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3.05.29

페드워치
페드워치 6월 23일 FOMC 금리인상 확률 63%

3일 연휴임에도 비가 계속해서 내리니 나들이를 가기도 참 애매한 그런 아쉬움이 남네요.
그렇지만 글로벌 국가들 중에서도 올해는 특히 이상 고온과 역대급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는 곳이 많다는 뉴스를 감안해서 들어보면 아쉽다는 얘기는 사치처럼 들립니다. 이런 기후 변화로 인해 농작물 가격이 상승하고 신흥국의 삶이 어려워지다보면 이 자체로 만성적인 고물가와 만성적인 저성장을 낳을 수 있죠. 예전에는 저 역시 기후 얘기하면서 이를 경제 현상에 연결하는 방식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저 역시 상당히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쉽사리 물가가 잡히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태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날씨 얘기는 향후 에세이에서 한 번 제대로 다루어보구요, 이제 마켓 얘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일단 지난 주 토요일 뉴욕 증시는 빅 테크를 중심으로 정말 가공할 상승세를 보여주었죠.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리고 부채한도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강세를 만들어내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주식을 사는 게 가장 확실한 돈 벌이라는 확신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가 되겠죠. 부채한도 문제로 크게 흔들려도 빅 테크는 강할 것이고, 연준의 긴축이 이어졌음에도 지금까지 빅 테크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고, 이외 투자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빅 테크로의 쏠림은 더욱 강해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쏠림으로 자산 가격이 뛰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으로 숨어있었던 유동성들도 쏟아져나오면서 주식 시장의 강세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죠.
 
예전에 강화도 갯벌의 비유를 한 적이 있죠. 제가 갯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그렇게 많이 나와있던 꽃게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었죠. 네,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어버린 겁니다. 그런데요, 시간이 상당히 흐르고 저도 가야할 시간이 어느 정도 된 겁니다. 그리고 제가 그 넓은 갯벌을 이곳 저곳 모두 다닐 수 없으니 한 곳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했죠. 제가 다니는 바운더리를 제외한 다른 곳에는 꽃게들이 이미 다들 기어 나와서 파티를 벌이고 있더군요. 어차피 제가 뛰어가봐야 잡을 수도 없을 테니까요. 네. 금리를 그렇게 끌어 올렸어도 풀려있는 유동성이 여전히 상당한 겁니다.
그리고 유동성의 힘으로 수익을 장기간 이어왔던 만큼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여전하죠.
 
주식 시장 쪽은 이 정도 말씀 드리구요, 이제 금리를 보겠습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 미국 2년 및 10년 국채 금리는 보합세를 기록했죠. 지난 수일 동안 주가와 함께 동반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이던 금리가 주춤했던 것인데요… 금리가 주춤해지면서 주가 상승폭은 더욱 강해졌었죠. 부채한도 문제, 그리고 중소형 은행 파산 문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모두 반영하면서 수시로 발목을 잡히는 금리를 보면 주가와는 다소 다르다는 점을 보게 됩니다.
되려 주식 시장은 그렇게 따라오다가 발목을 잡히는 금리에 환호하곤 하죠.
 
금리는 그 자체로 뜨거워진 경기를 누르는 역할을 하곤 하죠.
경기가 좋으면 주식 시장도 좋아지지만 금리 역시 함께 오르곤 합니다. 너무 많이 오른 금리는 뜨거워진 경기의 뚜껑을 살포시 덮어주는 역할을 하죠. 이를 통해 금리가 경기를 둔화시키고, 자산 시장의 열기 역시 식히는 역할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런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계속해서 발목을 잡히면서 빠르게 따라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금리는 일종의 수비수와 비슷합니다. 코로나 때에는 양적완화를 통해 금리를 찍어 눌렀기에, 수비수를 아예 없애 버렸기에 공격이 날아다닐 수 있었죠. 지난 해에는 금리라는 철벽 수비수가 다시 힘을 받으면서 모든 공격 루트를 차단했기에 자산 시장이 고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부채한도, 은행 위기, 경기 침체 우려 등의 핸디캡을 안고서 수비가 움직이고 있죠. 발목에 모래주머니 달고 뛰는 수비라고 하면 어느 정도 공감이 될까요…
따라 올라오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느린 수비에 자신감을 얻은 공격이 보다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면 좋을 듯 합니다.
 
거에 이런 비슷한 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99년 하반기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죠. 98년 LTCM파산 이후에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경기 부양에 나섰던 연준은 99년 상반기 뜨거워지는 자산 시장과 회복되는 경기를 보면서 재차 인플레이션 불안을 느끼며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됩니다. 초반에는 시장이 긴장했는데요, 이후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죠. 99년 말에 빅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빅 이벤트?? 설마 노스트라다무스인가요?ㅎㅎ 그건 아닙니다만 당시에 아무 것도 모르던 대학생이었던 저도 이 단어는 알고 있었죠. 네, 바로 Y2K입니다. Y2K가 실물 경기에, 그리고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죠. 비행기가 그냥 떨어져 내릴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고, 은행의 예금 및 대출이 혼선을 빚으면서 은행 파산이 일어날 것이라는 루머도 있었습니다. 불확실성 쩔지 않나요? 그럼 연준은 이런 Y2K를 신경 썼을까요? 은행 파산 얘기가 나올 정도면… 그리고 데이터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시스템이… 안정을 위협받는다면 당연히 연준도 고려를 했을 듯 합니다. 당시 기사를 인용해보죠.
 
