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금리가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죠. 장단기 금리 할 것 없이 모두 하락하고 있는데요, 30년물 기준으로는 거의 연초 수준으로 되돌려졌구요… 10년 국채 금리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2%선에 다시금 바짝 다가서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유동성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에… 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자산 가격의 상승이 나타나곤 하는데요… 그런 지난 해의 특성이 올해는 다소 애매하게 나타나네요.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그 생각을 간단히 해보도록 하죠. 우선… 지난 해에 주식 시장을 밀어올렸던, 금융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부터 되새겨보는 겁니다.
바로 나오죠. 강력한 유동성 공급이었죠. 미국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필두로 유사 질적완화를 통한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 통화 스왑 등의 정책을 쏟아냈고 유로존은 PEPP라는 긴급 유동성 공급 정책을, 일본 중앙은행 역시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하는 방법을 도입했더랍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죠.. 전세계 국가들의 통화 완화를 통한 돈풀기 공조가 적극적으로 진행되었죠. 미국이 달러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고 있기에… 신흥국들의 경우 자국 통화의 공급을 늘려도… (달러 공급도 마찬가지로 늘어나기에) 자국 통화 가치가 무너져내리는… 최악의 자본 유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겁니다.
그리고 전세계의 재정 정책 역시 이어졌는데요… 사실 이 부분은 국가마다 좀 차이가 큽니다. 미국의 재정 정책이 두드러지게 강했죠.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팬데믹이 터진 직후 2.3조 달러 수준의 경기 부양책을 도입했구요… 연말에도 추가로 9000억 달러의 재정을 풀었죠. 바이든 행정부는 그 바톤을 이어받아 3월에 1.9조 달러를… 그리고 인프라 및 교육 훈련 등의 명목으로 추가 부양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외 국가들의 재정 정책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죠. 유로존의 경우도 통합 재정을 써야 하는데요… 독일의 적극적 행보가 보다 관건이라고 보여집니다. 9월에 있을 독일의 녹색당 선거 등이 여기에 영향을 미치게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전세계의 공조 역시 이어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으로 이를 갈고 싸우다가 잠시 비자발적인 휴전에 들어가게 되었죠. 공식 선언은 아니었지만 무역 전쟁을 하기에는… 일단 코로나 의약품 등도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적극적인 무역 전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웠답니다. 당시에 관세 부과를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형성된 것으로 봐서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잠시 관심 밖의 이야기가 되었던 거겠죠. 이외에 산유국들의 공조 역시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국제 유가 붕괴에 맞서서 OPEC+를 중심으로 강한 감산 공조에 들어가게 되었죠. 한 때 마이너스 레벨까지 흘러내렸던 국제 유가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컸죠. 백신이 나오게 되면 과거의 그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강한 기대감.. 이게 성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을 심게 했답니다. 돈은 돈 대로 풀고… 백신으로 인해 성장이 뒤늦게 나와준다고 본다면… 성장은 강한데… 부양책은 나와주는… 자산 시장에는 이른 바 최고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는 거겠죠.
이런 시나리오가 아직 유효한지를 봐야 하는 겁니다. 일단 부양책 사이드만 보면… 전세계적으로 너무나 강했던 부양책이 다소간 약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성장을 보면… 성장이… 생각처럼 강하게 나오지 않는 듯한 불안감… 이게 형성되고 있는 거죠. 지난 2분기… 미국 테이퍼링 이슈가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음에도 전세계 자산 시장은 뜨거운 흐름을 이어갔죠.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나와주기에… 견딜 수 있다.. 불안하지 않다.. 라는 믿음에 근거한 바 큽니다. 그런데요… 이런 성장이.. 다소 불안하다면… 이른 바 기댈 언덕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우선 앞서 자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요인들을 역순으로 체크해봅니다.
우선 전세계 공조의 이야기죠. 산유국 간의 공조는 최근 나타난 국제 유가 급락과 상당 수준 맥을 같이 합니다.
국제 유가의 급락… 탄탄했던 에너지 가격의 하락은 에너지 관련 업종이 많은 저신용등급 기업들에는 부담을 줄 수 있죠. UAE의 반란과 향후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란의 원유 공급… 그리고 계속해서 스물스물 늘어나고 있는 미국의 원유 채굴기 숫자까지… 다른 나라는 공급을 늘리는데… 우리 OPEC+회원국들만 원유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왜냐구요? 원유 가격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우리가 원유 공급을 하지 않아서 원유 가격이 지지가 되면… 우리가 좋은 게 아니라… 계속해서 원유 공급을 늘리는 이란이나 미국의 셰일 기업들이 좋은 것 아닐까요? 네… 그래서 OPEC+ 내에서 무언가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선봉장이 바로 UAE였던 거죠.
