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에세이 23.04.05

환율
환율

봄비가 내리네요. 오늘 내일 비가 오고 나면 벚꽃도 질 듯 합니다.
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거 같네요. 어김없이 봄비 한 번 만나고 나면 완전히 사라져버리니까요.
매년 어김없이 피어나고, 어김없이 그 짧은 순간 예쁘게 피어있고, 어김없이 봄비와 함께 사라지는… 그래서 좋아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갑자기 에세이가 아니라 무슨 시를 쓴 느낌이네요.
 
오늘 새벽 제이미 다이먼 모건CEO의 주주 서한 관련 보도를 봤는데요.. 참 인사이트가 대단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은행 위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죠. 금융 위기와는 다르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중소형 은행들의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라는 얘기. 이렇게 중소형 은행들이 어려워지면 대출을 줄이게 되는데.. 이렇게 줄어든 대출이 성장을 둔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거이라고 하죠. 여기에 초과 저축 부분을 언급하고 있는데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은행의 대출이 줄어들게 되면 저금리에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았던 산업이 무너지게 되겠죠.
이런 산업들이 약화되면서 실업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 하반기 정도 되면 이번에 문제가 된 실리콘 밸리의 IT벤쳐 등에서 상당히 큰 규모의 실업이 발생하게 되겠죠. 이외 상업용 부동산 섹터, 특정 지역 등에서 실업이 뚜렷하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실업이 증가하더라도 저축이 남아있으면 됩니다. 저축은 실업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대비해서 쌓아두는 것이니까요… 그런데요.. 미국 사람들이 이 초과 저축을 그냥 쓰고 계시는 거죠. 물가가 살인적으로 올랐는데… 저축을 허물면서 소비를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올해 3~4분기 정도로 넘어가게 되면 그렇게 쌓아두었던 초과 저축 역시 소진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죠.
저축이 앵꼬난 상황에서 실업률이 높다… 그리고 물가도 높은 상황이라면 미국의 소비가 이어질 수 있을까요? 네..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SVB 파산 등의 은행 위기는 08년 식의 금융 위기보다는 전형적인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죠.
 
예전에 금융 시장의 세가지 낙관론을 말씀드렸었죠. 그 낙관론 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를 너무 우습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경기 침체가 오면 돈을 풀 것이니까 그로 인해 주가가 크게 상승하니까 호재다.. 라는 인식이죠. 직관적으로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의 채용이 늘어날 겁니다. 그럼 저 같은 사람도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겠죠.
경기가 안좋아지면 실업이 늘어나겠죠. 그런데 주식에 투자를 하면 돈을 풀어주니까 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일을 안하고도 돈을 벌 수 있죠. 그럼 호경기 시절에는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불경기 때는 일을 안하고 돈을 벌게 됩니다. 호경기, 불경기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일하고 돈 버는 게 좋은가.... 아니면 일 안하고 돈 버는 게 좋은가.. 라는 질문이 될 겁니다. 어느 쪽이 좋을까요? 일 안하고도 돈을 버는 것을 선호한다면… 모두가 그걸 원한다면 모두가 불경기를.. 경기 침체를 원하는 아이러니가 되는 것 아닐까요.
 
경기 침체가 금융 시장에 호재라는 얘기보다는요… 경기 침체가 오면 돈을 푸니까… 금융 시장에 호재라는 얘기가 맞을 겁니다. 코로나 때 사람들이 너무나 확실하게 본 거죠. 코로나 정도 충격이 한 번 더 오면 모두가 부자가 되는 건가요?^^;;; 그래서 모두가 피벗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 질문은 여기로 흘러갑니다. 피벗하면 자산 가격이 오르는가?... 라는 거죠. 답은요.. 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 얘기는 아무나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런데요.. 적어도 한가지 차이가 있죠. 피벗하면 자산 가격이 오른다… 라는 생각과는 다른 부분을 언급한 거쟎아요? 피벗해도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담고 있으니까요… 코로나를 보면서 연준의 돈 풀기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인식이 정말 많이 강해진 듯 합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주가는 오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성장을 함께 봐야겠죠. 성장이 주저앉는 폭 이상으로 금리가 크게 낮아지게 되면… 코로나로 인해 받을 충격 이상으로 돈을 풀어 이걸 메워주게 되면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겠죠. 반면 성장이 주저앉는 만큼… 그 이상의 금리 인하가 어렵다면… 이 때는 자산 시장이 힘겨워할 수 있습니다. 금융 위기 당시에… 5.25%였던 기준금리를 0%로 낮추어도… 그 당시의 충격을 제어할 수 없었죠. 코로나 초반부에도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음에도 자산 시장이 녹아내리고 있었죠. 당시 가장 많이 나왔던 비판이 이런 거였습니다. “연준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가?”…
 
피벗을 하더라도… 성장이 둔화되는 정도를 커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피벗이라면 자산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소극적인 피벗?? 네.. 무제한으로 돈을 풀지 못한다면… 어쩌면 시장이 기대하는 피벗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 무제한 선물세트라고 생각했는데… 0.25%인하.. 와 같은 소심한 피벗이라면..?
네.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고 있으면… 과감한 피벗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인플레이션 사라지고 있는데 무슨 얘기냐… 라는 반론이 바로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고 완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런데요, 만약 방심하고 다시 돈을 풀거나 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금 올라오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을 주쟎아요? 그런데요.. 지금 미국 금융권의 오토론 대출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중고차 가격이 정말 높아졌던 지난 해 빚내서 차를 산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이 대출이 거의 NINJA론 수준으로 나갔다고 하죠. 닌자?? No Income, No Job and Asset의 대문자를 빼온 겁니다. 소득이 없어도.. 직업이 없어도.. 별도 보유 자산이 없어도 대출을 해준다는 의미죠. 중고차 가격 하락은 인플레 제어에 도움을 주는데… 되려 오토론의 부실 우려를 높이게 되지 않을까요?
 
인플레 제어를 위해 임대료 하락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임대료 하락을 위해서는 주택이나 상가의 가격이 하락해야 하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임대료가 낮아지기 시작했다고 가정하죠. 인플레 제어가 될 것이니 좋은 건가요? 상업용 부동산이 다음 부채와 은행 위기의 뇌관이라는 얘기와 이걸 합치면 어떻게 될까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인플레에 좋고.. 가격이 오르면 은행 위기를 제어해서 좋은 건데요… 뒤집으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 위기를 자극하고… 오르면 인플레를 자극하는 겁니다.
이런 딜레마의 상황에서 한 쪽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을 하면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겠죠. 물론 과거의 9%짜리 CPI를 계속 본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다만… 3~4%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거죠. 토플 100점을 넘기면 유학 준비가 끝나는데.. 95점까지는 잘 올라왔는데… 95점에서 점수가 더럽게 오르지 않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자산 시장의 피벗 민감도가 너무 높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게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그리고 지금의 자산 시장이 경기 침체를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40년만의 인플레이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리스크 요인으로 보면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할 듯 합니다. 금일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