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1.09.02

어제 간만에 다니던 대학교의 도서관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글쎄요.. 옛날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가 들리던 당시의 제 모습이 기억이 나곤하는데요…

도서관에 들어가니까 도서관만의 그 정취..그걸 뭐라고 하죠?

국어가 딸리니까… 냄새라는 단어는 뭔가 좀… 안맞는 것 같고… 그냥 도서관만의 향기가 있더군요… 와.. 20년 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오더랍니다. 그리고 도서관 내에서 말뚝잡고 앉아서 공부하던 자리도 그대로 있었고…. 족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면 좀 과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기가 살아왔던 과거의 제 모습들을 하나 하나 돌아보는… 그런 시간을 많이 갖게 되는 듯 합니다.

그런 생각 가끔해보지 않나요? 어렸을 때에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5정거장만 넘어가면 지루해서 몸을 비틀고 의자에 무릎꿇고 앉아서 창밖보려고 하고… 그랬는데… 언제부터인지… 15정거장도 기본처럼 느껴지는… 1시간의 출근 시간이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지는… 그런 모습이 되어있죠. 익숙해져서 그런 거겠지만… 어쩌면… 생각할 것들이… 고민할 것들이… 혹은 회상할 것들이 많아서… 그 시간 동안 하드 디스크 돌아가는 시간(?) 정도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런 넋두리를 드려봅니다.

넋두리가 너무 길었네요. 이번 주에는 워낙 아침에 회의도 많고 해서(요즘 하루 하루 쫓기듯 삽니다.

) 제대로 에세이 포스팅을 하지 못했네요. 지난 주 잭슨홀 관련 에세이 쓴 이후 처음이구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삼프로 TV에 나가서 방송을 한 이후 처음 쓰는 글입니다.

 

삼프로 TV 끝나고 질문 주시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대부분 그거죠. 성장과 금리의 관계… 여기서 질문을 많이 주셨습니다.

성장과 금리로 보는 마켓의 구도는 이렇게 그려볼 수 있죠. 코로나 사태 초기… 금리는 낮은 수준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으로 경제의 성장 자체가 무너지고 있었죠. 당시 1.5%수준의 낮은 기준금리 임에도 성장의 붕괴를 막을 수 없었답니다. 이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패닉 셀링입니다. 대형주 소형주 할 것 없이 모두 주저앉기 시작했죠. 그런 상황에서 20년 3월 24일 대반격이 시작됩니다. Fed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반격이 개시되면서 유동성 공급이 크게 늘어나죠. 성장이 주저앉는 속도 이상으로 금리가 낮아지는 그림이 펼쳐진 겁니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이 돈의 힘으로 오르게 되죠. 돈의 힘으로 오르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주가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도 오르면 돈의 힘에 의한 상승이다.. 라고 정리하시면 됩니다. 성장이 나올 때에는 주가가 오를 때… 채권 가격이 하락(채권 금리가 상승)하곤 하는데요…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게 될 때에는 급격한 돈의 증가로 주식 뿐 아니라 채권 가격도 오릅니다. 채권 가격 상승은 채권 금리의 하락… 이라고 기억하시면 되겠죠.

그리고 6월을 넘어서면서 중국이 코로나에서 가장 빨리 돌아서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강한 성장이 돌아오면서 성장 정체로 버벅 거리던 세계 경제를 하드캐리하는 모습이었죠.

그리고 각국은 통화 및 재정 정책을 강력하게 구사하면서 이른 바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성장의 붕괴는 제한이 되는 상황에서 돈을 풀게되니 시장은 더욱 더 강한 모습을 이어가게 되죠. 다만 이런 분위기는 9월부터 바뀌게 됩니다. Fed는 이 때부터 추가적인 통화 부양책을 도입하지는 않았구요… 기존의 1200억 달러 양적완화 집행 수준으로 지원을 제한하고 있었죠. 시장에서는 YCC 해야한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해야한다.. 양적완화 더 늘려야 한다.. 별 얘기가 다 있었지만… 마치 할 것처럼 하면서 쌩까고 지나가는 신공을 보여준 파월이었습니다. 추가적인 돈 풀기 선물이 없자… 지난 해 9월부터는 나스닥을 중심으로 한 성장주의 상승세가 주춤하기 시작했었죠.

