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3.05.16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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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한 말씀을 전해드려보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현상… 은행의 수익성 악화입니다.
은행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로 대출을 해주죠. 장기와 단기 금리가 역전이 되어버리면 단기로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로 낮은 금리에 대출을 해주는 격이 됩니다. 그러니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은행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게 되고,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은 건전성의 문제도 생기게 되구요… 마진이 나지 않으니.. 즉 파는 대로 역마진이니 대출을 줄이게 되겠죠. 혹은 대출을 해주더라도 높은 단기 금리를 메워줄 정도로 높은 금리를 주는 대출을 찾게 됩니다. 네.. 그런 대출은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 대한 대출이 되겠죠. 이 경우 만약 경기 둔화 등의 충격이 다가왔을 때 은행의 부실이 훨씬 더 빠르고 깊어지게 될 겁니다.
 
다만 한동안 장단기 금리 역전은 큰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풍부했었기 때문이죠. 지급준비금이 많으면요.. 굳이 비싼 금리에 예금을 땡겨오지 않아도 됩니다. 양적완화 등으로 이미 풍부한 예금을 확보한 경우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코로나 이후 예금이 매우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죠. 그래서리.. 예금이 많고.. 굳이 돈을 땡길 필요가 없어서리.. 미국의 은행들은 무리해서 높은 금리를 주면서 예금을 땡길 이유가 없었죠. 그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어 있어도 이미 아주 낮은 금리에 땡겨놓은 예금이 있으니… 이게 타격을 주지 않았던 겁니다.
 
다만 지난 해부터 시작된 양적긴축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의 중소형 은행권을 중심으로 지준금이 빠르게 줄어들었고, SVB와 FRB가 파산하면서 은행권 예금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생겨났죠. 그리고 시장 금리가 뛰면서 MMF금리가 오르게 되니 은행에서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중소형 은행은 금리를 크게 높이면서 따라붙어줄 수 밖에 없죠. 네.. 양적긴축과 예금 이탈로 인해 중소형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높은 금리를 부르면서 예금을 땡길 수 밖에 없구요..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가 생겨나겠죠. 네… 연준의 긴축이 단기 금리의 인상을 불렀구요… 이로 인해 장단기 금리 역전도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아주 금리가 낮은 시기에 사들였던 장기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손실의 폭을 키웠죠. 중소형 은행은 마진도 줄어들 뿐 아니라.. 기존 보유 채권 자산의 손실로 인해 엎친데 덮친 격의 충격을 받게 된 겁니다.
 
문제는 향후의 흐름이죠.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네.. 80년대 이후에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이렇게 길게 이어진 적이 없죠. 지금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거의 상시화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은 기존에 땡겨놓은 예금이라는 완충장치가 있었지만.. 이제 그 완충장치가 사라지면서 중소형 은행들이 빠르게 어려움에 처하는 모습이죠.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중소형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더욱 더 깊어질 것이구요.. 상당한 내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일부 중소형 은행의 파산이 이어질 수도 있겠죠.
 
그럼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고, 이는 단기 금리의 상승을 야기했습니다. 문제는 단기 금리를 끌어올렸음에도 물가는 잘 잡히지 않는 겁니다. 물가가 탄탄하게 버텨주니 단기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죠. 단기 금리 인하가 어려우니.. 단기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높아진 물가와 높아진 금리의 영향으로 중장기 실물 경제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장기 금리의 하락을 촉발하게 되죠. 네.. 인플레이션이 탄탄하게 버티게 되고.. 이게 꽤 긴 기간 이어지게 되면 장단기 금리 역전 역시 길게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정리해볼까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이게 고질병이 되면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가 장단기 금리 역전의 장기화일 테구요.. 이는 미국 은행권에게는 더욱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에 연준 카시카리 총재가 이런 코멘트를 던지죠. 이거 매우 중요합니다. 코멘트 읽어보시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꽤 끈질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11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 외신들에 따르면 카시카리 총재는 노던미시간대학에서 가진 토론에서 "그것이 얼마나 끈질긴지에 놀랐다. 그것은 내려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꽤 끈질기다"라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려오고 있다는 증거가 일부 있지만, 지금까지는 꽤 끈질기다는 것은 "장기간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카리카리 총재는 "정말로 관건은 인플레이션이 언제 내려오는 것인가"라며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경제에 이것이 파고들면, 우리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간 수익률 곡선을 역전시켜, 모든 은행에 진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간다면 "금리가 정상화되고, 수익률 곡선 역전은 해소되고, 은행과 그들의 예금에 대한 압력은 훨씬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연합인포맥스, 23. 5. 12)
 
네.. 인플레이션이 끈질기다.. 라는 얘기보다 중요한 것은 두번째 문단에 나오는 장기간 (연준 기준)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연준 기준금리가 높으면 단기 금리를 높게 만들게 되죠. 이게 장기 금리 위에서 놀게 되면 장단기 금리 역전… 즉 3번째 문단의 장기간 수익률 곡선의 역전을 가능케 한다는 겁니다. 그럼 모!든! 은행에 진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죠. 인플레이션이 사라진다면… 이 문제 역시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네.. 인플레이션이 진짜 문제이긴 하네요…
 
카시카리의 이 코멘트… 섣부른 피벗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최대한 빨리 잡는 게 핵심임을 강조하는 코멘트가 되겠죠. 지금의 은행 사태 역시 쿠션을 먹여서 돌아와서 그렇지.. 그 본류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고… 연준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에 의해 촉발된 것이니까요.. 연준 피벗이 주는 긍정적 효과보다도… 인플레 고착화로 인한 피해가 생각보다 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