 지금 그렇게 한 순간 한 순간 신경쓰는 거… 다 돌아보면 의미없더라.. 라는 말씀을 듣곤 하는데요… 그렇죠.. 결국에는 그 말씀이 맞더라도 그 순간 순간에 느끼는 희로애락은 다 다른 듯 합니다.
 
갑자기 원숭이 얘기를 왜 하는가.. 연준의 금리 인상 역시도 비슷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금리 인상이라는 긴축 프로그램을 3가지로 쪼갠거죠. 금리 인상의 속도, 금리 인상의 높이, 높은 금리의 지속 기간.. 이라는 세개로 쪼개는 겁니다. 그런 다음에… 금리 인상의 속도를 줄이겠다는 얘기를 하죠. 이 얘기에 시장은 열광합니다. 도토리 4개인가요?ㅎㅎ 그런데요.. 그 뒤에 나오는 얘기는 금리 인상의 높이는 9월 FOMC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높이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구요… 높은 금리의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는 길게 갈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도토리 3개 느낌이 나는 건 저만의 생각인 건가요.. 어쩌면 내년 이 맘 때 즈음에는 돌아보니 다 똑 같은 거였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보게 됩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을 보시면요… 지난 주에 전체적으로 낮아졌었던 금리 인상 확률이.. 2주 전 쯤에는 5.25%까지도 못 올릴 것이라 기대했던 금리 인상 확률이 이제는 거의 원상태로 복원이 되었답니다. 내년 2월에는 25bp인상할 거야.. 라는 식으로 예상했다가.. 지금은 이게 다시 50bp인상으로 되돌려졌으니까요.. 그리고 정점 역시 5.0%에서 5.25%로 슬그머니 올라가면서 1개월 전쯤..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가 강해졌던 그 시점 즈음으로 되돌려지고 있습니다.
 
네.. 연준은 이번 인플레와의 전쟁이 생각보다 길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러-우 전쟁도 그렇지만 어제 밤 발표된 서비스업 지수의 탄탄한 흐름, 그리고 내구재 주문에서도 전혀 꺾이지 않는 경기를 보면서… 이번 인플레를 최종 목표인 2%로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2%로 되돌리더라도…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만들어서 더욱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게 하려면… 중간에 스톱 앤 고를 하는 삽질을 하면 안되겠죠. 삽질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금융 시스템의 불안일 겁니다. 그런 금융 시스템 불안은 금융 시장 변동성의 급격한 확대에서 비롯되곤 하죠.
 
금융 시장 변동성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 살짝 바람을 빼면서.. 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긴축을 하는 방법.. 정말 정교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시장의 심리 역시도 이용해야 하겠죠. 그러려면 긴축 프로그램을 브레이크 다운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먼저 언급하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 느끼시는 분들 계시겠지만… 다음 번 시장을 달래줄 카드 역시 나와있죠. 네.. 금리 인상의 정점이 어디인지에서 시장을 울고 웃게 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높지 않게 하면서 높은 금리의 지속 기간을 이어갈 수 있는 두번째 조삼모사 프로그램 역시 예측 가능할 듯 합니다. 아마도 내년 1분기 말 즈음 이 얘기가 회자되겠죠.
 
조삼모사는요… 뒤에서 돌아보면 다 똑같이 보이지만… 적어도 그 순간 순간의 경로에서 나타나는 희로애락에서는 꽤 큰 차이를 만드는 듯 합니다. 오늘 에세이는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