 

이런 분위기를 크게 돌려버린 것이 11월의 백신 발표와 바이든의 당선이었습니다. 그리고 12월에 9000억 달러 부양책… 그리고 올해 3월의 1.9조 달러 경기 부양책이 한꺼번에 쏟아졌죠. 이 효과는 정말 가공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뿌려준 재정 지원의 힘으로 미국의 소비는 그야말로 폭발했구요… 이렇게 폭발한 미국의 소비가 전세계 국가들의 수출에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죠. 네.. 지난 해 11월 이후 성장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성장이 강해지는데… 돈을 월 1200억 달러씩 주는 그림이 나온 겁니다. 성장이 강해지는 만큼… 물가가 오르는 만큼 금리가 튀어올라야 하는데… 월 1200억 달러씩 국채를 사들여주니… 국채 금리를 누르는 요인이 되겠죠? 정리하면 성장은 강하게 튀는데… 금리는 튀긴 튀지만… 양적완화의 힘으로 성장의 크기보다는 덜 튀어오르는 구도였던 겁니다. 그럼 금리의 상승보다 성장의 속도가 더 크니.. 주가가 상승했겠죠. 그게 경기민감주 위주의 급등장을 그려낸 거겠죠.

 

이런 분위기는 테이퍼링에 의해 바뀐 것이 아니죠. 테이퍼링은 언제 한다… 이 논의가 워낙 많았기에.. 아직 주요 변수로 들어오지는 못했구요…. 그보다는 성장의 둔화 얘기가 보다 크게 회자되기 시작한 겁니다.

물가의 과도한 상승으로.. 그리고 보복 소비 효과의 희석으로… 고용 회복의 지연 등으로 인해 미국의 성장 관련 지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약하다는 거죠. 미국의 미시간소비심리 지표는 상당한 둔화폭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델타 변이 역시.. 이런 성장 둔화에 타격을 주는 모습이죠. 네.. 성장이 정말 강하다라는 기대감이 살짝 꺾이면서 경기민감주가 다시금 주춤해지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이와 함께… 이제 테이퍼링 이슈.. 즉 유동성 공급의 축소(금리의 상승)이라는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는 겁니다.

 

정리해보면… 결국 미국의 강한 성장.. 그리고 중국의 강한 성장.. 그리고 연준의 돈 풀기가 시장의 강세를 견인한 요소였구요.. (그냥 시장의 강세가 아니라 이른 바 Everything Rally를 만들어냈었죠) 이제 이런 이슈들이 하나 하나 바뀌기 시작하는 겁니다. 적어도 코로나 이후 G2의 성장이 동시에 둔화되는 상황… 그리고 성장이 둔화되면 어김없이 돈풀기를 늘릴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강했는데… 이제는 돈을 더 푼다… 이런 건 기대난망이고… 줄이는 속도를 조금 늦춘다… 정도??로 선물이 나오게 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어렸을 때 비행기 게임하다보면… 가끔… “무적”… 뭐 이런 거 만들게 되곤 합니다(이거 어렸을 때 게임 좋아하셨던 분들은 공감하실텐데요) 비행기에 보호막이 쳐지는 거죠. 안죽어요.. 그럼 미사일 맞아도 죽지 않죠… 그게 Fed의 보호막이었다면… 이제 그 보호막이 옅어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보호막을 걷어내도 성장이 강하다면 문제가 없는데… 그 성장이 생각보다 약하다면 이슈가 되겠죠.

 

이번 주 중국의 지표 발표 시에… 시장은 이런 기대를 했죠. 중국의 지준율 인하가 서둘러 질 것이라는 기대.. 그렇죠.. 지난 주 말씀드렸던 과주기 조절 정책은 이런 기대에 힘을 실어주죠. 하지만 그런 정책적 지원은 과거보다는 분명히 약할 겁니다. 그리고 적어도 Fed 사이드에서는 지난 해처럼… 시장이 살짝 멀미만 해도 뭘 더해줄까.. 라는 식의 케어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제 성장을 바라봐야 할 겁니다. 보호막이 사라지면…. 비행기 게임 상의 비행기는 바로 죽을까요? 모르죠.. 실력있는 게임 유저라면 잘 피해다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네.. 그 실력이 경제로 넘어오면 성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성장 지표 하나 하나에 시장은 지난 해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겁니다. 성장이 둔화되면 돈 풀어줄 거라고 환호하던.. 그런 그림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게 될 듯 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상승장에서 우리가 어쩌면 망각하고 있을 리스크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말씀을 드려보죠. 이만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