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2.03.30

 

오늘 새벽 뉴욕 금융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왔죠. 2년 국채 금리와 10년 국채 금리가 엇갈리면서 잠시나마 장단기 금리 역전이 현실화된 겁니다. 19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죠. 아직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 역전이 나타나지 않아서 괜챦다.. 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음.. 3개월과 10년의 금리차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는데요.. 다만.. 지금은 이게 그리 유효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차를 두고서는 이 둘도 역전 가능성이 높겠지만… 당장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요거죠.
 
향후 2년 후에 미국 금리가 어느 수준에 가 있을까.. 라는 것과 향후 3개월 후에 미국 금리가 어느 수준에 가 있을까.. 이건 좀 다른 얘기가 됩니다. 이번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고 하는데요.. 지금의 금리 인상은 과거보다 속도도 빠르고… 인상 타겟 레벨 역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워낙 이례적으로 금리를 많이 낮추어놓았던 만큼 인상해야 하는.. 그야말로 갈 길이 먼 것이죠. 갈 길이 멀기 때문에 3개월 후에 갈 수 있는 레벨과 2년 후에 갈 수 있는 레벨 차이가 상당히 클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후에 연준은 기준 금리를 두차례 정도 더 올릴 수 있겠죠. 0.5%씩 두 번 올린다고 가정을 하면 1%정도 높을 겁니다. 그런데요.. 2년 후에는 어느 정도 레벨이 될까요? 현재 불라드 형님이 강조하는 것처럼 조금 세게 간다면 3.5~3.75%레벨까지도 가능한 겁니다. 물론 현재는 2.3~2.4%정도에서 멈추어 있지만(오늘 2년 국채 금리는 2.37%수준이죠) 향후에 불라드 식의 전망이 더 반영된다면…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3개월 금리는 거기까지 오르기에는 아직 시간이 모자랄 겁니다. 네.. 2년보다 3개월이 기준 금리 인상을 더욱 뚜렷하게 반영합니다. 기준금리가 아직은 낮은 레벨이 있는 만큼.. 그리고 3개월 후에 뛰어올라갈 레벨이 2년보다는 높지 않은 만큼 3개월 국채 금리가 2년보다는 많이 낮은 거죠.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나 레벨이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크기 때문에.. 3개월과 2년의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나는 겁니다.
 
지금 장단기 금리 역전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기 때문이죠. 19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역전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그 이유 역시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속도와 레벨 때문입니다. 그렇게 금리 많이 올리면 다 죽어.. 라는 경고를 담고 있죠. 3개월과 10년도 중요하지만.. 2년간 기준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레벨을 생각한다면 2년과 10년 금리차에 비중을 보다 많이 싣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년과 10년 금리가 역전되면… 결국 미국 은행들의 대출 활동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죠. 은행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서(빌려서) 장기로 대출을 해줍니다(빌려주죠). 기업으로 따지면 단기 금리가 생산 원가가 되는 거구요… 장기 금리가 제품 판매가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얘기는.. 생산원가가 판매가보다 높아지니… 판매할 때마다 역마진이 발생하게 되죠. 그럼 이런 대출을 해주면 안됩니다. 그럼 중앙은행도 기준 금리 인상을 통해서 긴축을 단행하는데 시중 은행 역시 대출을 줄이면서 긴축에 가담을 하게 되면 실물 경기가 주저앉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우려를 갖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1년 정도 이내에 어김없이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라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최근 해외 IB들이나 연준의 보고서를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을 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라는 얘기가 많은데요.. 개인적으로 이분들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약간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얘기하는 것 중에.. 과거 장단기 금리 역전과 지금의 장단기 금리 역전의 가장 큰 차이는 연준이 장기 채권을 매입한 데 있다는 거겠죠.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 국채를 워낙에 많이 사들였기에.. 장기 국채 가격이 뛰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눌리는 겁니다. 연준의 수요라는… 과거에는 보지 못했었던 워낙에 이례적인 이슈가 있는 만큼 장기 국채 금리는 쉽게 오르지 못하고 눌려있는 거죠. 단기 기준 금리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 국채 쪽에 워낙 많은 중앙은행의 국채 매수가 기다리다보니..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과거보다 쉽다라는 겁니다.
 
맞는 얘기인데요.. 조금 더 과거로 돌려보면… 예전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더랍니다. 2019년 여름에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났을 때에도… 당시에 이런 얘기를 했죠. 2006년의 장단기 금리 역전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금융 위기 이후 3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로 연준이 장기 채권을 많이 매입했기에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난 거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 이런 얘기가 있었답니다. 네.. 물론 당시에는 양적완화가 종료된 이후이기는 했지만 약 3~4조 달러 정도 양적완화 자금이 이미 시장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과거보다 훠얼 많은 중앙은행의 장기 국채 매입 개입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왜곡이 나타난 만큼 2006년의 그것과 비교하지 말라.. 라고 주장했던 겁니다. 물론 2020년3월의 침체가 코로나로 인한 것이기에.. 워낙 우연적인 것이기에 2019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진짜 운빨 아니냐.. 라는 반론이 가능하시겠지만.. 이 얘기는 별도의 논의가 좀 필요할 듯 합니다.
 
계속 2006년 얘기를 해드리는데요.. 2006년에도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었죠. 당시에는 그 유명하신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께서 직접 나서셔서 진화를 하셨죠. 장단기 금리 역전이 되면 경기 침체가 온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왜냐하면.. 2006년의 지금 상황에서는 이머징 국가 등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에서 미국국채를 하도 사들여서리.. 이것 때문에 장기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장단기 금리 역전과 비교하지 마라.. 수급 이슈다.. 라구요…
 
자.. 주중 에세이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되죠.. 짧은 지면에.. 많은 것을 담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2019년에는 연준의 양적완화를.. 2006년에는 이머징 국가들의 미국 국채 매수를… 언급하면서 과거와는 달리 장기 국채 수급에서 변화가 있기에 과거와 같은 신호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라는 얘기를 했죠. 이번에도 사실은 수급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저도 공감하지만.. 그리고 연준 위원들도 익히 알고 있지만.. 수급만으로 다르다고 판단했던 과거의 전적(?)이 있었던 만큼 이 얘기만을 100% 신뢰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었건… 결국 미국의 은행들.. 특히 예대마진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지방 소형 은행들이 느끼는 부담은 크겠죠. 허리케인에 의해 홍수가 났건.. 쓰나미에 의해 호수가 났건.. 댐이 터져서 홍수가 났건… 홍수에 집중하면 원인이 무엇이건… 긴장감을 놓으면 안된다는 생각은 유지해야 할 듯 합니다.(좋은 비유는 아닌 것 같네요^^)
 
네..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서 페북이나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문의를 많이 주셔서 개별 답변보다는 이렇게 에세이로 적어봤습니다. 내일은 또 다른 주제로 말씀 드려보죠.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