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2.10.18

지난 일요일에 닷컴 버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는 삼프로 TV동영상을 포스팅한 후에 몇 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얘기가 길어질 듯 해서 관련 얘기는 주말 에세이에서 좀 다루어보구요..
간단한 질문 두가지에 대한 답을 드리고 갈까 합니다.
 
하나는 지금은 미국의 정책 변화.. 예를 들어 미국의 총선이 있는 시기죠. 당시와는 정치적인 부분에서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는데요.. 2000년 12월에는 참 논란이 많았던 그 대선이 있었죠. 네.. 부시와 고어의 대결이었습니다. 당시 2020년 바이든, 트럼프 대립 때 기억이 생생한데요… 당시처럼 의사당 난입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부시와 고어의 승자 결정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답니다.
 
대선 투표일을 전후해서 보면.. 대선 투표일 2개월여 전부터는 마켓이 빠질 때 대선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얘기가 종종 등장했구요.. 대선 결과를 봐야 증시가 방향을 잡을 것 같다는 얘기였답니다. 미국 중간선거 얘기가 종종 등장하는 최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죠. 대선이 끝난 직후 결론이 늦게 나오자 이 불확실성 때문에 마켓이 눌려있다는 외신 분석이 참 많았죠. 결론이 나면 된다는 얘기였는데요… 결론이 실제 난 이후에는 기업 실적 둔화 우려와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주식 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였더랍니다. 주가가 어떻게 된다.. 이런 게 중요하다기보다는 어떤 정치적 이벤트가 마켓의 방향을 결정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거죠. 중간 선거가 게임체인져 역할을 하기 보다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실물 경제의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가, 그리고 지금의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풀릴지가 보다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하나 더… 당시 2001년 9.11테러가 있었고 그 해 말 엔론 파산이 있었죠. 그리고 이듬 해 여름에는 월드콤 파산도 있었습니다. 미국 자본 시장에 대한 신뢰가 깨져나갔던 순간이죠. 그런데요.. 9.11테러 이후에는 주식 시장이 되려 크게 반등했죠. 국제 공조가 나와주면서요… 그리고 이후에도 그 정도 유동성 공급으로도 실물 경제가 풀려나오지 않자 주식 시장이 되려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실제 나스닥을 비롯한 주식 시장은 2001년 9월까지 상당 수준 하락했구요… 이후 주가 반등 이후 전저점을 하회하는 추가 하락이 있었지만 그 낙폭이 아주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국 경제의 공식적인 경기 침체는 9.11테러 이전인 2001년 3월부터로 발표되었죠. 향후 에세이에서 한 번 자세히 다루어보겠습니다.
 
오늘도 드릴 말씀이 많은데… 닷컴 버블 붕괴 A/S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네요… 한은 이창용 총재님 코멘트인데요… 하나 하나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용이 길어서.. 중간 중간 끊으면서 가겠습니다. 출처는 한겨레 신문 10월 16일 기사입니다. 보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국제공조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각)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강연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강연하고,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담 이후에 있었던 경제 연구소 강연에서 나왔던 얘기인데요.. 핵심은 달러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 공조의 가능성이 언급되었다는 겁니다. 달러 강세는 어느 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제 공조가 나와줘야 해결이 가능한 이슈겠죠… 최근 에세이에서 계속 언급해드린 것처럼 미국 금리 인상은 필요하지만 속도는 조금 조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연준이나 미국 행정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죠. 문제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인플레를 잡으려는 의지가 박약한 것 아니냐는… 시장의 불신을 살 수 있기에 매우 부담스러운 선택이 된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 속도로 올리면 어디 한 군데는 부러지게 될 텐데 그런 충격이 미국 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 있죠. 금리 인상을 제어하는 것도, 그리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달러 강세를 제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움직이는 순간 인플레 제어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서 미국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죠. 이런 배경 지식을 갖고 추가로 총재님 코멘트를 추가로 보시죠. 한겨레 기사 인용 이어갑니다.
 
“먼저 달러의 초강세 현상과 이로 인한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가 화두에 올랐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이 빅스텝(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은 결정에 1400원대를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영향이 컸음을 재차 명시했다. 이 총재는 “급격한 환율 변동이 금융안정에 가져올 수 있는, 예를 들어 자본유출 압력 증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네.. 이번 추가 빅스텝에서는 국내 물가 압력도 중요했지만 달러 초강세가 주는 부담이 컸음이 언급되고 있죠. 이건 한은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느끼는 부담일 겁니다. 조금 더 진행하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당장 달러 강세로 비롯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특히 국제유가와 달러가 동시에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역사를 보면, 달러가 강세일 때 유가는 낮은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라는 특이한 조합이 나타난 예외적인 상황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좀 더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기에 미국은 인플레에 보다 초점을 맞출 것 같다는 말씀이죠.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다는 코멘트로 해석이 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높다는 점… 향후 에세이에서 한 번 다루어보겠습니다. 조금 더 갑니다.
 
“다만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로는 미국도 국제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좋은 소식은 이번 연차총회 동안에 파월 연준 의장과 브레이너드 부의장 등 많은 이들이 ‘스필오버’(다른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때가 되면 미국도 글로벌 달러 유동성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을 묻는 포즌 소장의 질문에는 “달러의 지나친 강세는 특히 상당 기간 계속될 경우 미국에도 좋지 않다”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국제공조(some degree of international cooperation)가 필요해질 수 있다”고 했다.”(한겨레, 22. 10. 16)
 
전 이 파트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국제 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번 G20재무장관 회의에서 파월과 브레이너드 역시 스필 오버… 즉,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강달러가 다른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준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코멘트가 나옵니다. 그리구요.. 이를 내깔려 놓아두면.. 다른 국가 경제가 무너지면서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는 이른 바 Reverse Spill over 혹은 Spiil Back 현상이 나타날 수 있죠. 다른 나라 힘든 거 미국이 왜 신경쓰겠느냐… 가 아니라요.. 다른 국가가 힘겨워져서 미국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하게 되면 연준 역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죠.
 
위의 인용문을 보면 달러의 지나친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 미국에도 좋지 않다…. 라는 코멘트가 나옵니다. 네.. 이게 바로 spill back 인데요..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역시 달러 강세를 제한하는 국제 공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죠. 네… 어느 정도 레벨까지는 고민이 되지 않지만.. 이제 그 부담이 더욱 커지는 만큼…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도 강달러의 파급 효과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가는 듯 합니다. 공조가 어느 정도 중요한지는 수차례 에세이를 통해 말씀드려왔던 바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언제쯤 나타날지.. 면밀히 봐야 할 듯 합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