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1.12.21

우선 터키 얘기부터 하죠.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 예금에 대한 보장을 하겠다는 얘기를 했죠. 터키 리라로 예금을 한다고 가정합니다. 예금 이자를 15%나 주는 거죠.. 와~ 좋다.. 라는 생각이 들죠. 이런 저금리 시대에 저런 혜택이… 라는 생각.. 그래서 달러를 팔고 리라화를 사서… 그걸로 예금을 합니다.
그런데.. 와… 눈뜨고 코 베이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리라화 가치가 15% 하락한 겁니다. 하루에..

 

그럼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터키에 남아있으면 안되겠죠? 그럼 외국인 투자자들이 도망치게 되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예금을 빼서.. 그렇게 받은 리라를 팔고.. 달러를 사서 나갑니다. 그럼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겠죠? 리라 급락은 터키의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게 됩니다. 그러니 터키는 금리도 높고.. 물가고 높고.. 외국인도 빠져나가고.. 이렇게 되는 거죠.
 
터키에서 나온 얘기는 그거죠. 리라화 예금에 대한 가치 보장입니다.
리라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터키 예금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는 거라면… 그 손해만큼 보장을 해주겠다는 얘기겠죠.
와.. 멋진가요?ㅎㅎ 네.. 일단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여부를 떠나서요… 시장은 기대라는 게 있습니다.
이건 진짜 답 없다.. 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제 뭔가 대안을 준비하는 건가? 그럼 현재 달러 당 17리라라는 환율은 너무 비관적인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죠. 터키 리라화 환율이 달러 당 17리라에서 달러 당 13리라로 큰 폭 하락(리라화 강세)했구요… 터키 주식 시장도 일중 낙폭을 크게 만회했죠. 그리고 그 시간을 전후해서 뉴욕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 시장도 패닉에서는 살짝 벗어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네… 지금 전반적인 투심이 악화되어 있는데 터키 디폴트 우려와 같은 부정적 뉴스가 미칠 수 있는 악영향.. 가뜩이나 성장 둔화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 방 날리는 거..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성장 얘기 나왔으니 중국 얘기로 해야겠네요. 중국이 LPR금리를 인하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 이런 느낌이 들더군요.. 많이 급하구나... 12월 첫주에 중국 지준율 인하 소식을 듣고서 연합인포맥스에 출연했을 때… 장판교 위 장비의 비유를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 조조의 백만 대군이 장판교 위 장비를 공략하지 못하고 후퇴했죠. 처참한 모습으로.. 한 명의 장수 앞에서 백만 대군이 후퇴하게 되자.. 조조에게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허망하게 철수하는거냐고… 그랬더니 조조가 답하죠… 장비의 뒤에 있는 수풀을 보니 먼지가 올라오고 있었다… 상당한 적군이 매복해있는 것이다.. 라구요… 그런데.. 장비가 장판교를 불지르고 철수했다는 소식이 바로 들리고 조조는 말하죠.. 실제 별 거 없구나.. 빨리 쫓아라.. 라구요..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쪽이 실제 너무나 많이 쫄릴 때.. 그리고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을 때.. 긴장은 되지만.. 상대하고 그 엄청난 긴장감을 이겨내면서 뻥카로 극복하는 경우도 많죠. 그렇지만… 그런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장판교를 불태우면… 네… 조조의 백만 대군이 다시 힘을 얻게 되는 겁니다. 이 지루한 얘기를 해드렸던 이유는요… 중국의 이번 LPR금리 인하가요… 무언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부작용이 훨씬 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불과 3주 만에 그렇게 오랫동안 하지 않던 지준율 인하, 재할인율 인하, 그리고 LPR금리 인하 뉴스가 쏟아져나왔죠. 와~ 3주 동안 대규모 호재가 터졌구나.. 라고 할 부분이 아니라요.. 얼마나 급했으면.. 헝다 사태가 불거지던 9월에도 하지 않았던 지준율 인하를 했을까… 그리고 코로나 사태와 같은 급박했던 시기 이후 LPR금리 인하는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온 거죠. 좀처럼 바꾸지 않던… 정책을, 그것도 패키지로 쏟아냈다는 데 대해 시장은.. 얼마나 급했으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듯 합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어도 괜챦죠… 미국의 성장이 있으니까요… 조 맨친 상원 의원은 얘기합니다. 인플레 부담과 너무 큰 부채 부담으로 인해서 추가로 경기 부양책을 집행하는 건 부담이라구요… 이런 상황에서 2조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부양안을 통과시키는 투표에서 이를 찬성할 수가 없다라는 주장인 거죠. Build Back Better 라는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때 내년 1분기 미국의 성장률 전망은 기존 3%대 중반에서 2%수준으로 쪼그라든다고 합니다. 네… 인플레로 힘들어도… 연준이 긴축을 해도.. 오미크론이 찾아와도 내년의 강한 성장을 보면서 꿋꿋이 한발 한발 다가간 건데요… 그 성장이 휘청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이 문단 바로 앞에서는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럼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 라고 해석할 수 있는 건가요? 여기에 오미크론이 가세하고 있죠. 오미크론만으로 흔들린다라기 보다는요.. 전반적으로 두려움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미크론이라는 펀치가 다가온 겁니다. 튼튼한 상황이면 버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휘청이게 될 수 있죠.
 
중국, 미국 성장 둔화되면 양적완화 확대하면 되지~~ 아기되지 삼형제 식의 얘기… (여기서 아기되지…는 오타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만… 옛날부터 제 에세이 보셨던 분들은 아기되지 삼형제가 뭔지 이해하실 겁니다^^) 성장 안좋으면 돈 풀면 되지~~ 라는 식의 낙관론이 지금은 막혀있죠. 인플레가 고질병이 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둔화를 메워줄 정도의 강한 돈 풀기 정책을 쓸 수 있을까요?
 
성장이 둔화되면 물가가 하락하게 될 것이고… 그럼 완화적 스탠스로 전환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동의합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겠죠… 그런데요… 성장이 둔화된 이후… 상당한 시차를 두고… 물가가 하락하게 되면 얘기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인플레가 기승을 부리는 만큼..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지게 된다면… 이때만큼은 돈 풀기를 하기 어렵겠죠. 네… 성장이 둔화되는 만큼… 물가가 따라 내려올 때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면… 적어도 연준이 성장 둔화 시에 바로 돈 풀기로 전환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성장과 금리가 있습니다. 성장이 둔화되어도… 돈을 많이 풀어서 금리를 바닥으로 붙이게 되면 주식 시장이 탄탄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죠. 그런데.. 돈을 풀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죠… 내년 3번, 내후년 3번, 그리고 2번 더… 인상할 거라고 하죠. 성장이 탄탄하게 받쳐준다면… 이런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감당할 수 있다면 시장이 버텨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성장에 집중을 해야 하구요… 물가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인플레에 발이 묶여있는 연준이 언제 다시 풀려나올 수 있을지도 함께 봐야할 듯 합니다. 그리고 이머징과 중국이 잘 버틸 수 있는지.. 터키 환율 및 역내외 위안화 환율 갭 등을 좀 더 지켜보시죠.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