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2.08.18

연준 의사록이 발표되었죠. 어느 정도 연준의 의도를 클리어하게 보여준 의사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우선 시장이 환호했던 포인트와 무덤덤했던 포인트를 나누어서 볼 필요가 있는데요, 환호했던 포인트를 보시죠. 인용합니다.
 

 

“7월 회의에서는 위원회가 과도하게 긴축정책을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많은 참석자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 환경의 특성과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길고, 가변적인 시차가 있어 위원회가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정책 기조를 긴축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위험으로 향후 분기에 걸쳐 위원회가 정책 결정의 속도와 규모를 판단하는 데 데이터 의존적인 접근 방식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인포맥스, 22. 8. 18)
 
네, 지난 6월과 7월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연준입니다. 이례적인 속도의 긴축을(94년에도 75bp인상은 한 번이었는데요..) 한 만큼 너무 빨리 달려 온 것 아닌지를 봐야 한다.. 그리고 금리 인상 직후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금리 인상 효과를 천천히 지켜보면서 갈 필요가 있다.. 정도 얘기가 나온 것이죠.
 
약을 먹는데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죠.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나는데 효과가 없다고 착각하고 약을 겁나 먹어제끼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과도한 긴축에 대한 우려에.. 과도한 약 복용이라고 읽으시면 이해가 빠르실 듯 합니다.
 
이 정도 얘기가 나오니 시장은 꺄오~ 소리를 질렀죠.
 
그런데요… 되려 핵심은 이렇게 과도한 긴축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긴축을 너무 천천히 했을 때의 문제점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금 더 인용해보죠.
 
“회의 참석자들은 연준 정책의 신뢰성에 중점을 뒀다.
 
연준 위원들은 "정책 기조를 충분히 조정하려는 위원회의 의지에 대해 대중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는데 이는 위원회가 직면한 중대한 위험"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위험이 현실화되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작업이 복잡해지며, 그렇게 하는데 드는 경제적 비용이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고 연준 위원들은 언급했다.” (연합인포맥스, 22. 8. 18)

 

 

네.. 인용문 첫 문단에도 신뢰성에 중점을 두었다.. 는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오늘 새벽 의사록의 핵심은 이번 인용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록의 핵심은 이거죠.. 연준에서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하면서 금리를 빠르게 올린다고 했다가 다음 달에는 천천히 올린다고 했다가 성장이 훼손되는 게 걱정된다고 했다가 다음에는 갑자기 매파로 돌변해서 물가 잡아야 한다고 했다가.. 이런 식으로 쏠려다니면 대중들이 ‘얘덜이 인플레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나.. 혹은 얘덜이 인플레 잡으려는 의지는 있는 건가…’하는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의구심은요.. 인플레이션 못잡겠네.. 오래 가겠구먼… 이란 기대 심리를 촉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고착화… 이른 바 고질병이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되죠. 연준에서는요… 이런 고질병.. 고착화로 이어지게 되면 인플레를 2%로 되돌리는데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비용이 상당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겁니다.
 
과도한 긴축을 우려해서 멈춰서게 되면… 대중의 인플레 기대 심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럼 인플레가 고질병이 되고.. 엄청난 비용을 치루어야 할 수 있죠… 네.. 연준은 과도한 긴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런 행동을 취했을 때 대중들의 인플레 기대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우려.. 이 둘을 함께 보고 있구요.. 그 중에서도 후자.. 즉, 대중의 마음 속에 기대 인플레가 자라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네.. 시장이 기대하는 Stop & Go는 쉽지 않겠죠. 단기로는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하면서 천천히 가겠지만.. 내년에 금리를 인하한다는 등의 서비스는 기대 난망이라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시장이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간다는 근거로 들었던 중립금리에 도달했다는 얘기.. 여기에 대해서 참석자들이 첨언을 해주는데요.. 요거 보시죠.
 
“참석자들은 "7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한 후 명목 연방기금금리가 장기 중립 수준에서 추정한 범위내에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일부 참석자들은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이 상승했고, 단기적으로 그렇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금리 인상 이후에도 실질 연방기금 금리가 여전히 단기 중립수준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연합인포맥스, 22. 8. 18)
 
실질 금리 얘기가 나오고 있죠. 물가를 감안한 금리를 얘기하는 것인데요… 명목 금리는 금리 그자체입니다. 물가가 얼마인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죠. 중립 금리가 얼마야~~ 라고 물어보면… 2.25~2.5%요.. 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이게 명목 금리의 얘기죠. 그런데요… 물가를 감안한 실질 금리에서는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죠. 물가가 2~3%수준일 때… 지금의 기준 금리인 2.25~2.5%가 되는 것하고… 물가가 8~9% 수준일 때 지금의 기준금리인 2.25~2.5%가 되는 것하고..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네.. 명목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질로 물가를 고려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헐.. 그대로 최근에 물가가 좀 내려오지 않았나.. 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그게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인한 바가 크죠. 이에 대한 얘기도 담겨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또 휘발윳값 하락의 경우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향후 급등 가능성 때문에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둔화를 보장할 수는 없다고 봤다.”(뉴시스, 22. 8. 18)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6월 fomc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근원보다는 헤드라인을 본다고 했는데요.. 7월에는 근원이 중요하다고 다시 말을 바꿨던 바 있습니다.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게 되면..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인플레 압력이 낮아진다고.. 그럼 긴축을 되돌릴 수 있다고.. 그런 기대가 생겨날 수 있기에.. 그걸 사전에 차단했던 코멘트였는데요.. 그와 맥락을 함께 하는 것이 위의 인용문입니다.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가 사라졌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죠. 휘발유 가격은 언제든 급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인용문 조금 더 추가하죠.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위원회의 목표로 내려가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및 공급망 혼란 등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연합인포맥스, 22. 8. 18)
 
급등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러-우 전쟁 등에서 남아있다고 할 수 있겠죠. 연준도 여기에 말려들어서 정책을 결정하지는 않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네.. 결국 단기로는 빠르게 긴축한 만큼 그 효과를 보고 가고 싶다는… 75bp로 달리는 속도를 조금은 조절하겠다는 뉘앙스를 보였다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금리 인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2%로 인플레를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대중이 의심하게 하면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시장도 다음과 같이 반응했죠.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보시면 9월 금리 인상 확률에서는 50bp인상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75bp인상 확률은 다소 낮아졌구요.. 와.. 그럼 좋은 것 아닌가.. 할 수 있는데요.. 내년으로 넘어가서 조금 긴 시계열을 보시면요.. 내년 6월 fomc에서 3.75~4.0%이상에 머물러 있을 확률이 기존에는 30% 수준이었는데.. 이게 38%로 올라버렸죠.. 그리고 내년 7월 fomc확률도 보시면… 3.75~4.0%이상에 머물 확률이 24%수준이었는데.. 이게 32%로 올라버렸습니다.
 
네.. 금리 인상 진행 속도는 조금 늦추겠다고 읽은 것이구요.. 대신에 내년에 금리 인하한다든지.. 그런 게 아니라.. 꽤 오랜 기간 긴축 기조가 이어질 듯 하다고 시장이 받아들인 듯 합니다. 실제 단기 금리 상승폭은 크게 튀다가 가라앉았구요(100bp인상 얘기도 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죠).. 장기 금리인 10년 금리가 튀어올랐죠..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의 움직임과 맥락을 같이 하는 듯 합니다. 인용문이 길다보니 분량도 꽤 되네요.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