공조의 균열은 미중 관계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에세이에서 자세히 적어드리기는 어렵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강경 노선은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그것과 비교해서 결코 약하지 않다.. 라는 평가가 많죠. 네.. 지금 옐런 재무 장관 역시 중국과의 무역 협정을 되돌려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구요… 대만과 중국의 양안 문제와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를 중심으로 경제 이슈 외에도 중국과의 군사적인 이슈들까지 첨예한 대립도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지난 해 3~4월 코로나로 인해 주식 시장이 붕괴되던 시기… 급했기에 큰 갈등이 없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되죠.
중국은 지난 6월 말 예금 금리 상한에 대한 개혁을 실시하면서 자본 유출을 막는 예방주사를 놓았죠. 단기 금리를 올려서 자본 유출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으리라 봤기 때문에 자신감있게 이후 지준율을 낮추었고 테크 및 교육 기업에 대한 규제부터 시작해서 미국과의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뭐랄까요… 백신 맞았기에 마스크 벗고 막 돌아다닌다는 느낌… 최근 빠른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당 6.5위안 위로 치솟아버린(위안화 약세) 위안화 환율을 보면서 저 정도 예금 금리 인상으로는 커버하기 힘든 성장 둔화를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국제 공조의 균열은 통화 정책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브라질, 터키, 러시아, 멕시코, 체코, 헝가리 등이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했구요… 그 외 남아공 및 동유럽 국가들도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죠.
캐나다는 공식적인 테이퍼링에 들어갔고 호주와 뉴질랜드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올해 말, 내년 초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코멘트를 던지고 있습니다. 통화 정책 사이클에 있어서는 이들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한국 역시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구요… 일본은 스텔스 테이퍼에 나섰고…. ECB는 더욱 거세지는 PEPP의 속도 조절 논란 속에서 많은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 Fed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조금씩 줄이는… 이른 바 테이퍼링을 고민하고 있죠. 그리고 코로나 국면에서 매입해왔던 회사채는 지난 12일부터 조금씩 줄여나가기 시작했죠. 네… 회사채 부분에 있어서는 테이퍼링도 아니구요… 이른 바 양적긴축(질적 긴축이라고 하는게 맞겠죠…)이 단행되고 있는 겁니다.
지난 해였다면… 금융 시장이 조금이라도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혹은 성장이 둔화된다는 소문만 들리면 바로 달려와서 무제한으로 돈을 퍼붓던 Fed가 이제는 성장이 둔화될 수도 있다는 지금의 불안한 상황에서도 테이퍼링을 언제할까.. 8월에 선언할까.. 9월에 선언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겁니다. 확실히 지난 해와는 바뀌지 않았나요?^^
네.. 물론… 지난 해와는 달리… 성장이 나오기에.. 물가가 오르기에… 바뀐 겁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그런데요… 그랬던 성장에 시장이 의구심을 던지고 있습니다.
성장이 생각보다 실망스러울 수 있다는 두려움… 그렇게 돈을 퍼붓고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팬데믹 국면들… 이런 실망감이… 채권 시장에는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미국의 재정 부양 효과가 끝나간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중국과 미국이라는 G2의 성장이 동반 둔화되는 상황을 읽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재정 부양 효과가 희석되는 만큼… 자생적인 성장의 기운이 퍼져야 하는데… 이게 시장에는 강한 불안 요인이 되는 듯 합니다.
성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돈이 미친 듯이 풀려나온다면 성장주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죠.
그런데.. 성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돈이 풀리지 않는다면?? 테이퍼링이 진행되고 있다면… 얘기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성장입니다. 채권 시장이 불안 불안하게 가리키고 있는 성장 둔화의 시그널… 진짜 유효한 것인지.. 아니면 채권 시장의 설레발에 불과한 것인지를… 좀 더 지켜보시죠..
지난 주말 에세이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금주에는 빅테크의 실적 발표도 있지만 목요일 통화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FOMC와, 금요일 성장 둔화 우려에 대한 실마리를 볼 수 있는 미국 2분기 GDP발표, 토요일에는 연준이 가장 중요시하는 PCE물가지표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채 상한 얘기도 오가겠지요. 오늘 에세이는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