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3.05.19

환율
환율

자산 시장이 여전히 뜨겁네요. 특히 빅테크의 강세는 정말 가공할 정도입니다.
애플, 마소, 엔비디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네요. 이외 기업들의 주가는 사실 지지부진한 수준인데요… 다만 전일 미국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된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이후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갈 것이요… 빅테크의 강세는 지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죠. 자산 가격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지수의 강세를 보면서… 자산 시장이 뜨겁다는 평가를 하고.. 이에 대해 연준을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이 대응을 하게 되면… 강세의 수혜를 받고 있는 빅테크보다도.. 강세장에도 소외되어 있는 다른 기업들은 수혜도 못받을 뿐더러 금리 인상이라는 긴축의 파고까지 맞아야 하는 아이러니를 겪게 됩니다.
2021년 하반기 흐름이 이와 상당히 비슷했었죠. 테이퍼링이 예고된 이후 연준의 긴축이 시작되더라도… 혹은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되더라도 타격을 받지 않는 빅테크로의 쏠림이 강하게 나타났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좀 더 지켜보시죠.
 
시장이 예상 외로 뜨거운 만큼 연준 역시 변화의 기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선 기사 하나 인용하면서 시작하죠.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불라드와 달라스 연은의 로리 로건의 코멘트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로간 댈러스 연은 총재는 1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에서 한 연설에서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높다”며 “6월 FOMC에서 금리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6월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확신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빠르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내리기 위해서 갈 길이 아직 멀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이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험'으로 금리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연준에서 대표적 매파인 그는 “6월 14일 열리는 FOMC에서 또 다른 금리 인상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처럼 하락하지 않거나 심지어 반전되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뉴스1, 23. 5. 19)
 
뒷부분에 나오는 불라드는 그냥… ‘불라드가 불라드 했네..’ 정도로 지나칠 수 있을 겁니다. 워낙 매파적인 코멘트를 쏟아내는 분이라서요… 시장도 매파가 매의 행동을 하니 그러려니 했겠죠. 그보다 개인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분이 바로 댈러스 연은의 로리 로건 총재 코멘트입니다. 일단 이 분은 굳이 따지면 중립.. 혹은 약간 비둘기 쪽에 치우친 중립 느낌이 좀 있었죠. 이 분이 6월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한 겁니다. 뭐.. 이렇게 말 바꾸는 케이스 많은데 뭘 그리 걱정해..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지만요… 로리 로건의 배경을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19년 9월 갑작스런 금융 시장 혼란이 나타났는데요.. 바로 레포 사태였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은행권의 지급준비금 부족이었죠. 당시 연준이 진행했었던 양적긴축으로 인해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금… 즉, 은행이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해진 겁니다. 그러면서 레포 시장을 통해 누군가 다른 은행이나 금융 기관에 돈을 빌려주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레포 시장에 돈이 씨가 마르면서 레포 사태가 터졌죠. 당시 초단기 금리가 10%까지 치솟는 등 난리가 났었는데요… 당시 이 사태를 진압했던 주체가 바로 뉴욕 연은이었습니다. 그리고 뉴욕 연은에서 이 레포 사태 처리라는 중책을 맡고 팀을 이끌었던 리더가 바로 로리 로건이었죠. 뉴욕 연은 총재는 그때나 지금이나 윌리엄스 총재인데요… 이 분을 도와서 큰 중책을 효과적으로 처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로건의 커리어를 갑작스레 말씀드리는 이유는요… 지금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지급준비금 부족에 대해 연은 총재들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실무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은행권 유동성 부족 사태가 이어지게 되면 은행권을 중심으로 해서 유동성 긴축이 나타날 것임을… 그게 어떤 충격을 주는지를 이른 바 Mark to mark으로 봤을텐데.. 당연히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할 수 밖에 없겠죠. 실제 로리 로건은 지난 3월 초 있었던 인터뷰에서 연준이 현재 안개가 자욱한 길에서 운전하는 운전자와 같다는 비유를 한 바 있습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함을 언급한 것이죠. (참고로 당시 파월 의장은 50bp 드립을 쳤었죠..)
 
현재 은행 사태로 인해서 나타날 수 있는 중소형 은행의 지준 문제를 잘 아는 사람이… 추가 금리 인상을 찬성하는 코멘트를 한다는 점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라드 총재 코멘트 중에서도 신경쓰이는 것이 바로 “보험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코멘트인데요… 보험적이라는 단어도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1995년과 2019년에 있었던 보험적 금리 인하… 당시 미국 경제는 탄탄하지만 중국과 유럽이 불안하기에 혹여나 나타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며 연준은 금리 인하에 돌입했었죠. 이번에는 보험적 금리 인상 얘기가 나왔네요…
 
인용된 기사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불라드는 금융 기관들의 위험이 다소 과장되어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은행 대출의 위축을 근거로 해서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되려 인플레이션이 다시금 살아나는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 보험적… 예방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죠. 과거에는 금리 인하를 할 때… 디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하면서 선제적 금리 인하를… 했죠. 그래서 예방적으로 금리 인하를 하면서 움직였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향이 반대네요… 인플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얘기인데요.. 예방적인 금리 인상 얘기가 6월 FOMC를 통해서 회자될 듯 합니다.
 
실제 6월 금리 인상 확률이 35%수준으로 높아졌고 11월 금리 인하 시작 역시 50bp가 아닌 25bp로 바뀐 상황입니다. 다만… 내년 말까지 보면… 2%가까운 금리 인하를 보는 시각은 여전하죠. 9월에 인하를 하건.. 11월에 인하를 하건.. 결국 내년 말까지 보면 200bp 피벗이라는 시각이 금융 시장 강세를 추동하고 있는 듯 합니다. 주말 에세이에서 추가로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