“미국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둘러싸고 미국 금융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금리 현행 유지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워싱턴의 정책당국자들과 뉴욕의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요즈음 물가상승률이 33년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고 금융시장이 컴퓨터의 2000년 인식 오류(Y2K)문제로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다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연합뉴스, 99. 9. 18)
 
99년 9월 18일 기사입니다. 연준이 Y2K로 인한 혼란에 대비해서 당시 과감하게 시작했던 금리 인상을 멈추게 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담고 있죠. 이런 기대에 나스닥을 비롯한 기술주는 급등세를 보였죠. 그리고 이런 시장의 기대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1일 현재 5.50%인 연방기금 금리를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FRB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비공개 회의가 끝난 후 발표한 짤막한 성명을 통해 현행 금리를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밝히는 한편 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오류(Y2K)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장래 금리 동향을 시사하는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에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마지막 인상됐던 은행간 하루짜리 대출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는 5.50%, 은행에 대한 FRB의 대출에 적용되는 재할인율은 5.0%를 유지하게 됐다.”(연합뉴스, 99. 12. 22)
 
99년 12월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못하고 멈추어 섰죠. 당시 연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기준금리 인상을 두 차례 정도 멈추어 서면서 Y2K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었던 연준입니다. 단순히 금리 인상을 멈추었을 뿐 아니라 연준은 레포 시장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일시적으로 늘려주는 등 Y2K에 대한 대응을 해주었죠. 은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BTFP를 늘려주고 있는 모습, 그리고 부채한도 문제 등을 감안해서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는 모습들… 당시와 상당히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애니웨이.. 99년 말 연준의 이런 세심한 배려(?)에 감동 먹은 나스닥 시장이 급등세를 넘어 폭등세를 보이기 시작했죠. 당시 주가 챠트를 보면 정말 주식 시장이 수직으로 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금리가 인상되고 있었음에도 자산 시장이 느끼는 것은 금리 인상의 속도가 자산 시장이 두려워할 정도의 레벨이 아니라는 것이었죠.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차고 뛰는 수비수 느낌입니다. 그 당시 광고 중에 이런 카피가 있었죠.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당시 주식 시장과 이를 쫓으려는 연준의 금리 인상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표현일 듯 합니다.
 
Y2K로 발목 잡힌 연준은 2000년에 들어선 이후 변화를 준비하게 되죠.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높아질 수 있음을 감지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기존의 예상보다 높이게 되죠. 그리고 그 끝 단계가 바로 2000년 5월에 있었던 50bp 빅 스텝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당시 6.5%까지 금리가 올라갔는데요, 추가로 1%정도 더 이어가면서 7.5%에서 그칠 것이라는 절망적 전망까지 들려왔죠. 하지만 5월 6.5%가 끝이었습니다.
 
고용 시장이 뜨겁습니다. 임금 상승세 역시 쉽게 잡히지 않고 있죠. 지난 주 금요일 밤 확인했던 PCE물가지수를 통해 연준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매우 끈적끈적함을 알 수 있었죠. 6월 중순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헤드라인은 통계적 기저효과로 4%대 초반으로 낮아지겠지만 근원은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고용도 뜨겁고 물가도 높은데요.. 이런 물가 상승세의 장기화로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죠. 수차례 말씀드렸던 것처럼 인플레가 고질병으로 발전하면 인플레를 잡아내리기도 어렵지만, 이후에도 약간만 무리해서 경기 부양에 나섰을 때 언제든 인플레가 재발한다는 문제점이 있죠. 인플레가 고질병이 되었을 때 중앙은행은 손발이 묶이게 됩니다. 인플레 고질병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의 변화도 눈 여겨 봐야 할 듯 합니다.
 
부채한도, 은행 위기 등이 신경 쓰일 수 있지만 자산 시장이 또한 워낙 뜨겁습니다. 그리고 금리도 높고, 부채도 많고, 물가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소비는 계속해서 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죠.
이렇게 되면 연준 내 매파의 핵심인 불라드의 코멘트가 다시금 힘을 얻지 않을까요.
불라드는 말하죠. 수 차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경기가 좋고 미래를 선반영하는 자산 시장 역시 뜨거우며 물가 역시 끈적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해야 한다구요. 이렇게 분위기 좋을 때 금리를 인상해줘야 시장에 주는 충격이 작을 수 있구요… 혹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높게 금리를 올려놓은 만큼 인하할 수 있는…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룸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금리 인상의 효과를 봐야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미래를 선반영한다고 알려진 금융 시장이 저렇게 뜨거운데 누적적 금리 인상 효과를 굳이 논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반문 역시 나올 수 있죠. 와.. 반론하기 어렵습니다..
 
네.. 불라드의 말처럼 두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할지는 조금 더 봐야하겠지만 적어도 연준 피벗의 되돌림 뿐 아니라… 추가적인 연준의 긴축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듯 합니다.
 
연준의 피벗 기대가 사라지고, 되려 추가 긴축 전망이 힘을 얻으면 금리라는 수비수가 붙여둔 모래주머니를 조금 줄일 수도 있겠죠. 실제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 올해 연말까지 5.0~5.25% 레벨의 금리를 유지할 확률이 절반을 넘어섰죠. 연내 현재 레벨보다 낮은 금리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 시장이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여전히 내년 11월을 보아도 현재 대비 125~150bp수준 금리 인하를 보고 있죠. 지지난주 200bp인하 전망에서 크게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완화적 통화 정책인 피벗에 대한 기대를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가 조금 더 줄어들 때 금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이런 금리 변화에 자산 시장이 어느 정도 긴장감을 느끼는지.. 지켜보시죠.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