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1.08.11

오늘은 간단하게 달러원 환율에 대한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기존 에세이에서도 몇 차례 말씀드리긴 했는데요, 결국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그 나라의 성장과 유동성의 공급, 즉 금리가 되는 거겠죠. 한 국가의 성장이 강하게 나오면 그 나라의 성장이라는 과실을 따먹기 위해 많은 자금이 해당 국가로 흘러들어가게됩니다. 그 나라로 들어갈 때의 핵심은 그 나라의 통화를 매입하는 거겠죠.

투자를 위해 특정 국가의 통화 매입이 늘어나면 그 나라 통화 가치는 절상되는 원리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금리가 중요한데요… 다른 나라보다 금리가 높으면… 그 나라 통화를 보유했을 때의 매력이 높아지는 요인이 되겠죠. 금리라는 개념을 조금 더 들어가서 특정 국가 통화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해당 국가 통화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그 나라 통화의 가치가 올라가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지루한 얘기를 길게 드린 이유는 이 얘기는 최근 나타난, 특히 지난 주 고용 지표 발표 이후에 나타난 미국의 상황과 연결시켜볼 수 있죠. 미국의 고용 지표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미국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커지는 분위기죠. 성장이 탄탄하게 나오면 왠만한 테이퍼링 정도에 시장이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테이퍼링을 견뎌내기 어려울 정도의 연약한 성장이.. 그런 불확실성이 클 때 과감한 테이퍼링을 시도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거죠. 고용 지표의 개선 이후에 시장에서는 Fed의 테이퍼링이 현실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AIT를 도입할 때 했었던 것처럼 이달 말 잭슨홀 회의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운을 뗀 이후 내년 초 정도 시행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거죠.

 

미국의 성장이 강하다.. 그리고 유동성 공급이 점차로 줄어들게 된다는 소식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달러화 강세가 되면 원화 대비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하니… 달러원 환율은 상승(원화 약세)하게 되겠죠. 여기서 환율의 어려운 점이 보입니다. 환율은 상대가치죠. 달러원을 볼 때에는 미국만 봐서는 안되고 한국도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의 성장세 역시 수출 중심으로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구요, 이런 한국 성장의 개선세에 힘입어 한국은행에서는 기준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점을 찍고 많이 하락하긴 했지만 한국의 국채 금리 역시 지난 해에 비해서는 많이 상승했죠. 그럼 미국의 성장 & 금리가 나아지는 만큼 한국의 성장 &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사실 상 상쇄가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요.. 여기서 한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다른 국가와의 환율 균형이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한국은 수출에 강점이 있습니다. 수출은 결국 다른 국가에 물건을 파는 건데요… 다른 나라와 경쟁을 하게 마련이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제품의 엣지가 강하거나.. 혹은 제품 가격 경쟁력이 있거나… 이 두가지가 필요할 겁니다. 제품 엣지는 기술의 발전과 연관되는 바 하루 아침에 국가가 나서서 기술 발전시켜~~ 혁신해~ 라는 얘기를 해봤자 현실화되기 어렵죠. 그럼 바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어서… 수출을 늘리는… 즉,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일 겁니다. 내 나라 상황이 아무리 좋더라도… 다른 나라는 모두 자국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자 통화 가치를 낮추는데… 나 혼자서 용가리 통뼈처럼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면… 수출 경쟁에서 치명타를 받을 수 있겠죠. 다른 나라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일 때, 내 나라 통화 가치를 높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 나라 수출품 가격 올라가는 만큼 다른 나라 수출품 가격도 올라가니까요… 그런데… 독박 통화 절상은 이건… 좀… 이라는 생각이 들겠죠. 수출 성장 의존도가 높을 수록.. 다른 나라 통화 가치 움직임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 다른 나라 통화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좀 볼까요? 우선 유로존입니다. 유로존은 지난 달 18년만에 처음으로 통화 정책 목표를 전환했죠. 2% 물가 상승 목표를 2%의 대칭적 물가 상승 목표로 전환했습니다.

물가가 일정 수준 올라와도 기존처럼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테이퍼링에 나서거나 하지 않겠다는 거죠.

물가가 올라도 현재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겁니다. 테이퍼링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미국과는 달리 유로존의 테이퍼링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음을 보여주죠.

해당 내용의 발표 이후 유로화는 1유로에 1.8달러선을 하회했죠. 유로화가 달러보다 약하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달러가 강해졌다라고 보면 됩니다.

엔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13년 이후 거의 8년 동안 이어진 양적완화로 인해 일본의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죠. 이에 시장 기능의 정상화를 목표로 약간의 보이지 않는 테이퍼링(?)을 진행했던 바 있지만 최근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해 흘러내리는 경제 상황을 목격하고는 과감한 행보는 언감생심 기대도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중국 위안화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중국은 당국에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직접 제기하고 있죠.

그리고 돈을 마구 푸는 정책은 지양하지만 경제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신중한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연초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고자 긴축적인 스탠스까지 내비쳤던 중국입니다만… 한 때 달러 당 6.3위안까지 하락하면서 초강세를 보이던 위안화 환율의 부담과..... 보복 소비가 지나가면서 나타나는 소비의 둔화로 인해 지난 달 지준율 인하를 비롯… 다시금 완화적 통화 정책의 군불을 떼고 있는 거죠.

소비가 빠르게 올라오지 못한다면… 위안화 가치가 강해지는 것… 즉 위안화 절상을 최대한 막아서 수출 성장이 유지되도록 해줘야 할 겁니다. 네… 중국, 일본, 유럽… 모두 자국 통화의 일방적 강세보다는 적당한 약세를 선호하고 있는 모습이죠. 어쩔 수 없는 것이요… 내수가 강하지 못하기에.. 다른 나라의 수요에 물건을 파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답니다.

그럼 수출 성장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이를 위해서 환율 역시 관리를 해야하겠죠.

중국, 유럽, 일본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고 들어오는데… 신흥국들은 어떨까요? 저들과는 달리 우리 신흥국은 화끈하게 통화 가치를 높여볼까.. 라는 생각을 하면 위험해집니다.

최근 신흥국들이 기준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 가치는 절하되는 모습이죠.

헤알화, 루블화, 멕시코 페소, 터키 리라 등의 움직임은 기준 금리 인상과는 무관하게 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럼 내수 성장이 탄탄하기에, 수출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기에 자국 통화 강세(달러 강세)의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적은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모습이죠. 그럼 한국 원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네.. 다른 나라 통화 가치에 어느 정도 수렴을 하고 있죠. 기준 금리 인상 혹은 수출 성장을 통한 달러 벌이 등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은 여전히 달러 당 1150원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연초 달러 당 1080원을 기록하면서 1050원도 가능하다… 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네… 달러원에 대한 정리를 해드립니다. 기준 금리의 인상, 그리고 기록적인 수출의 성장은 원화의 강세 요인입니다만… 미국의 성장과 점증하고 있는 테이퍼링 가능성, 그리고 다른 국가들 통화 가치가 전반적으로 낮게 눌려져 있는 모습은 앞서 말씀드린 강세의 요인을 상당 수준 희석시키고 있죠. 당분간은 이런 흐름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오늘 에세이는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